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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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생각해보니 지금껏 김진명의 소설은 나에게 새로운 창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 실제 사실에 무관심했던 나에게 소통의 창이 되어주었고 못보던 세상을 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었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 실제 인물을 소설이라는 구도 속에서 바라보았고,『고구려』를 보며 치열한 전쟁 속에 인생을 볼 수 있었다. 적당한 속도로 진행되는 역사 이야기에 손을 뗄 수 없는 매력을 느끼며 역사소설이 주는 선입견을 깨는 시간이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1026』인데, 새움 서포터즈 1기로 읽게 된 소설이다. 한동안 정치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살았기에 이 책을 개인적으로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탐정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소설 속 이야기에 빨려들어간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소설이다. 오랜만에 소설 읽는 맛을 제대로 느끼며 몰입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은 『한반도』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소설의 개정판이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미스터리한 하루, 10월 26일을 다룬 소설이다. 2010년에 1쇄를 발행했는데, 2011년에 초판 22쇄를 발행한 만큼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부터 10.26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다. 10년 전 소설 말미에 붙였던 작가의 말을 언급하는데 반드시 이 부분부터 읽으며 소설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한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아주 특별한 명령 하나를 내린다.

미국 정부의 어떤 공무원도 다른 나라 지도자의 암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특별 명령 11905)

이 특별한 명령은 그로부터 5년 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글자 한 자 고쳐지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되풀이된다. 왜 이런 이상한 특별 명령이 반복적으로 내려졌을까? 소련이나 중국을 공격할 때 곧잘 인권을 들먹이던 미국으로서는 한 번 선포하기에도 부끄러운 내용일 텐데…….

나는 형식논리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결론에 이르렀다. 이것은 1976년과 1981년 사이에 외국의 원수가 암살된 일이있고, 그 암살에 미국의 공무원이 개입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그 사이에 암살된 외국의 지도자는 누가 있을까? 나는 그 사이에 암살된 외국의 지도자로 지구상에서 오직 한 사람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박정희였다. (7쪽_작가의 말 中)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지속적으로 의문을 던지는데, 그에 대해 함께 의문을 가지며 소설을 읽을 마음가짐을 다지게 된다. 그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고 여기에서부터 머릿속에는 끝없는 의문으로 가득차게 된다. 10월 26일 단 하루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으며, 거기에 얽힌 배후에는 어떤 사실이 숨겨져 있는지, 소설 속 인물인 서수연과 변호사 이경훈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반 단행본 두 권이 한 권의 양장본으로 묶여서일까? 작가는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나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느 노인의 죽음, 조금씩 드러나는 단서 등 이 소설에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속도감이나 몰입도를 놓고 볼 때 물 흐르듯이 술술 넘어간다. 막힘없이 잘 읽히는 책이었다. 잔가지를 쳐내고 굵직굵직한 이야기 줄기를 타고 가는데, 읽다보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오리무중이었던 사건에 단서가 하나씩 발견하게 되면 함께 의문을 가지며 하나하나 짚어나가게 된다. 사건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갈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이들의 이야기에 시선을 고정했다.

 

역사소설을 읽을 때에는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타기를 해야한다. 하지만 읽기에 몰두하면서 어느 부분이 사실일까 궁금했던 마음은 슬쩍 사라지게 된다. 어느 순간 소설 속에 스며들어 등장인물들의 마음속에 들어가게 된다. 팩트이든 픽션이든 간에 그것은 더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속에서 발견하는 진실은 독자의 몫이고 독자들의 생각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계기로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관심이 생겨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현재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라는 주제로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연재글이 『1026』과 연관된 글이니 관심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음뉴스펀딩주소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3114

 

 

