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 - 사소한 고민부터 밤잠 못 이루는 진지한 고뇌까지
알렉산더 조지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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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생각해본다. 점심에 된장찌개를 먹을지 얼큰하게 고추장찌개를 먹을지 살짝 고민했었다. 외출했을 때에는 서점에 먼저 갈지 문구점에 먼저 갈지 고민했다. 바다를 보러 갈지 말지, 낮잠을 잘까 말까, 어떤 책을 읽을까 사소한 고민으로 하루를 채웠다. 가끔은 심각한 고민도 한다.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나의 소신과 현실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내 의견과 부합되지 않는 일을 할 때 망설이기도 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끝없이 질문을 던지게 되고,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사소한 고민부터 밤잠 못 이루는 진지한 고뇌까지, 이 책에는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변이 실려있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스탠퍼드, 예일, MIT 등 세계적인 철학 교수들이 고민을 해결해준다. 이 책에 나와있는 질문과 대답을 보며 나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알렉산더 조지. 관심 연구 분야는 언어철학, 수학철학, 분석철학이다. 1988년부터 애머스트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했고, 2005년 웹사이트 애스크필로소퍼즈를 개설하여 일반인이 질문하고 철학자들이 직접 답을 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그는 10년간 축적된 수천 건의 질문과 답변 중에서 중요한 것들만 편집하여 이 책을 출간했다. 현재 애머스트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AskPhilosophers.org

2005년 철학의 대중화를 위한 교육적인 목적을 바탕으로 개설된 웹사이트다. 전 세계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감정, 행복, 지식, 논리, 철학, 과학, 자살, 양심, 환경, 언어, 사랑, 윤리, 철학자 등 거의 모든 주제의 철학적 질문을 올리고 있으며, 철학자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이 질문에 답한다. 2015년 8월 현재 질문은 5,278개, 답변은 7,023개이며 총 53개의 주제로 분류되어 있다. 패널에 참여하여 활동중인 철학자는 23명이다. (책 속에서)

 

Part 01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인 문제들

Part 02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인 문제들

Part 03 일상적으로 우리가 늘 마주치는 문제들

Part 04 올바르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이 책은 크게 네 파트로 나뉜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궁금해지는 질문들이 많다. '왜 인간의 생명은 동물의 생명보다 중요한가요?'부터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 폭력을 즐기는 것이 잘못인가요?','실력이 뛰어난 의사가 진료비를 많이 받는 것이 윤리적인가요?','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행동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나요?','나보다 더 슬퍼하는 사람을 보면 왜 위안이 될까요?'.'상대방의 배우자에게 들키지 않고 바람을 피운다면 괜찮지 않나요?','다른 사람의 자살이 이해되고 공감된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걸까요?','열네 살 딸아이가 남자친구를 사귀지 못하게 막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절대로 들키지 않을 상황에서도 왜 물건을 훔치면 안 되나요?' 등 질문만 읽어보더라도 그에 관련된 답변이 궁금해지는 내용이 가득하다.

 

일반인으로서 그냥 궁금하다 말았던 질문도 있고 의문을 가질만 하다고 느껴지는 질문도 있다. 먼저 목차를 찬찬히 살피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답변을 정립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고 나서 철학자의 답변을 보며 생각을 정리해본다. 철학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깨닫게 된다. 책의 뒷부분에 보면 '집필진 소개'가 있는데, 이들의 이력이 화려하다.

 

먼저 '왜 인간의 생명은 동물의 생명보다 중요한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논한다. 그 장에 해당되는 질문들을 보면 보다 구체적이다. 개를 데려갈 수 없는 곳으로 이사가게 되었는데, 입양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개를 동물보호소에 맡긴다면 결국 안락사 당할 게 분명한데 수의사에게 데려가 안락사 시키는 것이 옳은 것인지 묻는다. 인간의 생존권이 다른 동물보다 더 중요하다면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할 수 있고 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능과 인식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난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인간에 대해서도 똑같은 권리를 갖는지 묻는다.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도덕적인 논거를 펼치기 힘들다는 사람의 질문도 있고, 식물이나 살아 있는 것을 먹는 게 나쁜 행동인지를 묻는 사람도 있다.

