마법의 해변
크로켓 존슨 글.그림,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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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짧은 글에 긴 여운을 남기는 글을 읽고 싶었다. 말 그대로 떠먹여주는 책이 아니라 나 스스로 생각하고 행간을 읽는 맛이 있는 책을 만나고자 했다. 어쩌면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되었다.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점에서 이 책이 끌렸다. 그런데 이 책, 묘하다. 정말 금세 읽을 수 있다. 뭐 이렇게 금세 끝나버리는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얇긴해도 얇기만한 책은 아니다. 단순한 스케치로 그려나갔지만 생각할수록 복잡하다. 세상을 담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주만큼의 무게로 다가오기도 하고, 깃털 하나 만큼의 가벼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요즘에 나온 책이 아니다.

『마법의 해변』에는 크로켓 존슨의 모든 작품과 마찬가지로 신선하고 현대적인 템포와 절묘한 풍미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세계의 진지하면서도 흥미로운 투영이었던 이 책은 시대를 너무나 앞서갔다. 그래서 출판사는 크로켓 존슨이 내민 원본을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모래 위의 성』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1965년 판에서는 그의 삽화를 볼 수가 없다. 이미 오래전에 부활하여 세상에 나왔어야 마땅한 그의 스케치들과 완성된 원고로 만들어진 원래 견본이 마침내 빛을 본다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리스 센닥 추천사 中)

 

옮긴이의 말도 눈에 띈다.

크로켓 존슨의 『마법의 해변』은 동화라기보다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시詩와도 같다. 무릇 시라는 것은 행간을 읽고 은유를 곱씹는 것이 맛이다. 그런데 이 책이 딱 그렇다. 그 단순한 행간에 무수한 의미가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맛은 그 행간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재미이다. 그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것이 유년기를 벗어나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61쪽)

 

『마법의 해변』의 이야기는 앤과 벤이 해변 산책을 하며 시작된다. "우리가 진짜로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도 되면 좋겠어." 앤의 말에 벤은 대꾸한다. "이야기 속에서 진짜로 벌어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 이야기란 단어들을 늘어놓은 것일 뿐이야. 단어는 글자에 불과해. 글자들은 그저 기호의 일종이고." 그 다음에 해변에는 마법같은 일이 펼쳐진다. 벤이 모래 위에 '잼'이라고 쓰면 젖은 모래톱 가장자리에 잼이 가득 들어있는 은접시가 놓여있고, '빵'이라고 쓰면 두껍게 자른 신선한 빵이 가득 담긴 금쟁반이 나타난다. "이야기를 읽는 것보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편이 훨씬 재미있어."라는 앤의 말에 "그건 결말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린 거지."라고 벤이 말한다.

 

나무, 사탕에 이어 벤은 모래 위에 '왕'이라고 썼다. 여기가 마법의 왕국이라면 당연히 왕이 있어야된다고 하면서. 어른인 왕이 나타나고 왕국이 완성되고 나니 왕은 늦지 않게 저기에 도착해야한다고 말한다.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왕을 기다리고 있으니 왕좌에 가야 한다며. 왕은 급히 떠나고 아이들은 따라 간다고 급히 서둔다. 밀물이 들어와 모래톱은 사라지고 아이들은 쉬지 않고 달렸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앤이 말했습니다.

"무슨 시간?" 벤이 말했습니다. "행복한 결말을 위한 시간 말이야." 앤이 말했습니다.

"파도가 너무 순식간에 들이닥쳤어." 벤이 말했습니다.

마지막 성탑마저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저 평화롭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봅니다. 갑자기 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녀가 외쳤습니다. "우리가 해변을 떠나던 순간 거기서 그냥 멈춘 것뿐이라고!" (책 속에서)

 