이 소설을 다 읽고나니 작가의 말이 맴돈다. 지난 일이라고 시선을 뗄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 부분만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고 이 땅을 우리보다 오래 살아갈 후손들을 위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의 선택이 다음 세기의 한반도 역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20세기 최후의 20년간 이 땅에서 격동한 참된 역사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 사건들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 모든 현상의 배후에서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를 알아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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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관계다 - 그래티튜드 경영
이병구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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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경영자들의 고뇌는 더욱 깊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때에는 책을 통해 다른 이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실천에 옮길 부분을 찾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예전에 드라마 <상도>를 보면서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상 깊게 기억했다. 최인호의 동명 소설을 읽으면서도 계속 강조되는 그 말을 새겼지만 과연 현실에서 적용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 『경영은 관계다』를 보며 기업을 성장시키는 가장 본질적인 힘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지속 성장의 비결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배우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이병구. 혁신적 중견기업 (주)네패스 창업자이며 대표이사 회장이다. 관계의 힘을 활용한 네패스의 경영은 25년 전 홀로 창업해 현재 직원 2,000명의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일궈낸 에너지의 진정한 원천이 되었다. 저자는 이 에너지의 원천을 '그래티튜드(Gratitude)'라고 부르는데, 사전적 의미로는 '고마움, 감사하는 마음'을 뜻한다. 그것은 고갈되지 않는 성장 에너지이며 세월이 흘러도 결코 퇴색되지 않는 지속 성장의 배경이 되어준다. (책표지 中)

 

먼저 이 책의 추천사 중에 나의 시선을 끌어들인 문장을 살펴봐야겠다.

-이 책은 생존 자체가 어려운 저성장 시대에 지속 성장을 염원하는 경영자들이 일독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_김기웅(한국경제신문 대표)

-아주 작은 것부터 정성들이고 신경 써준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면 더 이상 고객도 직원도 곁에 있어주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남은 마지막 솔루션은 '감사'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를 이미 경영에 도입하여 하나의 유기체로 잘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제 잃어버린 성장 DNA를 찾아 대한민국 모든 기업들이 '감사 경영'에 함께할 때이다. _오영호(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이 책은 총 네 파트로 나뉜다. 먼저 서문에서는 '지속 성장을 가능케 하는 7가지 솔루션'을 제시해준다. 지속 성장의 힘은 내부에 있음을 강조한다. Part 1 '저성장 시대의 마지막 핵심 자본: 감사'에서는 경영자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사 경영에 대해 배워본다. 감사는 경영을 이끌어가는 근원적인 원리임을 깨닫게 되고, 3.3.7 라이프, 경영 혁신의 핵심을 살펴본다. Part 2 '구성원의 성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에서는 회사란 직원들이 가진 마음과 능력의 총합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먼저 '사람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관점이 철저하게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Part 3 '감사를 시스템화하는 실천적 방법들'에서는 구성원의 마음을 감사로 물들게 하라고 한다.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어떤 점이 필요할지 살펴보자. 마지막 Part 4 '조직문화는 성과를 이끌어내는 힘이다'에서는 조직문화가 '문화'에 그친다는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어떤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경영자는 훨씬 유연하고 손쉽게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면서 매일 리스타트하는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인지 배워본다.

 

기업의 활동 목표가 '이윤'이라는 말하는 것은, 우리 삶의 목표가 그저 '생존'이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지나치게 격하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저 살아서 숨 쉬고 밥 먹고 잠자는 것은 결코 삶의 목표가 될 수 없다.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윤은 기업 활동의 필요조건일 뿐, 오직 그것만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37쪽)

이 책에서는 네패스의 경영이념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을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반짝 효과를 내는 마인드가 아니라 기본을 생각하는 고뇌를 보게 된다. 네패스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봤을 때, '목적이 이끄는 회사'를 만들려고 한 점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네패스는 '감사'를 핵심 가치로 하여 봉사하는 생활, 도전하는 자세, 감사하는 마음을 경영 이념으로 삼아왔다. 이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인재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능률을 높이고, 최종적으로 고객 가치를 창조하는 활동을 했다고 한다.

