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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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커다란 사건 없이도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듯 책장을 천천히 넘겼다.

감정의 소나기에 휩쓸린 날, 아무 말 없이 딸기주스 한 잔 건네주는 친구처럼, 이 책은 조용히 곁을 내어준다.



어쩌면 위로란 그런 것이 아닐까. 정답을 알려주거나 해답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것.

<딸기주스 한 잔이 마음을 녹여> 의 문장을 보면 그 정수가 느껴진다. 지친 하루,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딸기주스를 마시는 그 평범한 행위가, 어쩐지 다시 살아낼 힘을 얻게 한다.

뻔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 책의 문장들은 결코 얄팍하지 않다. 하루 끝에서야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는 고요한 배려처럼 잔잔하게 스며든다.

이 책은 거창한 성공이나 위대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나를 지키는 쪽에 서는 배려 같은 글들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오해나 미움에 휘둘리지 않도록, 내 마음의 온도를 지켜야 한다며 다독여준다.

미움과 원망은 곧잘 우리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지만, 저자는 그 감정들보다 사랑과 용서를 택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은은하게 이끌어낸다.

삶이 무겁게 내려앉을수록 우리는 가볍게 지나치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조용히 말한다.

<오월 햇살에 보내는 편지>라는 글에서는, 잘 해보려다 텅 비어버린 마음, 무언가를 이해하려다 도리어 지쳐버린 자신을 향해 "괜찮아"라고 말해준다.

울컥함, 멍함, 살아내야만 하는 무기력한 하루들. 이 책은 그런 날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안아준다. 삶이란 결국, 이런 문장 하나에 기대어 하루를 건너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스스로를 보잘것없다 여기며 주저앉고 싶어질 때, 이 책은 가만히 손을 내밀어준다.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이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에는 수많은 우리가 등장한다. 나와 너, 우리와 그들. 서로를 향한 말들이 나를 향한 말처럼 들리는 이유는 이 책이 철저히 삶의 구체적 장면 안에서 말을 건네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를, 이 책에서는 따뜻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나 자신을 가장 먼저 돌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챙기느라 자신을 놓치는 일이 잦은 요즘, 이 문장은 무척이나 깊게 파고든다.

자신을 귀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 타인의 것을 진심으로 귀히 여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준다.

그렇게 이 책은 사랑의 순서를 다시 일러준다.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이 사랑이고, 부서지지 않게 곁을 지켜주는 것이 사랑임을 알려준다.

책을 덮을 즈음엔 마음에 작은 여백이 생긴다. 세상만물이 다 그렇듯, 모든 것이 갑작스레 몰려왔다가 갑자기 물러나는 것이 이치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평범한 하루의 찰나에서도, 그 안에 숨어 있는 기쁨과 감사의 감정을 놓치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문장들. 오래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따스한 햇살을 느끼는 것처럼 이 책은 우리 마음 안에 잠시 쉴 곳을 만들어준다.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휘황찬란한 세계가 아닌, 다정하고 단정한 언어로 빛나는 책이다. 그 다정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누군가에게 말없이 건네고 싶은 위로, 그 말의 모양을 이 책이 대신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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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2 -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 살롱 드 경성 2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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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사를 그린 화가들의 생생한 이야기!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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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2 -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 살롱 드 경성 2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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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조선일보』 화제의 연재 칼럼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그 두 번째 이야기!

이 책의 출간을 기다려왔다.

1권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2권을 펼치는 순간부터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전작이 시대의 그림자 속에서도 꿋꿋하게 붓을 들었던 화가들의 삶을 조명했다면, 이번 2권은 그들의 예술혼이 어떻게 이어지고 확장되었는지를 더욱 섬세하게 짚는다.

낡은 흑백 사진 속으로 성큼 들어가, 숨결처럼 살아 있는 장면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느낌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한 인물의 예술이 또 다른 인물의 열정과 맞닿고, 그 열정이 시대를 건너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이번 책은 김종영, 유강열, 이응노, 전혁림, 변관식, 고희동 등 한 시대를 이끌었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세밀하게 풀어낸다.

그들은 화가이자 조각가였고,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였으며, 무엇보다 예술로 생을 증명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한국 근대 추상 조각의 선구자로 칭송받는 조각계의 대부 같은 존재 김종영의 이야기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가 3.1독립선언기념탑을 제작했지만 1979년 군사정권 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삼청공원에 버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제자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91년에야 서대문독립공원에 세워졌다는 사실에서, 예술이 가진 회복력과 진심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삶이 무너져도 예술은 그 자리에 다시 서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가 남긴 진짜 유산이었다.


유강열 화백의 삶은 한편의 영화 같았다. 광복 후에도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생전의 작품은 물론 3,300여 점의 자료까지 후대에 남겼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작품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쳤고, 결국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었다.

유강열의 염색화 <작품 A>는 생의 마지막 작품이었지만, 오히려 가장 열정적인 붓질이 느껴졌다. 색이 응축된 그 한 폭에서, 끝까지 화가로 살고자 했던 그의 결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이응노였다. 초기에 '죽서'라는 호를 쓰며 대나무를 즐겨 그렸던 그는 <대나무>라는 수묵화를 통해 생명의 긴장감과 사유의 깊이를 표현했다.

