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그리다 폴앤니나 산문
기믕서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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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책 한 권이 이토록 따뜻할 수 있을까. 『서점을 그리다』를 펼치는 순간, 종이 위에 그려진 색과 빛이 온기처럼 번져왔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서점을 그려낸 장면들은 어쩐지 오래된 꿈의 한 장면 같았다.

언젠가 나도 저런 서점에서 하루쯤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들의 붓끝에서 피어난 서점은 현실 속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속에 존재하는 안식처다.

이 책은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사랑한 동네 서점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각자의 추억과 감성이 얽힌 공간들이 글과 그림으로 살아난다.

<송문당>의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 <책방 무사>의 붉은 벽돌과 노란 조명, <단비책방>의 장미 아치와 따뜻한 불빛, <커피 그리고 책>의 나무 향이 섞인 공기, 그리고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의 낯선 나라 냄새까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른 시간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단순히 그림 모음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서점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그래서 그림만큼이나 글이 아름답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의 서점을 추억하고, 어떤 이는 창작의 열망을 다시 불러일으킨 공간을 이야기한다. 붓으로 그린 서점 위에 따뜻한 문장이 내려앉으니, 한 장면 한 장면이 추억처럼 읽힌다.

그림과 글이 서로를 비추는 구조다. 그래서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책 속 서점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다. 송문당은 유년의 기억을 품은 시간의 서점이고, 책방 무사는 이름처럼 아무 일 없는 평화를 선물한다.

단비책방은 현실과 이상이 만나는 따뜻한 온실 같고, 커피 그리고 책은 삶의 쉼표를 주는 공간이다. 그리고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에서는 책과 함께 여행하는 마음을 배운다. 그곳의 벽에 걸린 가방과 그림, 향이 가득한 공기마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서점이란 결국 사람의 온도로 완성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어떤 서점은 조용한 숨소리로, 또 어떤 서점은 음악처럼 들려오는 대화로 공간을 채운다. 모두가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서점을 그리다』의 가장 큰 매력은 그림이 말을 건넨다는 점이다. 페이지마다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의 화풍이 담겨 있지만 이상하게도 전체는 한 편의 따뜻한 동화처럼 이어진다.

서점의 고양이가 유유히 걸어 다니고, 창가에는 노랗게 빛이 번진다. 그 안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한 권의 책이 작은 마을이 된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속으로 손을 넣어 문을 열고 들어가 보고 싶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묘하게 향기가 느껴진다. 잉크 냄새, 종이 냄새, 커피 냄새, 오래된 책 냄새가 섞인 향. 그리고 그 향기 속에는 작가들의 마음이 있다.

한 장의 그림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담겨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색연필의 흔적 하나, 조명 아래 반짝이는 유리창의 빛 하나에도 작가들의 서정이 녹아 있다.

'서점을 그리다'는 결국 '사람을 그리다'라는 말과도 닿는다. 책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잇는 이들이 만들어낸 따뜻한 기록이다.

읽고 나면 당장 근처의 독립서점을 찾아가고 싶어진다. 페이지를 닫자마자 지도를 열고, 표시해 둔 주소를 하나씩 찾아본다. 현실 속에서도 이 그림 같은 공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설렌다. 그림 속 불빛이 현실의 창문 너머에서도 반짝이고 있으리라 믿게 된다.



『서점을 그리다』는 단지 서점의 풍경을 담은 책일 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을 사고 읽는다는 행위 너머, 한 공간에 담긴 마음의 온기를 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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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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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순간,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 어둠이 스며드는 듯한 문체, 침묵마저 긴장으로 변하는 문장들. 그 속에서 나는 오래된 그림자와 마주했다.

오래전 처음 읽었던 <검은 고양이>를 다시 만났을 때의 그 서늘한 감각이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었다. 인간 내면에 숨은 광기의 실체를 더 가까이 느끼게 되었다.



에드거 앨런 포는 현실과 악몽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작가다.

이 책은 그가 남긴 대표 단편 7편을 담고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인간 심리의 어두운 틈을 조용히 파고든다.

표지를 덮고 있는 붉은 띠지의 문구처럼, 그의 세계는 늘 "인간의 내면은 왜 이렇게나 기괴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가장 먼저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역시나 <검은 고양이>다.

주인공은 술과 광기에 잠식된 채 스스로를 파괴해간다. 그러면서 죄책감이 아닌 자기 안의 괴물을 목격한 듯한 공포가 밀려온다.

고양이의 이름이 플루토, 즉 저승사자라는 점에서 이미 불길한 예감이 스며든다.

포는 이 끔찍한 사건을 자극적인 서술이 아니라 차분한 고백의 형태로 풀어낸다. 그래서 더 무섭다.

인간이 이성의 가면을 벗었을 때 얼마나 나약하고 잔혹해질 수 있는지, 그 심리의 붕괴를 냉정하게 기록한다.

읽는 동안 등골이 서늘해졌다. 예전엔 괴담으로 느꼈던 이야기가 지금은 인간 본성에 대한 해부처럼 다가왔다.



이어지는 <어셔가의 몰락>은 광기와 고독이 어떻게 공간과 혈통을 갉아먹는지를 보여준다.

음습한 저택, 무너져가는 가문의 상징, 그리고 현실과 환상이 섞여버린 인간 정신의 붕괴.

어셔가의 저택은 한 인간의 내면이 시각화된 세계 같다. 친구의 방문조차 두려움으로 번지는 어셔의 불안은 시대를 초월해 현대인의 불면증과 불안장애를 떠올리게 한다.