 

목차에 대한 질문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페이지를 넘겨 본문을 살펴보자. 그러면 그에 관한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담겨있다. 읽으면서 '맞아, 나도 이거 정말 궁금했어.' 생각하기도 하고, 답변을 보며 철학자는 이렇게 문제인식을 하고 그에 따른 답변을 논리적으로 해주는구나, 알게 된다. 모든 질문은 예상할 수 있듯이 명확히 답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질문은 철학자의 답변을 보더라도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해 답변을 생각해보고 철학자의 논리에 따라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는 조금은 달라진 듯하다. 생각이 깊어지고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막연하던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이라는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우러지는 책이다. 표지의 그림처럼 차 한 잔과 어울리는 책이고, 잠못 이루는 밤에 고뇌에 빠져드는 기억 하나쯤 갖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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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베트남 - 생생한 베트남 길거리 음식 문화 탐험기
그레이엄 홀리데이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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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음식은 쌀국수 정도만 알고 있다. 가끔 베트남 음식점에 가면 숙주나물을 가득 넣고 쌀국수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해지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몇 년 전 베트남 여행에서 맛본 쌀국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더운 데다가 걸어다니느라 지친 오후, 배를 채워야했는데 근처에 쌀국수 가게가 눈에 띄었다. 날이 더워서 따뜻한 국물 요리가 당기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먹기 전의 이야기였다. 한 번 입에 대니 줄줄이 순식간에 입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쌀국수에 놀라고 말았다. 이래서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더운 날에도 쌀국수를 먹는거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음식에 대해서는 '아무거나' 주의자라서 그런지 강하게 기억에 남는 음식이 없다. 어느 순간이 떠오르는 추억의 맛 정도만이 내 기억속에서 되살아나곤 한다. 베트남에서 맛본 쌀국수처럼 말이다. 예전에 했던 베트남 여행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길거리 음식을 별로 맛보지 못한 것이었다. 다음에 다시 여행을 간다면 길거리 음식에 대해 알고 가서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책 『맛있는 베트남』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보며, 먹어보고 싶어서 침흘리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다음 번에 베트남 여행을 가게 된다면 길거리 음식을 당당하게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레이엄 홀리데이. 영국 럭비에서 자라 1996년에 영어를 가르치려고 한국 익산으로 왔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베트남 고위공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베트남으로 건너갔다. 2001년부터 사이공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사이공의 길거리 음식을 전문으로 포스팅하는 블로그 <누들파이>의 운영자다. 현재 세네갈 다카르에 살고 있다.

 

여행 책자를 볼 때는 그곳의 복잡미묘한 냄새와 분위기를 느끼기에 부족하다. '베트남의 냄새와 분위기, 잭푸르트와 두리안, 신선한 꽃내음, 생닭, 디젤 연료, 향 등 모든 냄새가 혼합되어 있는 그 무거운 공기가 내 몸속 조직을 뚫고 들어온 것 같았다.(8쪽)' 이 표현을 보고 나니 잊고 있던 그곳 거리에 대한 기억을 내 몸속의 세포들이 떠올리는 듯하다. 짧은 기간이었기에 더욱 아쉽고 또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강렬한 것이 베트남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 책, 예상과는 다른 반전의 책이다. '맛있는' 베트남이라고 해서 음식 사진이 가득 맛깔나게 담겨있으리라 예상했는데, 휘리릭 넘겨보니 사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글 속에서 맛있는 상상을 해보자고 읽게 된 첫 글 '하노이'에 보면 대뜸 돼지 자궁 이야기부터 나온다. '인간 진화의 역사 속에서 도대체 누가, 어느 시점에, 어디에서 "음…삶은 자궁? 맛있겠는데?"라고 생각한 걸까?'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말에 공감하게 되기에 계속 읽어나갔다. 하지만 이 책을 한동안 방치해놓게 된 것은 너무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는 돼지 자궁 음식에 대한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삶은 돼지 자궁의 질감에 대한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에 그만 식욕을 잃고 말았다. 이 책이 '맛있는 베트남' 맞아?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베트남 사람인 응히아에게, 그가 '정말로' 좋아하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가 완벽한 재앙같은 첫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 요구를 한 데에는 한국의 익산에서 있었던 기억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었다. 중학교 영어부에 세 명의 중년 어머니들이 계셨는데 함께 식사를 하겠다고 간 곳은 서양식 레스토랑이었다. 맛없고 가격도 비싼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보니 진정한 베트남 음식을 먹고 싶어서 그렇게 질문한 것인데, 음식이 상상 이상이었나보다. 누구에게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강하게 남아있는 음식이 있다. 그런 음식들과 저자의 베트남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읽는 목적을 조금 바꾸면 받아들이게 되는 바가 클 것이다. 베트남에서 미처 맛보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 책을 보았다면 기대와는 달랐겠지만, 베트남 길거리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그곳을 현장감 있게 그려내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훨씬 솔직하고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여행 가이드북이나 다른 책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돌직구 베트남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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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셀프 트래블 - 2015~2016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1
이은영.한동철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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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여행해본 적은 없는 곳이 있다. 나에게는 라오스가 그런 곳이다. 셀프트래블 라오스를 읽으며 자꾸만 여행 바람이 들었다. 한 번 가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책의 첫 부분에 담긴 사진 때문이다. 라오스의 특색을 잘 보여주고 그곳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들이 들려주는 이력이 독특해서 더 매력적으로 보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이은영, 한동철은 여행 중에 만났고, 결혼을 했으며 함께 낸 책은 『미얀마 셀프트래블』이 있다. 여행 길에 좋은 인연을 만날 듯한 상상,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사람들이 들려주는 여행지 라오스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책으로 들춰보게 된다.