이 책의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꿈꾼다. 앤과 벤처럼 진짜로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겪었을 것이다. 다만 그 시절을 잊고 지내고 있는 것 뿐이다. 왜 그래야하는지도 모른채 바쁘게 달려가는 모습이 마법의 해변을 떠나는 앤과 벤의 모습과 닮아 있다. 마법의 해변에서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잊었던 것을 마법의 해변에서는 살려낼 수 있다. 진정으로 원하면 꿈은 현실이 되는 법, 살아있는 한 누구든 꿈꿀 수 있다. 잊고 있었을 뿐인 것이다. 엔딩은 해피엔딩으로, 행복한 결말을 맺을 시간은 충분하다. 그 사실을 깨달으며 꿈을 다시 그려본다.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은 시간이 좀 더 있다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그것은 우리가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 특히 상상의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동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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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권하는 사회 - 현대인의 만병통치약 카페인의 불편한 진실
머리 카펜터 지음, 김정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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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커피 한 잔 타놓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을까 말까 살짝 고민하면서. 커피는 나의 일상과 함께 한다. 모닝커피는 기본이고, 나른해질 무렵 커피 한 잔이 시들시들한 나를 생생하게 해주며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자꾸만 손이 간다. 몸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데에는 커피만큼 나를 살아나게 하는 간식도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분명 카페인의 불편한, 그것도 아주 불편한 진실을 다루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기에 이 책 『카페인 권하는 사회』를 읽어보기로 했다.

 

"다시는 한 잔의 모닝커피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마크 맥클러스키, 「Wired」편집장

표지의 이 말이 경고처럼 느껴졌다. 경고를 넘어선 협박같은 무시무시함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펼쳐보게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더이상 건강을 위한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감으로 펼쳐든 이 책에는 놀라운 진실이 담겨있다.

 

"이 책은 건강을 위협하는 과도한 카페인 섭취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더욱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나는 그의 주장에 설득 당했다. 당신도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 매리언 네슬, 뉴욕 대학 식품영양 및 공중보건 교수

"이 책으로 인해 당신이 커피를 더 마시게 될지 덜 마시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커피(또는 차나 레드불) 한 잔에 대한 당신의 생각만큼은 완전히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저자 머리 카펜터는 역사와 과학과 구전 정보와 교활한 홍보 전략을 하나로 엮어서 태산처럼 웅장한 이야기를 만들었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놀라운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 웨인 커티스, 『And a Bottle of Rum』저자

 

세상에서 가장 흔하게 남용되는 약물이 바로 카페인이다. 중독성이 있고 규제가 거의 없는 카페인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커피, 에너지드링크, 차, 콜라, 초콜릿 등)에는 물론이고, 예상치 못했던 것(오렌지 맛 탄산음료, 비타민, 진통제 등)에도 속속들이 들어 있을 만큼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15쪽) 이 책에서는 단순히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에 대한 설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로를 먹고 성장한 산업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파악해볼 수 있기에 그동안 볼 수 없던 현실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카페인에 중독되어 있으면서도 그런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카카오, 초콜릿, 홍차, 코카콜라, 커피 등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그런 느낌보다는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당연한 듯 마시던 커피를 갑자기 끊을 자신은 없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커피 한 잔을 바라보며 나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커피를 끊으려고 며칠간 고군분투했는데 결국은 무기력과 집중력 저하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의지로만 해내기 힘든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이야기한다. 영국의 정신 의학자이자 모험심 많은 인류학자인 윌리엄 할스 리버스가 카페인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피험자에게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금단 효과가 증명되었다. 이들은 다량의 카페인에 금단 증상을 느낀 것이 아니라, 고작 하루 100밀리그램에 불과한 양이었다. 이는 커피 147.5~236밀리미터, 다이어트 코크 두 캔, 코카콜라 세 캔에 함유된 양이다. 차로 따지면 아마 두세 잔이 될 것이다.(109쪽)

카페인의 금단 증상에 관한 설명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 논문을 통해 증명된 바에 따르면, 카페인의 금단 증상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것보다 범위가 더 넓고(피험자 100퍼센트), 금단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일 최소량이 더 낮고(대략 원두커피 한 잔이나 카페인 함유 청량음료 세 캔에 들어 잇는 양),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의 범위가 더 다양하다(두통, 피로, 불쾌감, 근육통/뻐근함, 감기 기운, 메스꺼움/구토, 카페인에 대한 갈망 따위).(110쪽)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향정신성 약물이면서도 아무런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서로 권하고 마시면서 활력을 되찾는 현실을 본다. 기업들의 교묘한 술책까지 더해져 이 책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고나니 만감이 교차한다. 카페인의 불편한 진실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추천사에서 언급한 "나는 그의 주장에 설득 당했다. 당신도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나또한 설득 당했고, "커피 한 잔에 대한 당신의 생각만큼은 완전히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라는 문장 또한 현실이 되었다. 내일부터는 커피를 한 번 끊어볼까 생각하다가도 금단 증상을 이미 경험해보았기에 머뭇거리게 된다. 묘한 생각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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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보풀랜드입니다 -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3
공지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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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톡톡톡』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어른이 된 후에 청소년 문학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는데,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을 읽으며 그 생각이 뒤바뀌었다. 지금까지의 수상작들이 기대 이상이었기에 이번에도 꼭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을 읽을 때에는 스포일러 없이 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기 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정보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른채 선입견 없이 읽어보기로 했다. 이번 책에서는 어떤 끌림이 있을지 궁금한 생각에 책으로 처음 접한 이 작품은 미리 알았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를 소재인 낙태에 관한 것이었다.