포는 집이 무너지는 순간을 단순한 사건이 아닌, 인간의 정신이 완전히 붕괴되는 상징으로 그려낸다. 이 짧은 단편 안에 많은 것이 응축되어 있다.

<적사병의 가면>에서는 죽음을 피하려는 인간의 허망한 욕망을 그린다.

전염병을 피해 성 안에 숨어든 귀족들이 화려한 가면무도회를 벌이지만, 결국 죽음은 가장 아름답게 장식된 방으로 들어온다.

포는 화려한 색채 묘사와 대비를 통해 공포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 리듬 속에서 기묘한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공포와 미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이만큼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는 드물다.



그리고 <모르그가의 살인>과 <도둑맞은 편지>는 에드거 앨런 포가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유를 보여준다.

뒤팽이라는 인물은 분석과 직관을 동시에 갖춘, 일종의 지적 괴물이다. 그는 단순한 탐정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실험하는 철학자에 가깝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지금 봐도 짜릿하다. 셜록 홈즈가 떠오르지만, 포의 문체는 더 어둡고 더 섬세하다. 범죄의 논리보다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먼저 해부하기 때문이다.

<함정과 시계추>와 <유리병에 남긴 편지>에서는 폐쇄된 공간과 고립된 인간의 절망이 극대화된다.

특히 함정과 시계추의 시간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은유로 작동한다. 시계추가 흔들릴 때마다 다가오는 죽음의 리듬, 그 정밀한 공포는 영화보다 더 생생했다.

포는 감각의 묘사에 천재적이다. 시각, 청각, 촉각이 모두 긴장 상태에 놓이며, 한 줄 한 줄이 마치 심장박동처럼 울린다.



이 책은 단편 모음집인데, 따로 읽어도 좋고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

그의 문장은 음률을 지녔다. 문체의 결이 곱고 단단해서, 문장을 읽는 행위 자체가 리듬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무서워서 덮었던 문장들이 이제는 이상하게도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내는 문학적 감각, 그것이 에드거 앨런 포의 진짜 힘이다.

책을 읽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은 늘 두렵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한다.

『포 단편선』은 그런 책이다. 피를 얼게 하는 공포보다 더 깊은, 인간의 무의식과 죄의식에 대한 문학적 탐구다.

그래서 한밤중 스탠드 불빛 아래서 읽을 때 가장 빛난다. 어둠이 짙을수록 포의 문장이 더 명징하게 살아난다.

그가 남긴 문장은 시대를 건너,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검은 고양이의 눈빛처럼 번쩍인다.



#에드거앨런포 #포단편선 #검은고양이 #어셔가의몰락 #적사병의가면 #도둑맞은편지 #고전문학추천 #미스터리소설 #공포단편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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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 부의 본질을 묻는 12가지 질문
주정엽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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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자유를 줄 것 같지만, 때로는 가장 강한 속박이 된다.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은 부를 쫓는 법이 아니라 돈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세우는 법을 말한다.
철학과 심리, 현실을 잇는 깊은 사유 속에서 진짜 부의 본질을 다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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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 부의 본질을 묻는 12가지 질문
주정엽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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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은 돈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돈을 바라보는 시선과 내면의 균형을 되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부의 본질을 묻는 12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는 정당할 수 있는가', '비교는 어떻게 가난한 감정을 만드는가', '마음의 풍요는 어떻게 가능한가', '욕망의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질문들이 이어지며 깊은 통찰을 이어나가게 한다.

돈은 삶의 전부가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결국 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스코 윤리학」에서 "돈은 행복의 조건일 수 있지만, 행복 자체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고전적 진리를 저자는 현대적으로 다시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벌고 싶은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벌고 싶은가?'

돈이 자유를 줄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를 구속하는 이유를 통찰력 있게 풀어낸다.

소유가 늘어날수록 자유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비교의 사슬이 함께 따라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준다.




책 속 '한눈에 보는 돈의 철학' 챕터가 특히 인상적이다.

행복은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더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는다.

SNS와 미디어는 끝없는 비교를 부추기고, 광고는 '부=성공'이라는 환상을 주입한다.

그 결과 우리는 실제보다 더 가난하다고 느끼며, 만족의 기준을 타인의 시선에 맡겨버린다.

저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돈보다 더 큰 결핍은 비교에서 온다고 말한다.

절대적 가난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비교는 어떻게 가난한 감정을 만드는가' 편에서는 심리학 연구를 인용한다.

같은 연봉이라도 주변의 소득 수준이 더 높다고 느낄 때, 만족감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

결국 행복의 문제는 금액이 아니라 지각된 위치의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

오늘도 누군가의 성공을 스크롤하며 불안을 키우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현실적인 통찰이 있을까.

후반부로 갈수록 책의 결이 깊어진다.

쇼펜하우어의 '욕망의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칸트의 '인간은 목적 그 자체다', 스토아의 '절제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안에서 저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돈을 다루는 능력은 결국 자신을 다루는 능력이다."

돈의 유혹과 두려움, 비교와 결핍의 감정까지도 결국은 자기 인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힘이란 통장 속 숫자를 불리는 힘이 아니라, 내면의 중심을 지키는 힘이다.

부는 결과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돈을 벌어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잃어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 이 책은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철학적 근육을 길러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돈에 대한 불안이 조금은 다른 결로 정리될 것이다.

돈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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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문구점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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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작가의 『신상문구점』은 추억의 문구점 풍경 속에서 소년 동하의 성장과 마을 사람들의 사연을 엮어낸 작품이다. 일상 속 따뜻함과 상처가 교차하며, 사랑과 삶의 의미를 묻는 감동적인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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