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으로 본 보스턴 이야기 - 세계 건축의 수도, 보스턴에 가다 세계 건축 기행
이중원 지음 / 사람의무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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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사는 공간,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최근 생겼다. 그동안 어디에 살든 상관이 없고, 어떤 모양의 건축물이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인간의 삶은 주거 공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스스로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삶의 환경을 바꾸니 마음가짐이 바뀌고, 어찌보면 세상이 바뀐 것이다. 그것은 삶의 공간에 대한 관심을 더 크게 했다. 사실 '건축'에는 문외한이고, '보스턴'에는 가본 적이 없지만, <건축으로 본 보스턴 이야기>라는 책 제목을 보고, 왠지 모르게 끌렸다. 잘 모르는 공간,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접해본다.

 

 저자 소개를 보니 건축학과 교수다. 전문가에게 '건축'을 소재로 '보스턴'이야기를 듣는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치니 흥미롭다. 초반에는 낯선 느낌이 들어 책을 읽는 속도가 머뭇거려졌지만, 나의 눈길을 확 사로잡은 건축물이 있었으니, 바로 보스턴 공공 도서관이다. 관심가는 분야에 대해서 사람의 눈은 번쩍 뜨이나보다. 얼마 전 도서관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다가 보스턴 공공 도서관을 보게 되었다. 동네에 그런 곳이 있다면 책을 좋아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질텐데.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때 스쳐지나가듯 보았던 곳이 이렇게 책 속에서 나타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보는 느낌은 보스턴을 슬쩍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전혀 사전 지식 없이 여행을 갔을 때, 누군가가 그곳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해준 경험이 있다. 나에게 인상적인 것은 그곳에 대한 정보보다는 신나게 설명해주는 그 사람의 열정과 눈빛이었다.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에게 보스턴은 언제 한 번 갈까 말까 고민할 여지도 없는 곳이었지만, 그곳에 대한 책을 읽고 의외의 관심이 생겼다. 새로운 것을 보는 눈, 책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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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취하다 - 쌤의 앵글에 잡힌 부산의 진짜 매력 99 매드 포 여행서 시리즈
조현주 지음 / 조선앤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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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관심을 갖고 읽게 되는 책은 국내 여행 책자다. 아직은 딱히 마음에 쏙 드는 책을 꼽기 힘들다. 언제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이 책자가 다양하게 출판되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도 든다. 해외 여행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일부러 많이 내야하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경향이 있다. 다시 가려면 돈과 시간이 더 많이 들어야하는 점이나,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낯선 환경에 대한 감상은 여행을 미화시키기도 한다. 모든 것이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환상으로 변해버리기도 하는 것. 그래서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여행 책자를 보고 솔깃해서 여행을 떠났는데, 실상은 책과는 많이 달랐던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국내 여행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좀더 쉽게 많이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때문에 잠깐 시간을 내서 다녀와서 쉽게 책을 내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쓰는 사람도 독자가 바로 바로 확인을 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니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부산 출신이다. 부산을 떠나 살고 있지만, 고향인 부산을 꼼꼼히 책에 담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다. 처음엔 여기 저기 다니면서 이것 저것 보고 다니지만, 결국에는 마음 속에 소중한 곳으로 남아있는 어떤 곳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곳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라든지, 제 2의 고향이 된 어떤 곳이라든지, 각자 마음 속의 고향은 한 곳 정도 있다. 저자에게는 부산이 그랬나보다. 책을 보니 알 수 있다. 부산에 대해 꽤나 두꺼운 이 책 한권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것,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다. 꼼꼼하게 돌아다니고, 마음 속에 눈도장을 찍은 소소한 곳들, 그런 곳들을 다 담아낼 수 있는 분량을 일단 높이 평가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나는 부산에 딱 한 번 다녀왔다. 처음엔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부산 출신의 지인들도 꽤나 있었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익숙하다보니 자주 갔었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15년 전 쯤 다녀온 생각 말고는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 나는 제대로 부산을 다녀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이 책을 보니 더욱 그런 점을 알 수 있겠다. 모르는 곳이 너무 많고, 안가본 곳도 정말 많다. 일생에 딱 한 번 다녀오고, 그곳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양 생각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이 책으로 신나게 부산 여행을 했다. 그곳에 대해 모르던 이야기도 알게 되었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에 마음이 설렌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 주변에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있는 공간이 많은데, 가까운 데에 그런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무래도 내 마음이 이 곳에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으로 부산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문득 바람이 불어 내 마음이 여행을 부를 때에는 배낭을 짊어지고 훌쩍 부산으로 향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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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 갈색 눈 -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 수업 이야기
윌리엄 피터스 지음, 김희경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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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약간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표지의 동화같은 그림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수업이라는 표지의 글은 그렇게 강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 속은 크게 요동쳤다. 오랜만에 내 마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수작이었다. 실제 상황을 다뤘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먼저 예전에 보았던 영화 '엑스페리먼트'가 생각났다. 실험 대상자들을 교도관과 죄수로 나누어서 통제하는데, 실험 대상자들은 실험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어떤 사람들에게도 통제가 안되는 엄청난 상황이 벌어지는 영화였다. 주어진 권력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그때의 강렬한 느낌이 다시 떠올랐다.

