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의 신 - 술수가 아니라 마음이 만드는
다카기 고지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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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펼치면 이런 말이 있다.

정치를 무시하는 사람은

무시당하는 정치만 손에 넣는다.

_토마스 만

곱씹어보게 되는 글귀이다. 이 책의 처음에도, 마지막에도 이 말이 언급된다.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마스 만이 남긴 명언이다. 저자는 처세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사내 정치와 같은 비효율적인 일에는 관심 없다','물밑 교섭 등 밀실 정치 냄새가 풍기는 처세는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이처럼 사내 정치를 무시하고 등을 돌리는 사람이 늘어나면 자신의 사리사욕과 자리보전을 위해 사내 정치를 악용하는 간신배들만 득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사내 정치에 대해 알고 대처하고 처세에 관심을 갖고 행동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낀다.

 

이 책은 '사내 정치'에 대한 저자의 일화를 들려주며 시작된다. 사회 생활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정치력이 회사 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업무 능력이라는 점을 공감하게 된다. 저자가 배운 사내 정치 처세술의 진술을 이 책 한 권에 담아 내었다니 읽어보면 득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정치 감각이 부족한, 어떻게 보면 융통성이 부족한 보통 사람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내려갔다니, 바로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 『처세의 신』을 펼쳐들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다카기 고지. 도시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뒤 리쿠르트에 입사해 6년 연속 톱세일즈맨에 오르며 '전설의 영업왕'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현재 인사전략 컨설팅 기업 셀레브레인의 대표 컨설턴트로 있으면서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많은 기업에서 횡행하고 있는 사내 정치 행태를 분석하고, 조직 내 정치력 강화에 고심하는 과장급 중간관리자들을 밀착 취재하는 한편, 직장생활 고민 상담 조언자로서 일본 직장인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처세는 영향력이다, 제2장 처세는 말발이 아니다, 제3장 현실주의자만 살아남는다, 제4장 부하직원을 장악한다, 제5장 직속 상사를 공략한다, 제6장 중간관리자를 위한 파벌학, 제7장 처세보다 소중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 합하면 모두 27가지 관계의 법칙을 들려주는 것이다. '처세에 들어가기 전에'를 읽으며 처세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저자가 말하는 27가지 법칙에 귀기울이게 될 것이다.

 

사람이 모이면 정치가 생겨나고, 정치력이 부족한 관리자는 일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내 정치는 현실임을 인정하게 된다.

정치 그 자체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공동체를 영위하는 데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자 일상이다. 실제로 사내 정치가 없는 회사는 이 세상에 단 한 곳도 없다. (25쪽)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맞서는 딱 하나의 대처법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준비를 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하니, 필요성을 느꼈다면 이제 현실 인정과 대응책 마련 및 실천이 방법인 것이다.

 

회사 생활에서 사내 정치의 필요성을 스스로 뼈저리게 느낀 사람이 쓴 글이어서일까. 막연한 방법론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꽤나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을 잘 짚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체험이 녹아들어서 그런지 책을 읽어나가는 데에 가속도가 붙는다. 필요한 부분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사내 정치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책을 한 권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사내 정치를 생각할 때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고 추천해준다는 책 제목도 수첩에 따로 적어놓게 되고, 필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나간다. 저자의 말에 수긍하며 집중하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 행동해야 좋을지, 어떤 것이 상대방에게 특효약이 될지, 이 책을 보며 정리해본다.

 

