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쓰지 않는 연습 - 불안.분노.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가르침
나토리 호겐 지음, 이정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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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다보면 별 것 아닌 일에 신경 쓰고 집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런 경우를 보면 시간 낭비, 감정 소모를 하는 듯하여 안타깝다. 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내가 분노를 하게 되는 경우에도 다른 이가 보면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낄 것이다. '왜 쓸데 없는 데에 집착을 하지?' 사실 본인에게는 엄청난 고통의 순간일지라도 주변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화 낸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이미 지난 일이니 잊을만도 한데 그러지 못한다. 그러니 이 책에 담긴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상황도 잘 모르면서 그게 무슨 무책임한 말이야!"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는 상황 설명이 와닿는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나토리 호겐. 1958년 도쿄 도 에도가와 구 고이와에서 태어난 나토리 호겐은 현재 못토이후도 미쓰조인 주지이다. 저자는 우리가 살면서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카메라맨처럼 상황의 일부분만을 잘라내어 인상에 남기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인생에는 기억에 남겨야 할 장면이 있는가 하면, 피사체로 선택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장면이 있다고 역설한다. 즉 신경을 쓰는 쪽이 더 나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신경을 쓰지 않는 쪽이 더 나은 경우가 있다고.

이 책에서는 잘못 선택하여 마음에 각인되어버린 피사체를 다른 각도에서 포착해보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좋을지 제시한다. (10쪽)

 

이 책은 총 6부로 나뉜다. 1부 '둔감해지기'에서는 불교는 착한 사람이 되라고 하지 않는다, 인생은 적당함을 알아가는 것,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상대방의 문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 험담은 하지도 말고 듣지도 말 것 등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2부 '그것은 당신의 지나친 생각', 3부 '우울할 때는 이렇게 생각한다', 4부 '비교하지 않는다, 책망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는다', 5부 '인생을 단순하게 바꾸는 힌트', 6부 '지금과 여기를 소중히 여긴다'로 이어가면서 금과옥조의 가르침을 전해준다. 읽어나가다보면 인생을 어렵지 않게 만드는 탁월한 가르침을 전해듣는다.

 

우리는 다양한 대상에서 의미를 발견하려고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힘든 상황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내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지만 「정행」을 보면 "당신이 직면해 있는 상황에 정해진 의미는 없다. 이쑤시개, 큰물, 다리, 무성한 나뭇잎, 곧은길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당신 자신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음을 닦기 위해 무엇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그것은 여러분의 자유다. (67쪽)

 

주지스님이 불교의 가르침을 적절히 섞어내어 일반인에게 설법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에서 종교적인 색채는 거의 못 느끼겠고 누가 읽어도 상관없이 자신에게 필요한 영혼 처방전이 될 것이다. 속세의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삶에서 문제시 되었던 부분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무래도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대하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반성하고 다른 이를 돌아본다. '거북한 사람과는 거리를 둔다'는 글에서 나름의 해답을 얻는다. 사람이 거북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갖추고 있는 속성이나 특성이 거북한 것이고, 나쁜 속성은 자신의 마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면 된다는 깨달음. 물론 이렇게 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보여준, 나에게도 깃들어 있는 나쁜 속성을 수정하는 작업을 해야한다는 점까지 지적하고 있다. 등대처럼, 가이드처럼, 인생의 화두처럼, 마음에 콕 들어와 박혀 새겨지는 문장들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짧은 호흡의 글이기에 출근길이나 외출했을 때, 자투리 시간 등의 짧은 시간을 활용해 읽어도 무난하다. 어느 부분을 읽어도 현재의 나에게 전해오는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을 대하는 일인데, 이 책을 읽으며 물 흐르듯 유연하게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을 잡아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제목이 다시 눈에 띌 것이다. 신경 쓰지 않기 위해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며, 불안,분노,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가르침에 귀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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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의 탄생 - 유럽을 만든 인문정신
이광주 지음 / 한길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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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란 무엇이며 '교양인'이란 누구를 말하는가. 누구든 이 질문을 접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는 '교양'이라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때 배운 표준어에 대한 정의가 떠오른다.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정의를 보면 '교양'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에 부수적인 해석이 달리지 않아도 우리는 '교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한다. 하지만 좀더 확장된 시선으로 '교양'에 대해 파악해보지는 못했다. 시대별로, 문화별로 각기 다른 교양의 모습은 짚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교양'과 '교양인'에 대하여 기본적인 것부터 역사적으로 훑어볼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이 책 『교양의 탄생』으로 시대와 문화별로 달라진 교양의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광주.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성사를 중심으로 유럽 문화 전반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지금은 인제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교양을 고전, 대학, 살롱, 극장, 여행, 도시 등 갖가지 토포스와 관련하여 박학다식하게 두루 살피면서 우리들을 교양의 역사로 안내한다. 이 책을 통해 교양과 교양인의 역사를 짚어보며 유럽을 만든 인문정신을 살펴본다.