그러나 그의 진짜 여정은 그 후에 시작되었다. 그는 전쟁과 분단, 망명과 투옥이라는 굴곡진 인생 속에서도 예술로 저항했고, 프랑스 파리에서 동양화를 알리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남겼다.

"난 파리에서 싸우러 가네"라는 그의 말은 예술가가 무기로 삼은 단 하나의 언어가 붓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환쟁이로 시작해 화가로 격상된 시대의 증인이자, 예술가의 권리를 직접 쟁취해낸 선구자였다.




이 책의 특별함은 단지 유명 화가의 이야기만을 담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살아간 시대와 인간적 고뇌, 그리고 예술을 향한 집요한 헌신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고희동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런 감정이 더 깊어진다. 조선 최초의 서양화가로 개벽 창간호 표지그림을 남긴 그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국 미술사의 새로운 방향을 열었다. 그의 선명한 붓끝은 시대의 시선을 꿰뚫었고, 그래서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김동성과 노수현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이 그린 <멍텅구리 헛물켜기>는 유쾌한 시대 풍속을 보여준다.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그림이지만, 거기엔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숨결이 녹아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읽을수록 감정의 결이 더해졌다. 특히 변관식의 금강산 그림은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삼천리에 금강 아닌 곳이 어디인가"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국토를 그리는 일에 애정을 넘어 숭배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그의 그림은 풍경을 넘어서 사색과 철학이 깃든 정신의 산수화였다.


전혁림 화백의 <새 만다라>는 목판에 유채로 빼곡히 그려 넣은 1,050개의 형상으로 일생을 예술로 채운 한 화가의 고백 같았다. 병상에서도 붓을 들고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는 그는, 95세까지도 그림을 그렸다.



『살롱 드 경성 2』는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예술가들의 혼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붓을 무기로 삼아 시대에 맞섰던 사람들, 가난보다 예술을 택했고, 침묵보다 기록을 택했던 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은 화폭 위에서만 위대했던 이들이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예술이었고, 지워지지 않을 한 줄의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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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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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가와무라 겐키의 필력을 제대로 느끼게 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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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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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영화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가와무라 겐키.

그가 소설가로 풀어낸 세계는 한 편의 영화처럼 시각적으로 펼쳐지면서도, 활자 속에서만 가능한 깊이와 감정의 밀도를 함께 품고 있다.

『신곡』은 그가 만들어낸 강렬하고도 충격적인 세계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가와무라 겐키의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덮고 나니, 이유는 수없이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의 무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소설은 학교 건널목에서 벌어진 무차별 살해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현실로부터 시작된다. 뉴스에서 몇 줄로 소비되고 잊혀질 법한 사건.

하지만 가와무라 겐키는 그 중 한 명, 피해자 단노 미치오의 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촘촘한 망을 짠다.

아들을 잃은 가족이 겪는 고통, 분노,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 이 책은 죽음이 아닌 남겨진 자의 삶을 조명하며 이야기의 본질을 파고든다.



아들을 잃은 엄마는 처음엔 모든 게 혼란스럽고 허무하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부모들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 모임은 치유의 장이기도 했고, 때로는 또 다른 갈등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그는 임상심리사를 찾아 심리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슬픔을 언어로 꺼내어 본다. 하지만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말로 다 털어낼 수 있는 고통이 아니다.

슬픔은 언제나 균열 속에서 솟아오르고, 고요한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놀라웠던 건, 피해자 가족의 곁을 파고드는 사이비 종교의 존재다. 영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노래를 통한 위안을 설파하는 이들은 구원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만, 실상은 연약한 자를 포섭해가는 함정이었다.

교코는 그런 합창단에 참여하면서 점점 다른 길로 향한다. 영원의 소리라 불리는 합창이 위로가 될지, 또 다른 굴레가 될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 장면들 속에서 신에 대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구원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질문하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음 장면은 어떻게 전개될까'라는 궁금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사건은 깊어지고, 인물은 더 입체화된다. 가와무라 겐키 특유의 서사는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간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 때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다 읽은 뒤에도 한동안 멍하니 책을 바라보게 된다.

정제된 문장,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애틋한 정조가 뒤섞인 이 소설은 신과 인간, 믿음과 회의, 상실과 회복이라는 거대한 질문을 끌어안고 있다.

"나를 구원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뿐이다." 이 책이 도달하는 결론은 비관도 낙관도 아니다. 살아가는 사람의 자세에 가깝다.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타인을 향한 분노를 견디며, 그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

『신곡』은 종교와 인간, 가족과 슬픔, 그리고 구원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진다.

'신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까?'라는 문구가 책띠지에 적혀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이 있다면, 그는 우리 곁에 있는 고통을, 함께 끌어안아 주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이 소설은 무너진 마음 위에 놓이는 다리처럼 다가온다. 가와무라 겐키의 필력은, 그 다리를 건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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