 

동기부여가 지그 지글러"나는 감사할 줄 모르면서 행복한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라고 한 말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왜 '감사'가 중요한지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풍족한지 인식하면서 그 자체로 행복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사할 일이 있어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를 시작하면 주변의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이 된다는 점을 이 책에서는 강조한다. 또한 혁신과 창의성의 비밀이라고 알려져 있는 관찰력을 키워 본질을 깨닫고 감사 훈련을 통해 조직문화를 강화할 수 있다.

 

위로부터의 변화는 일시적이기 쉽다. 하지만 직원 하나하나의 마음을 변화시키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지속 가능한 창의적인 경영이 성취될 수 있을 것이다. 직장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직원 개개인이 행복하고 감사한 일상을 보내면 그 기업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한 일을 찾는 관찰력을 키우고, 음악을 듣고 독서를 하며 회사를 즐거운 놀이터로 만들어 직원 개개인의 행복을 보장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이 커질 것이다.

 

한 기업에서 실제 도입하여 실행 중인 '감사진법''n가족 행동규범 10계명'에 자극을 받아 실천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개인 또는 공동체 모두에게 근본적인 통찰을 유도한다. 한 번 실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시점에서 바로 시작하면 될 것이다. 꾸준히 실천하다보면 삶에 대한 마음이 바뀌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어느새 자라나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을 경영자들이 읽어서 기본을 다지고 함께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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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2040 여자들을 향한 돌직구 인생상담
이경제.양재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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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의사 이경제와 정신건강전문의 양재진의 '2040 여자들을 향한 돌직구 인생상담'이다. '남자들이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지 알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때로는 시원하게, 때로는 솔직하게 까발리고 뜨끔하도록 발언하는 이들의 조언을 보고 있자면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된다. '여자보다 여자를 잘 파악하고 명쾌한 답변을 하는구나.' 

 

이 책의 프롤로그의 제목은 '멋진 인생은 당신 안에 있는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즉 이 책 안에 담긴 인생상담은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가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이것이 정답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들의 조언에 귀기울이게 되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낚아챌 수 있다.

저희 두 남자가 언급한 내용들은 20~30년 동안 임상에서, 인생에서 터득하고 느낀 것들입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그저 자신의 답이 있는 것이죠. 그대로 살아도 좋습니다. 사회나 타인이 바라보는 시각에 덜 고민하고 덜 심각하면 어떨까요?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면 쉽게 지칩니다.

편안하고 재미있는 게 행복입니다. 만남, 공연, 독서, 여행 등 뭐든지 다 좋으니 일단 즐기십시오.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의존하려는 습관 때문이며, 불행에 대해 남 탓을 하는 건 의존입니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비교'입니다. 지금 행복하다면 멋진 인생입니다. (2015년 초겨울에 이경제,양재진)

 