 

초반에 다소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솔직히 제일 어려운 부분은 '책을 내면서'라는 저자의 글이었음을 밝힌다. 그 부분을 벗어나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 얹어두었던 마음이 살짝 가벼워진다. 그리스로부터 시작하여 종교, 대학, 극장, 살롱, 서재, 아카데미, 여행 등으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에 신기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듯 읽어나가게 되었다. 다양한 테마로 그 시절의 모습을 가늠해본다. 방대한 참고문헌이 책 뒤에 첨부되어 있으니 관련 전공자들이 읽고 참고하는 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이 소장용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방대한 자료를 섭렵한 것 이외에도 각종 그림과 사진 등의 자료가 질 좋은 종이에 인쇄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 번만 읽고 넘길 책이 아니라 여러 번 발췌독을 통해 곱씹어야 소화가 가능한 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의 질이 좋아야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뒷표지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가 이 책의 핵심 구성을 잘 간추려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양이 정신의 육성을 뜻하건대 교양인은 바로 마음을 경작하는 자이다.

그는 농민이 밭을 갈 듯 도처에 삶의 푸르름을, 교양의 토포스를 마련한다.

중세 가톨릭의 교권체제에서 이룩된 카롤링거 르네상스와 12세기 르네상스, 그 토양 위에 세워진 대학이라는 교양공동체.

그렇듯 정신을 기르는 교양은 밭을 가는 노동과 함께 인간의 본성을 이룬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교양 지향적이다.

중세 기사와 귀부인의 사랑이 궁정풍 교양의 모태가 되었듯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서, 책과 예술을 가까이하면서, 음식과 여행을 즐기면서, 도시와 국가를 가꾸면서 교양인이 된다. (책 뒷표지_이광주)

 

교양에 관한 갖가지 테마로 방대한 유럽 역사 문화의 정수를 뽑아내어 잘 엮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게 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훑어나가야 하는 책이다. 읽다보면 시간 순서에 따라 교양의 변천사를 살펴보게 된다. 또한 어떤 토포스를 현대의 교양과 연관지어 자신만의 논리를 구축해나갈지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다. 과거를 바라보며 이 시대의 교양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에 잠긴다. 이 시대의 교양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 교양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고 교양을 쌓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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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경제학의 귀환 - 주류경제학자와 비주류경제학자 불평등을 이야기하다
류동민.주상영 지음 / 한길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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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늘 들어왔지만 요즘처럼 체감하게 되는 때도 없는 것 같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개개인의 노력부족으로 모든 것을 돌리니 무한경쟁사회에서 사람들은 번아웃증후군에 시달린다. 열심히 하면 핑크빛 미래가 펼쳐지리라 생각하며 무작정 달리지만 현재는 암울하다. 특히 요즘은 수저계급론이라든지 포기한 게 너무 많아서 N포 세대, 해탈 세대라고까지 불리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 "요즘 애들은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해. 내가 옛날에는......"으로 시작하는 어르신들의 타령을 듣기에 민망해진다.

 

두 경제학자가 뭉쳤다. 이 책은 류동민, 주상영 공동저서이다. 류동민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설사를 강의하고 있다. 주상영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경제학과에서 화폐이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거시경제학과 화폐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다.

 

서로의 전공영역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불문율을 고수하던 지은이들의 관심사가 수렴되기 시작한 것은 부쩍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처지 그리고 '삼포'니 '오포'니 하는 젊은 세대의 우울한 전망을 깨닫고 함께 고민하면서부터였다. 영세 자영업, 비정규직 노동, 부의 대물림 등에 관해 문제의식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소득분배율이나 임금주도 성장, 이윤율 저하 등의 주제를 얘기하게 되었다. 하나는 조금 왼쪽으로 다른 하나는 조금 오른쪽으로 움직여 중간지점에서 만나면 의외로 많은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중간지점에서 부족하나마 몇 가지 공동연구를 수행할 가능성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8쪽)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이야기할까? 이 책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을 통해 주류경제학자와 비주류경제학자가 불평등을 고민하여 이야기한다니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서문에서 두 경제학자가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친구일 뿐만 아니라 같은 경제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데도 전문적인 연구자로서 활동한 지난 20여년 동안, 적어도 이 책을 구상하기 시작할 무렵 이전까지는 그 많은 경제 관련 세미나나 학회에서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고 밝힌다. 이들이 어떤 계기로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고 어떤 방식으로 책을 구성해나가는지 서문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지은이들에게도 강렬한 지적 자극을 주어 피케티에서 근대 경제학의 초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오늘의 문제를 짚어보게 된 것이다. 충분히 이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1장과 2장은 류동민, 3장과 4장, 5장은 주상영이 쓴 원고를 서로 돌려읽고 의견을 제시한 뒤 각자 책임지고 수정하여 이 책이 완성되었다.