 

 

2015~2016 최신판이다. 여행가이드북은 실질적인 정보가 생명.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로 지금 당장 가더라도 책 속의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한 믿음이 생긴다. 게다가 저자들이 여행광이니 이 책은 직접 발로 뛰어 찾아낸 최신 정보라는 믿음에 손색없이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든다.

 

 

나를 사로잡은 사진들이다.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저절로 시원해질 것 같다. 또한 라오스만의 독특한 유적지도 가보고 그곳의 특징을 직접 발로 뛰며 접해보고 싶다. 그런데 라오스에 대해 전혀 몰라도 상관 없을까? 이 책은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을 테마로 작성되었고, '라오스 자유여행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북'이라는 점에서 걱정은 붙들어매고 든든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해도 좋을 듯하다.

 

이 책에서는 4박 6일 쏙쏙 라오스, 9박 10일 라오스 한붓 그리기, 15일 라오스 북부 완전일주 배낭여행 코스를 제공해준다. 시간이 별로 없는 직장인이나 처음 라오스를 가면서 살짝 그곳에 발만 담가놓고 싶은 사람은 4박 6일 코스, 좀더 시간 여유를 가지고 돌아다니고 싶은 사람들은 9박 10일이나 15일 정도 라오스 여행을 준비해도 좋을 것이다.

 

 

 

 

처음 가는 곳에 대해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이 있게 마련. 가이드북을 따라서 코스를 잡고 안전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여행지에서 일정은 변경되기 십상이니 자유여행으로 다니는 것이 그나마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것일테다. 코스를 보니 4박 6일이면 짧아도 알찬 여행으로 라오스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을 여행하는데, 비엔티안으로 입국하고 루앙프라방에서 출국하는 라오항공을 이용하면 더욱 알차게 여행할 수 있다는 팁도 알려준다.

 

 

라오스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라오스 하이라이트'를 보면 그곳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펼쳐보여주는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루앙프라방 올드타운부터 위앙싸이까지,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 있으면 표시해두었다가 다음 여행을 기약하면 된다.

 

 

여행 중 맛있는 음식만큼이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고 편안한 휴식이 되는 것은 없다. 라오스는 비록 가난한 나라지만, 아열대 기후 지역이면서도 메콩 강을 끼고 있어 굶주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하니, 현지 음식을 먹으며 라오스를 제대로 느끼고 오리라 결심하게 된다. 특히 올 때에는 라오스 커피인 씨눅 커피도 잊지 말고 사와야겠다.

 

이 책을 보며 혼자만의 여행 또는 처음 하는 여행을 위해 코스도 짜고 여행 준비를 할 수 있다. 저자들이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며 책을 쓰려고 노력한 결과이기에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볼거리, 숙소, 레스토랑은 직접 발로 찾아가 확인한 곳으로 다른 이의 의견만을 듣고 수록하지 않았다는 점, 최고로 정확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는 점이 믿음을 준다.