이 책은 직장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읽어보아야 할 책이며, 정치 감각이 부족한 일반인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 납득이 가면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데에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힘이 있다. 때로는 뜨끔하고, 때로는 번쩍하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청산유수처럼 거침없는 논리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사람을 소위 '논객'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처세 잘하는 논객은 없다고 한다. 머리가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 법. 다양한 사례와 저자의 글솜씨, 현실에 꼭 필요한 조언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처세를 낯설어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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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미식수업 - 먹는다는 건,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후쿠다 가즈야 지음, 박현미 옮김 / MY(흐름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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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들어 외식을 안 하고 있다. 나 스스로 미식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무방비상태로 들어갔다가 폭탄을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은 식당이 몇 군데 있다보니 그냥 속편하게 내 방식대로의 음식을 먹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도 가끔은 외식을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맛집에 대한 견해가 주관적이어서 검색을 통해 얻어내는 정보는 믿을 수 없고, 메뉴라든지 위치 등을 고려해보면 멈칫하게 된다. 게다가 혼자 가야할 경우를 생각하면 그냥 포기하고 만다. 귀찮기도 하고 멋쩍기도 하기 때문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 쪽에 가까운 나는 가끔은 미식가들이 부럽다. 그들처럼 맛있는 음식에 대해 줄줄이 품평을 하고 싶지만 안 되는 걸 어쩌겠는가. 음식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의욕은 생기는데 실천은 쉽지 않다. 가끔 관련 서적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편이다. 이 책도 그냥 맛있는 음식에 대한 책인 줄 알고 읽어보게 되었다. 하지만 상상 이상의 재미로 나에게 파고든다. 이 책 《나 홀로 미식수업》을 보면서 먹는다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낸 저자의 입담에 감탄사를 내뱉게 되었다. 가끔은 속으로 혼잣말로 하던 말들이 이렇게 글로 표현된 것을 보니 반갑기까지 했다.

 

이 책의 지은이는 후쿠다 가즈야.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문예평론가로 정치, 사회, 음악, 인생론, 실용서 등 폭넓은 분야에서 왕성하게 집필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 《나 홀로 미식수업》은 문학과 에세이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제22회 고단샤 에세이상을 받았다.

 

이 책에서는 먹는 일에 대한 세세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두 포함하여 이야기해준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소한 일상을 끄집어내어 의미를 담아 독자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일이다. 먹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담백한 저자의 말솜씨에 이끌려 먹는 것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여럿이 가는 것에서 벗어나 혼자 식사하는 것이 괜찮겠다고 생각하자마자 고급 식당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런 곳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오싹해진다. 그러면서도 나도 한 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혼자서 식사를 한다는 것,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 먹는 행위가 무엇인지 탐구하고 알아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수업을 해보지 않으면 '먹는 것'에 대해 알 수 없음은 물론이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을 것입니다. (36쪽)

 

약간은 삐딱하지만 애교로 보이는 그의 글솜씨가 이 책을 유쾌하게 읽는 데에 한몫을 했다.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퀸 앨리스의 이시나베 유타카 셰프가 "한 가지 음식으로 배가 부르는 비천함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단어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회식이나 모임에서 나오는 음식에 대한 글은 압권이었다. '어쩌면 저란 인간은 정말로 밉살스런 인간일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덧붙인 마지막 문장이 앞의 모든 것을 포용하게 하는 말이었다. 밉상과 애교 사이를 묘하게 넘나들며 독자를 끝까지 끌고가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표지의 '먹는다는 건,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글을 보니 의미가 강하게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아직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생각도 막연하다.  

세련된 삶을 살길 원한다면 자신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반성의 칼날을 겨눠야 할 것입니다. '과자빵을 좋아하니까 먹으면 그만이지'라는 식이면 미식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삶을 살게 될 테니까요. '내가 빵을 좋아한 건 착각이었다, 부끄러운 일이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당신은 자신의 기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취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148쪽)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한 음식이 착각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본다. 단순히 글만 읽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루고 있는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함께 식사하면 좋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소심한 듯한 저자의 생각이 나와 코드가 맞다고 생각될 때에는 웃음을 터뜨렸다.

 

