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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바그다드...'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영화 '바그다드카페' 의 음악이다.
영화의 내용은 떠오르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그 음악만 떠오르며 마음 속에 먹먹하게 울려 퍼진다.
사실 '바그다드' 하면 다른 것도 떠올라야 할 것인데,
나는 어쩌면 나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이유 또는 골치 아프다는 이유로 떠올리지 않고 있나보다.
'정치', '전쟁', '불법체류'......이런 단어들은 무겁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지냈는데,
이렇게 프랑스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레 접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내 이름은 사드 사드. 아랍어로는 '희망 희망', 영어로는 '슬픔 슬픔' 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 진실은 한 달 사이에, 때로는 한 시간 사이에, 심지어는 일 초 사이에 아랍어가 되고 영어가 되기도 한다.
낙관적일 때는 희망의 사드, 비관적일 때는 슬픔의 사드인 것이다. (7p)
이 책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라크 청년 '사드 사드'
그의 이름은 이렇게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삶이 잔잔하고 고요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슬픔을 넘나들며 요동치는 파도를 탈 것이라는 짐작을 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네 명의 누나 뒤로 보석처럼 얻은 아들인데,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잔치도 벌이고 축복받은 왕자처럼 키워지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다가온 '사드' '슬픔'
그것은 그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신호탄 같은 것이었고,
그곳에서 더이상 희망을 볼 수 없는 좌절감이었을 것이다.
"개인범죄만 있다면 그야말로 맘 편한 세상이 아닐까?
고도의 지능범이 정교하고 섬세한 테크닉을 발휘하는 범죄라면 봐줄만 하지 않아?
독재자 치하에서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유린당하는 우리보다야 백배 낫지." (44p)
'사드 사드' 의 앞에 놓인 일들은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다.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 그로인한 개인의 고통,
불법체류자로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아픔,
그냥 이곳에서 일상적으로 지내다보면 알 수 없는 일을 책을 통해서 보게 된 느낌이다.
무거운 짐 하나 마음 속에 얹어놓은 느낌에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