 

라오스의 일 년 날씨와 축제, 공휴일, 간단한 라오스 브리핑 등의 정보는 기본, 그곳의 범죄와 안전 문제에 대한 것까지 살뜰히 담겨있어 여행할 때의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숙소, 음식점, 교통편 등의 여행 정보도 잘 추려져 있어서 도움이 되는 책이다. 마지막에는 셀프트래블 라오스 맵북이 달려 있어서 여행 중에 휴대하기 좋도록 배려하고 있다. 라오스 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는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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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용이 있다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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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 보면 주의사항이 있다. '반드시 천천히 읽을 것' 주의사항을 그대로 따랐다. '의심하라, 생각하라, 비틀어라, 그리고 뛰어들라! 픽션이야말로 현실의 미궁에서 당신을 구원할 것이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나에게 색다르게 다가왔다. 얼핏 보면 얇은 책에 각각의 이야기도 짤막해서 금세 읽어버리고 말 것같은 책인데 나는 이 책을 자근자근 씹어먹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묘한 맛이 우러나는 책이다. 픽션이 현실의 미궁에서 나를 구원해주는 듯, 이 책과 함께 한 시간들이 상상 이상의 세계를 제공해주며 현실 세계와는 다른 곳으로 안내해주었다.

 

이 책의 저자는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1968년 스페인 마드리드 출생이다. 1994년 단편영화로 데뷔한 이후 스페인의 아카데미 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고야 상을 다섯 번이나 휩슬었고, 산세바스티안, 선댄스, 베를린, 발파라이소, 멕시코시티, 로스엔젤레스, 바야돌리드, 아바나 국제 영화제 등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다. 『여기 용이 있다』로 2015 만다라체 상을 수상했다.

 

때때로 사건들은 가능성의 테두리 밖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_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 책 제목에 나온 용들은 수 세기 전부터 고대의 미완성 지도들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지도들이 가리키는 세상이 끝나는 그곳에서 바로 지식이 생겨났다. 비축된 물이 다 떨어지기 전에 어디에서 배를 돌려야 하는지, 또는 배를 침몰시킬 최악의 협곡이 숨겨진 깊은 바다가 어디인지 그 지도 위에 주의 표시를 해놓았다. '여기 용이 있다'라고...(중략)...이 책은 항해자들이 위험 표지판을 보고 뱃길을 돌렸던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경고와 한계를 무시하고 환상이라는 미개척 공간으로 망설임 없이 나아간다. (7쪽)

저자는 이 책을 영화 시나리오 작업과는 별개로 잠깐씩 짬을 내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쓴 이야기라고 한다.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처럼 예산과 촬영 계획, 기술팀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런지 그의 자유로운 글쓰기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앞부분의 몇 꼭지에 담긴 이야기만 보아도 그의 글에 매료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 그래서 그가 말한 이 책 읽는 방법을 철저하게 따르기로 결심했다.

 