 

이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1장 '분배에 관한 몇 가지 이론', 2장 '정체 상태', 3장 '성장인가 정체인가', 4장 '피케티의 등장', 5장 '불평등을 넘어'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경제학자라면 주류든 비주류든 모두 합해 '경제학자'라고만 알고 있던 나에게 세세하게 짚어주는 경제 이론과 경제학자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공식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낯설었지만 이내 적응하며 읽어나가다보니 경제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눈 밝은 독자라면 두 지은이의 관점에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경제라는 것이 절대진리가 아닌 이상, 이 책으로 알게 되는 경제 이야기가 오히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서 좋았다. 관련 전공자들에게는 이 책이 경제학의 역사를 훑어보고 경제학을 쉽게 접하며 토론을 벌일 소재가 되기에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반인들에게도 치우치지 않은 경제학을 접할 기회를 주기에 추천한다. 경제라는 단어만 들어도 경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말 것을 권한다. 하지만 우울한 경제학이 암울하지만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단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꼭 읽어보고 함께 생각해보아야할 점이라는 것이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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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
이석연 편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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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기억하고 싶은 문장 몇 가지 정도는 나오게 마련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에도 적어놓고 노트에도 적어놓는 등 정신이 없다. 막상 떠오르지 않아서 찾고 싶을 때에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이럴 때에는 검색해봐도 잘 안 나오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아깝게 놓쳐버린 명문장을 안타까워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그때마다 결심했던 체계적인 독서노트 작성은 지금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이런 때에는 좀더 다른 사람의 독서노트를 보는 것도 자극이 된다. 이 책 『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는 나에게 충분히 각성의 시간을 갖게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석연. 1994년 변호사로 나서 주로 공익소송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대표적인 1세대 시민운동가로서 경실련 사무총장(제4대), '헌법포럼' 상임대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 등을 맡았으며,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법제처장(제28대)을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서울' 대표 변호사, 사단법인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 '21세기비즈니스포럼' 공동대표, '책 권하는 사회 운동본부' 상임대표 등으로 활동 중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독서광인 그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권의 저서를 냈다.

 

이 책은 보통의 격언집이나 명언록과는 다릅니다. 독서와 여행을 통한 제 삶의 과정에서 직접 겪고 부딪히며 고민하면서 순간적으로 뇌리에 각인되거나 여운을 남기면서 스쳐 지나간 것을 그때그때 채취한 싱싱한 활어(活魚)로 가득한 '독서노트'에서 건져 올린 것입니다.(중략) 이곳의 활어들은 반드시 책에서만 얻은 것은 아닙니다. 신문기사에서 얻은 것도 있고, 여행지에서 본 좋은 표어나 문구, 유적에 새겨진 명언, 심지어 비문(碑文)까지 옮겨 적기도 했습니다. 영화 대사 중에서도 기억할 만한 것을 메모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받거나 기억하고 싶은 문장과 저의 단상을 적었습니다. 때로는 책 내용에 의문을 달기도 하고, 때로는 내용을 요약하거나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페이지에는 책과 상관없는 나만의 생각과 다짐을 오롯이 적은 곳도 있습니다. (5~6쪽)

 