먹는다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이 책을 읽으며 살펴보았다. 홀로 식사를 한다는 것, 미식에 대하여, 더치페이와 그에 얽힌 의미, 미식과 매너, 미학, 미각, 기호 등 이 책을 통해 하나씩 짚어보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한가?'라며 혼자 생각했던 것이 나오기도 했고, '이렇게 까지 생각하는 건 너무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간이 먹는다는 것에 대해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재미있게 읽을 만한 미식 관련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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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서당 - 삶의 지혜가 담긴 동양별자리 이야기 북드라망 서당 시리즈 3
손영달 지음 / 북드라망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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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에 관심을 갖고 보니 그동안 서양의 별자리 이야기만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양의 별자리는 어떤 이름으로 불렸을까, 우리 선조들은 하늘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궁금했다. 도서관에서 찾아보려고 관련 서적을 검색했지만 서양의 별자리만 가득했다. 구입을 하고자 검색을 했는데 전문가용이거나 내가 소화해내기 어려울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 많았다. 깊이 연구를 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저 궁금한 생각에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땅치 않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와중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삶의 지혜가 담긴 동양별자리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북드라망 서당 시리즈 03권이다. 이 책의 저자는 손영달. 고전평론가다. 1981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다.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던 산골 마을, 동양별자리의 이름인 '자미원'이라는 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고전의 세계에 입문한 후 공부하면서 유독 동양의 하늘이라는 '회로'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앞부분을 읽어볼 수 있기에 이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미리보기' 시스템은 살까 말까 고민되는 책을 사도록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앞부분에서 호기심을 자아내면 성공이니 말이다. 구입하고 보니 이 책이 2014년에 초판 2쇄 발행본이다. 관심분야가 아니어서 2쇄 발행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별자리서당』은 잊혀져 가는 동양 별자리를 다시금 불러들이려는 목적 하에 쓰여졌다. 동양의 천문학을 '과학적'입장에서 평가하는 게 아니라, 고대인들의 하늘 보는 법 속에 녹아 있는 지혜를 배워보자는 것이다. (5쪽)

먼저 1부 우주 사용 설명서, 2부 하늘의 음양오행을 읽어나가며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본다. 우주의 운행법칙, 천문의 역사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보냈다. 앞부분을 읽으며 워밍업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궁금한 부분은 3부의 내용이었지만 앞부분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시선을 끌어들인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궁금증을 풀어간다. 동양의 별자리 28수를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훑어본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지도보는 법은 어떤지, 상세하게 일러준다. 단순히 이해할 수 없는 암호같은 그림이었던 것을 세세하게 쪼개어 이야기해준다. 또한 이 책에서는 서양의 별자리와 함께 쉽게 설명해주어 이해하기에 부담이 없고 눈에 쏙쏙 들어온다. 예를 들면 다음 문장처럼 말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사냥은 가을의 고정 테마로 등장한다. 서양별자리에 오만한 사냥꾼 오리온이 있다면, 동양엔 먹잇감을 찾아 세차게 뛰어내리는 서백호의 별들이 있다. 별자리의 위치도 비슷하다. 오리온자리는 서방백호의 자수, 삼수와 겹친다. 오리온의 머리 부분의 별이 자수이고, 오리온의 몸에 해당하는 별이 삼수이다. (214쪽)

 

계절에 따라 뜨는 별과 위치가 다르니 이 책을 어느 때에 보더라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하늘을 좀더 봐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밤하늘의 별에 관심이 생기고 있다면, 이 책을 곁에 두기를 권한다. 소장하고 계절의 흐름이 달라질 때에 한 번씩 꺼내 보아야할 책이다. 별들이 달리보일 것이다. 동양의 별자리가 궁금한 초보자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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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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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라는 소개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섭섭하기도 하고 아쉽게만 느껴졌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 사연에 대해서는 앞부분에 적혀있다. 신영복 선생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강의를 하지 못한다며 강의 대신 책을 내놓기로 했다고 한다. 즉 이 책은 이미 출간된 책과 발표된 글을 교재로 강의한 것이다. 강의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니고 마지막 책을 내는 것도 아닌데, 나의 이상한 오해가 이 책을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도록 했던 것이다.