 

 이 책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살해되면서 교사 제인 엘리어트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차별 수업을 하며 시작된다. 아이들은 푸른 눈과 갈색 눈으로 나뉘어 차별을 받는다. 한 번은 푸른 눈의 아이들이 우월하고, 다른 날은 갈색 눈의 아이들이 우월하다. 그런 상황에 따라 모든 상황은 달라진다.  

 

 이 책을 읽으며 차별적인 상황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종차별이 대표적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같은 외국인이지만, 백인들에게 더욱 친절하고 혜택을 주는 경향이 있다. 필리핀 등지에 조기유학을 보내는 어떤 어머니는 아이에게 그곳 아이들과 놀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고도 한다. 말도 안되는 차별이지만, 공공연히 벌어지는 차별에 대한 것.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어렸을 때 차별 수업을 받아보는 것이 정말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차별 수업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의 차별 수업이 이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겼을 지, 이미 어른이 된 이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미니 동창회가 열리며 그들을 다시 모았다. 그런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우리는 평범하게 살고 싶어한다. 어떤 면에서는 권위에 대해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며 다른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마음이 편안하다는 생각을 해서 변화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있다. 계급사회였던 우리의 과거, 인종 차별이 당연한 상식이었던 미국의 과거,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 당시에는 당연한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바꾼 지금, 그것은 말도 안되는 차별이었고, 그 생각을 깨기 위한 작은 시도들이 세상을 바꿨다. 이 책은 그런 깨임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의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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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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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에 끌렸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맛있는 음식들이 떠오른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먹는 것으로 푼다. 커다란 양푼에 갖은 나물과 계란후라이, 그리고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넣어 석석 비벼서 크게 한 입 먹는다. 허한 속을 채우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실연도 마찬가지의 경우라 생각된다. 유행가 가사를 보면 많이 야위었다는 등의 표현이 있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아주 맵게, 눈물이 쏙빠지도록 비빔밥을 해먹거나, 달달한 초콜릿 케익을 먹는 것, 그런 식으로 허한 마음을 달래게 된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지레 짐작을 했다. 실연이라는 계기로 실연을 당한 사람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어가며 서로 위로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가까워지는 모습이랄까? 일단 나의 예상은 보란듯이 깨며 이 책이 진행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실연이라는 것과 오전 일곱시에 열리는 조찬모임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오전 일곱시의 조찬모임은 CEO라든가 활동적인 사람들의 몫이니 말이다. 흔히들 생각하는대로 실연을 당한 사람들은 폐인처럼 지낼 것이고, 밤을 술로 지새우거나, 멍하니 시간을 보낼텐데 오전 일곱시의 조찬모임에 나갈 자가 누가 있을까?

 

 소설을 보며 현실성 제로인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접할 때 뛰어난 상상력에 눈길이 가기도 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소설을 읽으며 우중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두 가지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뜬금없는 상상력, 실연이라는 엄청나게 우울한 상황에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담담하게 진행되는 필체, 이상하게도 매혹된다. 사강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지훈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도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현정의 이야기가 궁금해서...계속 읽게 된다. 은근히 공감하며 매료되는 소설이었다. 너무 슬프거나 힘든 감정에 빠지지 않고, 덤덤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그러면서도 공감하기 좋은 이야기들 속에서 나의 현실을 본다. 같은 세대를 살아가며 같은 것을 보아도 글의 소재가 되고, 적절히 버무려 멋진 표현을 표출해내는 것이 부럽다. 책을 보며 새롭게 정립하는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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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인의 책 -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윤무한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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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시간, 우리는 살고 있다. 지나가면 역사가 되고, 어떤 사람들은 인생 자체가 역사가 되기도 한다. 학창시절, 따분하게만 역사를 접해서인지, 역사는 나에게 신선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연대와 사건을 외워야하는 스트레스, 역사적 의미를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임에도 그저 무반응에 가까운 상태로 암기를 해야하는 것이 먼저였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기록하는 사람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 역사라는 것임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교과서에 나오는 것만이 역사의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하지만 워낙 학창시절의 따분하던 무언가가 역사라는 생각에 더 이상 상세하게 접하기 싫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14인의 책>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여기에 담긴 14인의 삶은 책과도 같은 것이라니! 감탄을 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으려고 발버둥쳐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없는 나의 미적지근한 인생과 비교하며, 그들의 삶을 읽어보게 되었다.

 

 함석헌, 장준하, 김수영, 안병무, 송건호, 박경리, 리영희, 강만길, 박현채, 백낙청, 신영복, 김지하, 조세희, 전태일, 그렇게 14인의 이야기는 나에게 놀라움 자체였다. 지금도 흐르고 있는 시간, 비슷한 시대의 사람들 이야기인가. 이름만 알고 있던 분들, 이름조차 몰랐던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도대체 그동안 나는 왜 이 분들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는지, 지금껏 모르고 살았다는 점에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관심을 갖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모르던 것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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