 

"톡톡톡!"

"이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285쪽)

이 책의 마지막을 읽어나가며 노랑모자 아이의 "톡톡톡!"에 애잔함이 느껴진다.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구나, 생각한다. 출판사 서평을 보니 '뛰어난 상상력으로 현실과 판타지 세계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라는 말이 눈에 띈다.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고 슬픈'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낙태'와 '청소년소설'이라는 것이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 정보 없이 읽어나가기 시작할 때 처음에는 다소 낯선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까지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확 빨려들어가지 않고 천천히 은근하게 녹아들어가게 하는 책이다. 현실인 듯 현실 아닌 듯 안갯속에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톡톡톡'은 대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노랑모자 아이의 인사법이었다. "톡톡톡!" 맑은 구슬이 튀는 듯한 소리였다. "이게 뭐하는 거야?" 인사하는 거냐는 물음에 아이가 까딱까딱한다. 톡톡톡은 인사하는 것이기도 하고, 미안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랑모자 아이 맘대로다. 여하튼 '제목은 그런 뜻이구나', '그나저나 노랑모자 아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노랑모자 아이의 엄마는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에 계속 읽어나갔다.

 

달림은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졌다. '임신'이라는 글자와 '중학생'이라는 글자를 찍었다. 검색어에 '낙태'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낙태공화국,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 하루에 4천 2백 명, 한 시간에 175명의 아기들이 생명을 잃는다. 95.6프로 불법 낙태. 낙태비용, 낙태 가능한 병원, 낙태 가능 시기, 낙태한 연예인, 낙태 후 몸관리, 낙태 금지법, 낙태 후유증, 낙태 찬반, 낙태 방법, 낙태 산부인과, 낙태 약, 낙태 실태, 낙태 반대 운동연합, 인공유산, 임신중절, 소파술, 흡입술......낯선 단어들을 노려보노라니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정말로 생각해본 적 없는 단어들이었다. 낙타도 아니고 낙태라니......(145쪽)

중학생인 달림은 엄마의 식당일을 도우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스스로 콩쥐같다고 생각하는 여학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 미루가 임신을 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한다. 그제야 달림은 인터넷을 뒤져 관련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낙타도 아니고 낙태라니!'라는 말로 보더라도 달림에게는 낯선 단어라는 느낌을 준다.

 

슈가맨, 모자, 보풀들, 에밀레 별 등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한 단계 걸러서 접하게 되는 낙태 문제는 오히려 신선했다. 때로는 현실이 더 영화같고 비참하고 소스라치게 소름끼치는 장면을 연출해낸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낙태에 관한 모습을 그냥 보여준다. 찬성이나 반대의 입장에 서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의 임신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읽으면서 작은 생명에 관해서 독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데, 마지막까지 읽고 보니 애잔하게 소름돋는 묘한 느낌이 든다.

요렇게 작아 보여도 우주를 품고 있거든. 엄마 뱃속의 양수는 고대의 바닷물이야. 이 물에서 아기들은 억 년의 일기장을 들춰내고, 유구한 세월을 견뎌온 생명의 기억을 찾아내지. 그리고 제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 너머, 그 이상의 먼 시간을 본단다. (208쪽)

"지구상에서 자기 종에 의해서 목숨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런데 보풀들은 자기 종에게 공격받고 생명을 뺏기는 거야. 그것도 자기 부모에게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을 사람에게 가장 참혹한 방법으로."(210쪽)

 