이 책은 총 6부로 나뉘는데, 결혼, 외모, 사랑, 일, 가족, 심리신체적 병리증상에 대해 다룬다. 전체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특정 상황의 여성이 고민을 들려주고 그에 대해 이경제와 양재진이 각각 상담을 해준다. 여성의 고민은 다양하다. 결혼, 다이어트, 성형수술, 회식, 아이, 쇼핑, 불면증 등 소소하게 생각되는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다양하다. 임상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상담을 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런지 답변에 힘이 실려있고 신뢰도가 높아진다. 같은 상황이라면 나라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될 무렵 이 두 남자의 명쾌한 답변 앞에 어느덧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문제라고 생각하면 심각하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면 다른 각도로 생각해볼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반은 여자이고, 이들 중 이 책 속에 포함되는 고민 중 한두 가지는 반드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지나친 편견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고, '정'으로 포장된 오지랖을 통해 상처를 받는 일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답답한 기분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반대로 그런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에 속이 콱 막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고, 여성의 모습이고, 어쩌면 나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대의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힘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주면 좋겠다. 이들이 인생의 길에서 고민하고 방황할 때 이 책이 인생의 정답을 찾는 힌트가 되어줄 것이다. 먼저 고민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임상 전문가들의 조언을 새겨보는 것만으로도 자신만의 정답을 찾는 데에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이 책을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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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 누나, 혼저옵서예 - 제주로 간 젊은 작가의 알바학 개론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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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많은 외지인이 들어오고 있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입도했고 점점 그 숫자는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 중에는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여 즐겁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 도시를 잊지못해 또 다시 짐을 싸서 돌아가기는 사람들도 있다. 전혀 다른 문화에 제주이민자라고도 불리는 이 사람들 중에는 귀농귀촌인, 문화이주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왜 이주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지내는지 등 다양한 사람살이를 책을 통해 보게 된다. 하지만 편의점 근무 알바생의 이야기는 처음이다. 제주이주민뿐 아니라 다른 곳의 편의점 알바를 통틀어 처음 읽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색깔 있는 사람들이 산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제주로 간 젊은 작가의 알바학 개론'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 『효리 누나, 혼저옵서예』를 읽으며 유쾌하게 깔깔 웃을 수 있었다. 젊은 작가의 통통 튀는 매력이 가득 담긴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차영민. 소설가, 편의점알바생, 요망진 제주 청년이라고 한다. 1989년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나 현재는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제주도 북서쪽 작은 어촌 마을인 애월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편의점 알바생'이라는 위치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풀어나가고 있다. 소설가이기 때문일까? 글이 맛깔나게 흘러간다. 흥미진진하고 유쾌상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비교적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일하는 편의점 야간 알바에도 전혀 심심치 않을 것 같다. 단골들도 꽤나 있을 듯한 예감이 든다. 이 책을 통해 편의점 안에서 별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있었던 일을 들려준다.

 

요즘들어 제주에도 편의점이 곳곳에 생기고 있다. 가끔 지나가다 보면 '이렇게 외진 곳에서도 24시간 영업을 하나? 그 시간에도 사람들이 올까?' 생각될 때가 있다. 그런데 작은 마을의 편의점이라면 더 하지 않을까. 제주도에서도 외진 곳으로 알려진 애월읍에서 편의점 알바로 일하며 겪은 일들을 구수하고 재미나게 엮었다. 별의 별 사람들을 겪으며 있었던 일들이 재미있게 변신한다. 꽤나 재미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제주도의 한 편의점 알바가 바라본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었다.

 

9시 40분 막차 시간 이후에 인적이 더 뜸해지는 곳. 자정이 넘으면 거리에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아지고, 그나마 다니는 사람들은 택시 기사, 경찰, 취객이 대부분이라는데, 그중 취객이 편의점에 찾아온다는 것이 문제. 온갖 기기묘묘한 괴인들의 출몰 이야기에 눈길을 고정한다. 갈지之 자의 현란한 스텝을 선보이며 다가온 취객에게 "내가 왕년에 말이야"로 시작되는 과거사를 참아가며 듣기도 하고, 좌충우돌 에피소드에 웃픈 느낌이 들기도 한다.

 

편의점 차 알바의 빵굽기 성공담도, 수상한 미술가 선생님의 '자네, 나 왔네!' 이야기도, 태풍 '볼라벤'이 왔을 때의 일화와 개,고양이 손님에 얽힌 이야기 등 편의점 안에서 바라본 세상사를 이 책을 통해서 본다. 편의점에서 펼쳐지는 차 작가의 일상에 큭큭 웃으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 하기도 하고,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그래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콘셉트로 엮어나간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외로움이었다. 제주도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배타성이 훨씬 짙다. 태생이 '육짓것'인 나 같은 사람에게 제주 토박이들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 이주민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래 살지 못하고 떠났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주도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단 하나, 이 땅에 오래도록 함께할 사람인 걸 알게 해주는 것뿐이다. (299쪽)

 