 

물 흐르듯 펼치는 고전 공부와 인문학적 담론

'나의 대학 시절'이라 술회하는 수형생활의 일화들

이 책의 띠지에 보면 이 책이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강의를 듣는 것처럼 현장감을 느끼며 몰입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영복.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우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한 지 20년 20일 만인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2006년 정년퇴임 후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나무야 나무야』『더불어 숲』『처음처럼』등이 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을 다루고, 2부에서는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을 이야기한다. 솔직히 한달음에 빠져들어 읽게 되는 책은 아니었다. 앞부분에서는 살짝 고민까지 했다.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늘어지는 부분은 좀더 속도를 내어 읽어야한다. 읽다보면 분명 어느 곳에 이르러 가슴을 탁 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어느 순간 이 책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것이 자신 없다면 살짝 건너뛰다가 눈길이 가는 곳에서 멈춰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2부를 먼저 읽고 1부를 보아도 좋을 것이고, 건너 건너 읽다보면 다른 강의도 궁금해져 앞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읽지 않고 넘기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책이었으니 어떻게든 읽기를 권하게 된다.

 

첫인상은 낯설지만 갈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사람같은 책이다. 직접 강의를 듣는다면 더 와닿는 것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아쉽지만 책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글은 예전 책에서 본 듯하고, 어떤 글은 술술 넘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강의를 듣는다는 기분으로 따라 가다보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가르침을 얻게 되는 때도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읽게 된 책이다. 소장하고 천천히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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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 이호준의 아침편지
이호준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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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간, 모닝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책을 조용히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소리내어 읽으면 그 느낌이 다르고 아침이 상쾌해지기 때문이다. 소리내어 읽을 때에 글맛이 더욱 깊어지는 책도 있다. 하지만 소리내어 읽을만한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길이가 너무 길어도 안 된다. 앞의 내용과 이어져서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들거나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것도 곤란하다. 너무 어려워도 안 된다. 차 한 잔 마시면서 짧은 시간 동안 읽어나갈 휴식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주로 짧은 에세이이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을 읽게 된다. 이번 10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나의 아침을 함께한 책이 바로 이 책, 《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이다.

 

처음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세상살이에 지쳐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들려주는 에세이'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요즘 무리해서인지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를 받고 싶은 때였기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나보다. 이 책은 생각보다 나의 아침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아침편지'에 걸맞게 나에게만 들려주는 듯한 목소리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글의 길이가 짧기에 한 번에 대여섯 꼭지 이상을 읽게 되고, 그만큼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그의 글을 읽다보니 일상속 사소한 것들도 다 글의 소재가 되어 인상깊게 각인된다. 그림 그리듯 풀어내는 글, 글에서 뿜어져나오는 감성, 예사 솜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가 그제야 궁금해져 책날개를 펼쳐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호준.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의 뒷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10년 넘게 전국을 떠돌았다. 그가 집필한《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2》은 문화관광부 추천 교양도서, 올해의 청소년도서,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되었고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글과 사진이 실렸다. 시인이자 여행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시인이라는 소개에 눈길이 간다. 시를 쓰는 감성을 에세이에 잘 담아내어 그림을 그려 눈앞에 펼쳐놓은 듯 글을 썼고, 문장 속에서 시적 감성이 느껴진 것이었나보다. 이럴 때에는 그들의 감수성이 부럽다. 같은 곳에 내가 갔더라도, 나는 못 보았을 것들을 그들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웃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며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냥 스쳐지나가버리는 수많은 일들이 글 속에 잡혀 살아난 것 같다. 그의 글에는 사람살이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기차 안에서 만난 부녀', '어머니의 거짓말'을 보며 사람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을 배워본다. '명함이 구겨진 까닭은','무뚝뚝한 사내가 준 홍시' 등의 글을 보며 인터뷰어로 나선 그의 속사정을 보게 된다. '매미도 염불한다', '개도 그렇게는 안 한다' 등의 글에서 그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볼 수 있다. 군대 간 아들, 세월호 사건 등 사회 전반적인 사건사고와 그에 대한 생각을 엿본다.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느낄 만한 기본적인 생각을 이 글을 통해서 바라보게 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책이다. 아침편지를 매일 배송받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느 날은 좀더 많이 읽고 어느 날은 한 편만 읽었지만 금세 마지막까지 읽어버리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며 내 안에 이미 있지만 잊고 있던 일들과 언어를 일깨워본다. 허투루 보낼 수도 있는 아침 시간이 꽉 찬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리셋해본다. 그나저나 내일부터는 어떤 책과 아침을 함께 해야할지 살짝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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