이 책을 읽고 보니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들, 태어나기도 전에 없어지는 아이들을 다시 한 번 눈여겨 보게 된다. 이 세상에 하찮은 존재는 없다. 물론 없어야하는 존재도 없다. 그런데 가장 사랑받아야 할 사람에게 잔혹하게 사라지게 되는, 태어나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해야하나. 어둡고 무거운 소재이지만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 작가의 필치가 이 책을 끝까지 읽도록 만들었다. 청소년의 임신과 낙태에 관한 소재를 보다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폭을 넓혀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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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 - 장수 세포를 깨우는 메츠 건강법
아오야기 유키토시 지음, 김현화 옮김 / 헬스조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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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목에 혹해서 읽어보게 된 책이다. 얼마나 핑계대기 좋은 문장인가! 운동을 하려고 해도 사실 흥미를 붙이기는 어렵고, 요즘처럼 가만히 있어도 축축 늘어지는 때라든지 추워서 꼼짝도 하기 싫을 때에는 더 그렇다. 이왕 운동량이 현저히 적은 나에게 잘 하면 좋은 이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를 읽어보게 되었다.

 

열심히 운동할수록 건강해진다는 무서운 착각! 우리는 그런 착각을 하고 살아간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무서운 착각'이다. 적당한 정도의 운동이 아니라 운동에 혹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건강을 해치는 줄도 모르고 당연히 더 건강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운동을 꾸준히 한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왜 장수하는 사람은 운동하지 않을까?!"

수명을 단축시키는 운동,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의미 없는 운동은 지금 당장 멈춰라! 몸은 탄탄해져도 체내는 점점 노화한다. 연령과 질병에 맞는 최적의 운동법은 따로 있다. (책 뒷면 中)

 

세상에는 건강을 평생 약속해주는 운동이 있는 반면, 의미가 없거나 오히려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운동도 존재한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의학박사 아오야기 유키토시.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연구소 노화제어연구팀 부부장이다. 군마 현 나카노조 마을에서 65세 이상의 교령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나카노조 연구'가 그 집대성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이 책이 운동무용론이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무리한 운동에 대해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동에는 나이에 맞는 '최적의 강도'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약하거나 지나치게 강해도 잘못된 것입니다. 이를 바로 '중강도 운동'이라고 부르며, 기준이 되는 단위는 '메츠'로 나타냅니다. 따라서 필자는 이것을 '메츠 운동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중략)...20대가 무난히 소화해내어 건강해지는 운동을 60대 이상의 고령자가 하면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60대 이상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을 20대가 아무리 지속적으로 한다고 해도 건강에는 거의 의미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8쪽)

 

이 책은 맹목적이고 무의미한 운동 예찬론을 살짝 꺾을 수 있는 일화들로 시작된다.'1일 1만보'를 실천했는데도 질병에 걸린 사람, 철인 3종 경기로 동맥경화에 걸린 남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먼저 걷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걸으면 걸을수록 건강해진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일러준다. 이들에게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냐면 '운동의 질'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은 하지 않아도 문제이지만, 너무 열심히 해도 문제가 된다. 건강해지겠다고 철인3종경기를 취미로 한 사람이 동맥경화를 일으키게 된 원인은 고강도의 거친 운동에 있었다. 고강도 운동을 하면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가 체내에 과도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체력을 되돌릴 수 있다는 오해가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말한다.

 

