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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컬렉션 - 호암에서 리움까지, 삼성가의 수집과 국보 탄생기
이종선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평점 :
'삼성가'와 '문화'하면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이 떠오른다. 삼성과 관계된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는데, 삼성가의 컬렉션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삼성가의 검수와 동의를 받아 일반 대중을 위해 최초로 출간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고,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보유 과정과 뒷이야기까지 풀어냈다는 점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책이다.
《리 컬렉션》은 호암미술관을 만들고 지금의 리움미술관까지 이어지는 20여 년간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 가장 가까이서 삼성가의 명품 컬렉션을 주도하고 박물관 건립과 성장을 이끌었던 저자가, 삼성가의 검수와 동의를 받아 일반 대중을 위해 최초로 출간하는 책이다.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명품컬렉션의 시작부터 국보 1백점 프로젝트를 거쳐 현재 간송미술관 이상으로 가장 많은 국보급 문화재를 보유하기까지 그 안팎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날개 中)
만약
수천 년에 걸쳐 남겨진 인류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단 하루밖에 없다면,
저는 주저 없이 바로 '박물관'으로 향하겠습니다.
_헬렌 켈러
이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글이다. 첫 시작에서도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마음에 잔상을 남긴다. 때로는 여행을 하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무의미하게 발걸음을 하기도 하고, 아예 그곳에만은 가지 않기도 했는데, 이 글귀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인류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에 대해 너무 소홀했다는 점, 좀더 긴 시간 속에서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 문화재라는 점을 떠올린다. 이 책을 읽다보니 특히 박물관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는 이종선. 고고학자, 미술사학자, 수집학자, 박물관학자이다. 1976년 삼성문화재단의 호암미술관 설립과 개관 및 운영을 위해 특별 채용되어, 전문연구원에서부터 연구, 전시, 교육 등의 활동을 총괄하는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실질적인 책임자인 부관장(이사대우)을 역임했다. 20여 년의 재임 기간 동안 중국 국보급 문화재인 자금성 소장 미술품의 '명청 회화 명품전', 영국 V&A박물관의 한국실 설치 협의, 헨리 무어 한국특별전 유치 등 박물관 운영과 전시, 연구, 해외교류 사업을 주도했다. 특히 삼성가의 국보급 문화재 150여 점 수집과 확보를 최전선에서 이끌었다.
이 책에 쓰여진 모든 이야기는 결코 삼성이라는 기업 주변에 대한 회고록이 아니다. 나는 고고학자였고, 박물관장이었으며, 수집가로 평생을 다해 수집과 박물관 외에는 외도를 해본 일 없이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수집과, 그 역사가 만들어낸 맵시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전부이다. 그 애틋한 애정과 수집의 역사를 다시 한 올 한 올 풀어 새롭게 엮어보려 한다. 이 모든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20쪽)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먼저 책 속에 담긴 사진을 훑어볼 필요가 있다. '아니, 이런 것까지 삼성이 소유한 문화재였다니!'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유명하고 어디서 많이 보았던 문화재가 가득하다. 문화재에 별다른 관심이 없더라도 '나 이거 알아'라는 생각이 드는 유물이 수두룩하다. 그렇게 문화재를 담은 사진을 하나씩 보고나면 그에 얽힌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질 것이다. 어떻게 수집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에피소드가 무엇인지 그에 연관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하나씩 알아본다.
이 책에서는 크게 네 가지 분류로 이야기를 펼친다. '함께 알면 좋은 이야기', '알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함께 알면 좋은 이야기'에서는 수집과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 '알고 싶은 이야기'에서는 리움미술관과 리움 명품 살펴보기, '듣고 싶은 이야기'에서는 호암미술관과 호암 명품 둘러보기를 다루고, '남기고 싶은 이야기'에서는 영국V&A박물관의 한국실 뒷이야기와 간송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누군가의 버킷리스트에는 유명 박물관을 가보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와 박물관에 가면 지루할 것 같다는 선입견 속에 자신을 가둬두지 말고 크고 작은 박물관을 찾아가보라 권하고 싶다. 박물관은 과거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살아숨쉬게 바꿔주는 공간이다. 박물관 안에 있는 자신을 접하는 순간, 삶의 어떤 의미 이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자신한다. (317쪽)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이 말에 뜨끔하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다는 핑계와 박물관에 가면 지루할 것 같다는 선입견에 자신을 가두고 있지 않을까. 일반 대중들에게 자신의 소신을 보여주며 단순히 호기심을 채워주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에 옮기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대를 이어 수집을 이어가는 삼성가의 컬렉션에 대한 궁금증을 살짝 해소해본다. 또한 이 책을 계기로 미술관과 박물관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본다. 눈앞에 보이는 작품 하나만 스쳐지나가듯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얽힌 사연들까지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