제주도에 이주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책을 출간하면 좋겠다. 흥미롭게 읽을 용의가 있다. 이 책을 통해 모르던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냈다. 젊은 청년의 익살 가득한 문장에서 위로받는 느낌이다. 기분 좋게 웃으며 다른 세계를 엿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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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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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에디톨로지』를 읽었는데 연말에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를 통해 '김정운'의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한 해에 두 권의 책 가득히 이야기를 쏟아부을 수 있는 열정이 부럽다. 처음에는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제목이 강하게 와닿지 않았는데, 아마도 저자의 이미지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이 어찌 외로울 수 있겠는가. 선입견이겠지만 외로움과는 거리가 먼 듯한 인상이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 책도 이전의 책들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김정운. 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2012년 만 오십이 되던 새해 첫날, '이제부터 하고 싶은 일만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오랜 꿈이었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며 저작 활동에 몰두했다. 4년간 『에디톨로지』『보다의 심리학』(번역) 등을 출간했고, 『이어령 프로젝트』『바우하우스』(가제) 등의 출간을 준비했다. 이 책은 일본 생활의 시작과 끝을 담은, 지난 4년의 결산이자 격한 외로움의 결실이다. 2016년 여수로 내려가 화실을 마련하고, 진돗개 두 마리를 기르며 그림 그리고 글 쓰는 것이 꿈이다.

 

"지금의 내 몸과 마음이 정상일 거라는 그 '터무니없는 믿음'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 망가져 있습니다. 대한민국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다 만나봤습니다. 대부분 정상이 아닙니다. 본인만 모릅니다.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봅시다. 그 위치까지 가려고 도대체 얼마나 미친 듯 살았겠습니까? 얼마나 이를 꽉 물고 버텼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경쟁자들을 밟고 그 자리까지 갔겠습니까? 그런데도 자신의 몸과 마음이 형편없이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주위 사람들은 다 압니다. 그가 가진 돈과 권력 때문에 아무 말 하지 않을 따름입니다. 그러다가 다들 '한 방'에 훅 가는 겁니다. (6쪽)

프롤로그의 글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주변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된다. 무언가 해내는 사람들은 그 위치에 가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저자는 동물도 몸에 상처가 생기면 끝없이 외로운 시간을 보내니 사람에게도 '격하게 외로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외로움을 견디고 성찰할 필요가 있고, 고독에 익숙해져야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김정운의 책은 일단 재미있다. 재미가 있기 때문에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가벼운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강약 조절을 해서 학술적인 정보를 전달해주기도 하고 개인 이야기를 심심치않게 들려주기도 한다.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재주가 있어서 자꾸 찾게 된다. 심각하거나 어렵지 않고 농담도 던져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무게감을 빼고 웃음코드를 심어놓은 책을 읽는 것도 나름의 휴식이다. 김정운의 책은 적절한 활력이 된다. 깔깔거리며 웃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도대체 이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거지?" 라며 혼잣말을 내뱉으며 웃다보면 즐거워진다. 후련하고 속이 시원하다.

 

중간중간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작품활동을 하려면 '가끔은' 정말 '격하게' 외로워야할 것이다. 그래야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무겁고 어둡고 진지한 것이 아니라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림으로도 정신세계를 표현해낸다. 작품명과 작품을 보면 고정된 생각을 떨치고 사고의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글로만 전달받던 그의 세계를 보다 넓게 바라보는 느낌으로 찬찬히 보게 되었다. 깔깔 웃어가면서 유쾌한 기분으로 감상해보았다.

 

읽고나니 저자의 에필로그에도 맞장구치게 된다. '내가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하면 그 글을 읽는 사람이 내가 글을 쓸 때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는 사실'을 독일어로 '외화'라고 한다. 그래서 되도록 즐거운 상태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려고 애쓴다고. 저자의 노력이 이 책을 읽는 시간을 즐거움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함께 글을 써서 독자와의 상호작용이 더욱 활발해지는 것을 느꼈다는 저자의 글을 보고 나니 그림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예술적 사유, 인문학적 성찰, 사회분석적 비평을 쉬운 언어로 술술 풀어나가서 즐겁게 읽었다. 시대와 일상, 개인적인 것을 쉽고 적나라하게 이야기해주고, 이 책을 읽는 독자 개개인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집어내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심리학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주고 아주 쉽게 풀어나가서 기분 좋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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