운동은 하지 않아도, 너무 열심히 해도 문제가 되는데, 그럼 어떻게 운동을 해야할까? 이 책에서는 중강도 운동으로 건강하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 몸으로 만들 것을 이야기한다. 운동의 강도를 '메츠(METs)'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메츠는 1메츠에서 활동량이 가장 많은 20메츠 이상까지 나누어 소비 칼로리가 적은 순서부터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로 분류한다. 활동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신체에 오는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60쪽) 그런데 이 메츠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에 따라서 중강도의 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60대 이상은 3.0~4.9메츠, 40~50대는 4.0~5.9메츠, 20~30대는 5.0~6.9메츠가 중강도 운동이므로 연령에 맞춰 해당되는 중강도 운동을 실시할 것을 권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운동'이라는 것 이외에도 생활 속에서 중강도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활동의 종류도 알려주기에 어느 정도의 강도에 맞춰 몸을 움직일지 판단하게 된다. 주말만 해도, 쉬엄쉬엄 해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큰맘 먹지 않더라도 누구든 무리없이 효과적으로 지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생활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건강법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을 다룬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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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J의 다이어리
전아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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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쏙쏙, 아주 잘 들어온다. 오늘은 비까지 살짝 내려주니 습기까지 더해져 햇살이 더욱 쨍쨍하고, 돌아다니자니 햇빛이 따가워서 다닐 수가 없는 날씨다. 뜨거운 정도를 넘어서서 따갑다. 도로 위에 계란후라이라도 할 수 있을 듯한 날씨다. 이럴 때에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다. 소설책이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고 한 손에 쥐고 슬슬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을 여름 더위에 최고라고 생각한다. 한 손에는 책, 한 손에는 맥주. 이 책이 여름밤에 읽기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 J의 다이어리』는 Daum 작가의 발견 2nd 7인의 작가전 선정작이다. 2015년 3월 22일부터 연재 되었던 작품을 기본으로 하여 편저를 거친 도서이므로, 출간된 도서의 내용은 오로지 책에서만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전아리. 2008년 『직녀의 일기장』으로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2009년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받았다. 작가의 소설 중에 눈에 띄는 작품이 영화로도 제작된『김종욱 찾기』이다. 인상적인 작품이었기에 이 책에 대한 호감도 급상승했다. 이 책에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궁금해서 손에 쥐자마자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간호사 J는 <라모나 병원>에 취직했다.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나몰라 병원>이라 부른다. 어지간히 아파서 시내에 나갈 힘이 없거나, 단골 환자들을 제외하고는 동네 사람들조차 개인병원에 갔으면 갔지, 이 병원은 못미더워 하는 편이다. 병원의 특성상 "코드 레드"도 다른 의미이다. 다른 병원이라면 코드 레드는 환자가 위독할 때나 쓰이는 신호이지만 이 병원에서는 주로 환자들의 난리로 간호사들이 위험해질 때 쓰이는 편이다. 이곳에는 꾀병을 앓으며 입원하는 할머니 환자들을 비롯하여 자해공갈을 업으로 삼아 입원한 사람, 열여덟 살 미소년 중민이 등 환자인 듯 환자 아닌 환자같은 사람들이 입원하고 있다.

 

간호사 J, 이름은 정소정이다. 앞으로 해도 뒤로 해도 똑같은 이름. 간호사가 된 이유는 바람 핀 애인에 대한 복수심때문이었는데, 왜 간호사가 되었냐는 물음에 누구에게나 간단히 대답한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돕고 사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속사정과 다르게 남들 앞에서는 정답처럼 내뱉는 말에 살짝 웃음이 난다. 누구든 자신의 직업에 대해 너무나도 솔직할 수는 없을테니, 비슷한 사정의 사람들은 이 말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모습, 차차 회복되며 죽을 먹던 환자가 밥을 먹게 되는 모습, 쾌차하여 즐겁게 퇴원하는 모습만을 보는 게 나의 로망이었다. 그러나 막상 병원이란 곳은 목숨을 구하는 만큼 잃는 사람도 있다. 그곳은 즐거운 나의 집이 아니라, 신음과 비명, 외로움이 교차하는 삶과 죽음 사이의 좁은 방에 불과한 것이다. 그 사실을 각성해야 한다는 것에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58쪽)

 

이 책에서 <나몰라 병원> 아니, <라모나 병원>에서 간호사 J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볼 수 있다. 간호사 J의 사생활을 비롯한 남녀문제와 인간의 외로움 등 살아가면서 볼 수 있는 포괄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내용이 술술 읽히는 적당한 가벼움이 있어서 한여름에 읽기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6인실 병원에 입원하면서 여러 환자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모티브가 되어 소설 작품이 탄생했다.

아프면 모든 게 소음으로 들린다. 마음이 뒤틀리고, 걱정해 주는 말들이 그저 성가시다. 무언가를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한편으로는 예민해진 만큼 모든 말들이 뇌리에 남고 사람들의 작은 동작, 표정, 손길을 몸에 새기게 된다. 몸이 좀 나아진 뒤에 그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참고해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 (214쪽_작가의 말 中)

 

한 손에 쥘 수 있는 편안한 크기에 적당한 페이지, 이 책으로 무더위 속에서 적당한 피서를 즐겼다. 누구 하나 혼을 쏙 빼놓을 듯한 매력은 없더라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듯한 인물에 현실감을 느끼고, 좌충우돌 그들의 삶에 함께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손에 쥐면 끝까지 읽어나가게 하는 작가의 능력을 보니 왜 천재작가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젊은 작가의 젊은 시선이 상큼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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