저자는 유목적 읽기 방법과 기술을 소개한 적이 있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영원히 살아남는다'라는 유목민의 정신이 저자의 독서편력. 건너 뛰어 읽고, 장소를 달리하여 다른 책을 읽고(겹쳐 읽기), 다시 읽고(재독), 좋은 문장 베껴 쓰고 다시 쓰고 외우기 등이 바로 노마드 독서법인데 이 책이 노마드 독서법의 한 유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 『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는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인데, 프랑스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인간의 속성을 '끊임없이 옮겨 다닌다'는 의미로 쓴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하늘의 그물은 놓치는 것이 없다', 2부 '유언(流言)은 지자(智者)에게서 멈춘다', 3부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이 있었던가'. 다소 생소한 제목에 3부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펼쳐들면 어느 곳을 먼저 읽어도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게 될 것이다. 또한 어떤 것을 읽든 빨리 읽어나갈 것이 아니라 행간에 숨은 뜻을 잘 파악하며 천천히 음미해야할 것이라 여기게 된다. 사실 이 책의 1부 제목인 '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성기지만 놓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을 학창시절에 인상깊게 보았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보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밑에 저자의 첨언이 있다. '죗값은 반드시 치르게 된다. 지난 2007년 대선 막바지에 BBK 사건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검찰이 공소장에 적어 넣은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누가 말했는지 가물가물하던 말은 출처가 명확해지고, 새롭게 알게 되는 글 또한 마음에 새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다양한 책의 핵심을 엿보게 된다. 누군가가 정리해놓은 써머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정리가 깔끔하게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에 책읽는 보람을 느낀다. 가끔은 이런 책을 통해 명언을 집약시켜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이석연 변호사의 독서 노트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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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스캔들 -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 이야기 명작 스캔들 1
장 프랑수아 셰뇨 지음, 김희경 옮김 / 이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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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면 그림 감상을 위해 힘들게 걸어다닌다.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 하나 발견하지 못하는 날에는 그저 다리가 아팠던 기억만 남는다. 어쩌다가 눈길을 잡아끌어 그 앞을 떠나지 못하게 되는 작품을 발견하면 그 맛에 미술관을 또 찾게 된다. 책을 읽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모든 책이 나를 뒤흔들어놓지는 못하지만, 어쩌다 만나게 되는 한 권의 책에 전율을 느끼고 그 맛에 계속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책을 읽든 작품을 보든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옮긴이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이들은 작품을 낳은 예술가의 삶과 사랑, 상황과 맥락에 주목합니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이 아닌 만큼, 그 작품의 기원과 역사적 현실을 돌아보는 일은 작품의 이해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거죠. (옮긴이의 말 中)

이 책은 미술가를 살펴봄으로써 작품을 이해하는 키를 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흥미로워진다.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 이야기'라는 설명에 걸맞는 책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장 프랑수아 셰뇨. 프랑스 주요 주간지 <파리 마치>의 문화부장 겸 편집부국장. 오랜 기간 이 책을 구상해온 그는 집필하기 전 여러 가쳬 취재 여행을 떠나 현장을 돌아보고, 여러 명의 미술사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했으며, 꼼꼼하게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거장 조각가 프락시텔레스에서부터 희대의 위조범이었던 판 메이헤른에 이르기까지 열세 명 예술가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그들 영욕의 작품들을 마치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풀어놓습니다. 미술사학자의 해설이었다면 자못 지루했을지도 모르는 이 일화들은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꼼꼼한 자료 탐색과 생생한 문체를 통해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됩니다. 때로 가슴 뭉클하고, 때로 푹 빠져드는 이들 천재 예술가들의 이야기에서 독자들도 저처럼 그 여운이 오래 남는 진한 감동과 고양된 문화 체험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옮긴이의 말 中)

 

이 책은 프락시텔레스, 히에로니무스 보스 등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시작하지만,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화,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 등 누구든 알고 있는 명작 이야기도 함께 들어있다. 모나리자의 실종 사건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고 아찔하여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아슬아슬한 느낌이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미켈란젤로에 대해서는 작품만을 보아오다가 인간적인 모습을 가늠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20미터 높이의 천장에 누운 자세로 매달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얼굴에 떨어지는 물감을 맞으며 천지창조를 그리려고 고군분투하던 시절도 있었고, 불편한 자세로 몸을 혹사했기에 몸도 마음도 노인처럼 늙어버렸다는 글을 보니 그저 작품을 보고 '잘 그렸다'라고 감탄하던 것 이상으로 인간적인 면이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한 판 메이헤른을 알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명화 위조범. 1932년 프랑스로 건너가서 유명한 화가들의 위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페르메이르(베르메르)와 더 호흐의 작품을 많이 위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나치 사령관 괴링에게 명화를 팔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전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죄를 자백함으로써 전모가 밝혀졌는데, 그에 얽힌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마치 판 메이헤른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듯 들뜨기도 하고 조마조마한 느낌으로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책 내용을 보면서 현장을 상상할 수가 있었다는 점도 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이 책을 통해 숨겨진 스캔들을 들여다보며 역사를 들춰볼 수 있었다. 인간의 여러 가지 형태를 압축시켜놓은 듯, 화가의 그림을 통해 세상을 본다. 시대별로 발전해온 미술의 형태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면서 미술가 개인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림을 통해 그 시대의 문화를 볼 수 있고 분위기를 상상해본다. 다 읽고 나니 옮긴이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낡은 격언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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