나는 당신이 이 책을 읽을 때 이야기 사이사이에 몇 초간 휴식을 취하기를 바란다. 또한 각각의 이야기들을 맛보기 전에 입속에 들어 있던 좋거나 나쁜 맛을 다 헹궈내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는 잠깐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그것이 힘들다면 앞에 있는 건물 벽이라도 바라보기 바란다. 또한, 이야기들을 순서대로 읽기를 권한다. 읽다보면 처음에는 이야기들의 미로 속에서 정해진 길이 없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엄연히 입구와 출구가 있다. 그 속에서 단계적인 진행이 있고, 순서에 따른 의도도 있으며, 일부 시적인 요소도 있다. 잘못된 우회로와 놀라움, 반전, 휴게소 등도 있다. 항해용 안내 지도들처럼 우리 행동과 백사장과 따뜻한 조수의 깊은 흐름을 파악하려는 특별한 나의 의도와 신중함을 독자들은 발견하게 될 것이다. (9쪽_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처음에 읽을 때에는 각각 다른 이야기가 짤막하게 나열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상징과 풍자로 뒤섞인 113편의 거대한 퍼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낀 후로는 그저 대단하다고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독자에게 보여주면서 '이 정도면 만족하겠지?'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이리저리 끌고다닌다.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그는 큰 틀에서 바라보며 이리저리 휘저으니 그의 상상력 앞에 주눅이 든다. 그러면서도 몇 초간 휴식하며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제발 그가 끝없이 창작하고 상상의 세계를 널리 퍼뜨리기를 바라게 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그대로 실행하기를 바란다. 믿으면 구원받을 수 있을테니 눈 딱감고 믿어보기를 바란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상의 세계에 초대받을 것이다. 조금씩 읽어나가다보면 그가 말하는 세계에 나만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어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책을 읽으면 연결되는 다른 이야깃거리가 저절로 떠오르게 되니 읽는 맛이 더해진다. 그는 진정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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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
한승원 지음 / 푸르메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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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니 시를 찾아보게 된다. 마음이 조금은 낭만적으로 변하고 무엇을 보아도 감동이 커지니 이런 때에 시를 읽다보면 마음속에 담아둘 시 한 편 정도는 건져내게 된다. 그 시가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보는 족족 다 마음에 들면 얼마나 좋겠냐만 누구에게나 마음이 흔들리는 시는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은 목적은 시를 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시 쓰기 비법을 담은 책을 보다보면 어떤 시가 잘 쓴 시인지 보는 눈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한승원.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50년 가까이 소설가와 시인으로 활동해왔다. 예전에 장편소설 『추사』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당연히 소설만 쓰는 분인 줄 알았는데, 시인으로도 활동했다는 사실을 늦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 혼자만의'라는 것과 '비법'이라는 단어가 저울질을 하면서 적당한 무게감을 주어서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들어가는 말을 보면 '시가 이미 당신 속에 들어있는데 그것을 당신이 지금 모르고 있을 뿐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시를 쓸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시가 이미 내 안에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자각한다. 세상에는 "시인들의 경우에는 30년이 훨씬 넘게 엉터리 시를 쓰고 살아도 그 엉터리 시가 엉터리 시라는 것이 들통나지 않는데, 소설가의 경우에는 엉터리 소설을 거듭 쓰면 3년 안에 엉터리 소설임이 들통나고 만다"는 말이 흘러다닌다고 한다. 일단 '들어가는 말'에서 시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는 촌철살인의 문장들에 눈길이 갔다. 특히 50세 전후에 몸이 많이 아파 소설을 쓸 수 없었을 때 시인으로도 활동하게 되었다는 점과 집필한 시집의 권수도 여럿 되니 그가 말하는 '시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좋은 시를 쓰려면 첫째, 시인으로서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님들이 도를 닦듯이 수양을 해야 한다. 그것은 시인답게 마음을 비우고 살기이고, 어린 아이처럼 우주의 여러 현상과 그 내면의 뜻을 발견하고 그것을 놀라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인의 마음이 갖추어진다면 이미 반 이상은 시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양새를 읊으면 곧 시가 되는 것이므로.

둘째,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를 판별하여 읽고, 그것을 암송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은 시인이 되려는 사람이 일차적으로 가져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다. 시를 아름답게 치장하는 수사법을 공부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8쪽)

좋은 시를 쓴다고 알려져 있는 유명 시인들의 대부분의 시들은 전통적인 선시의 영향을 받은 것을이 많다고 하는데, 사실 그동안 선시와 문학계에서의 시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진정으로 글쓰기에 몰입하려면 수양하는 듯이 마음을 비우고 사소한 미물에서도 우주를 보는 시각을 놓치지 않아야할텐데, 쓰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더라도 그런 마음을 담은 시를 찾는 것만으로도 시를 읽는 보람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뉜다. 1부는 시인의 마음 만들기라는 내용인데, 제1장 시인의 심성, 제2장 바다의 가르침, 제3장 시인의 삶은 곧 시가 된다로 구성되어 있다. 2부 선시란 무엇인가에서는 선禪에 대해 간단하게 짚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3부 시쓰기의 실제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시를 구분할 수 있도록 짚어준다. 4부 시 쓰기에서의 수사법은 기술의 문제인데 먼저 1부에서 3부까지의 내용을 섭렵하고 나서 비중을 둘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비법'이라는 말에 비중을 두고 바라보면 욕심을 부리게 된다. 혼란스럽지만 그냥 그가 이야기하는 비법에 귀기울이게 된다. '나 혼자만의'라는 수식어로 볼 때 시인 한승원만의 비법이니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선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조오현 스님의 선시를 읽어보겠다고 서평을 쓰기 전에 책까지 주문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시인 지망생의 경우에는 이 책 속에 담긴 비법 중 꾸준히 갈고 닦아 자신만의 비법으로 만들 만한 것도 있으니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를 쓰겠다고 결심한다면 평생 수행하는 마음으로 지속해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꼭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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