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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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는 것이다. 요즘 특히 그림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러다보니 그런 생각이 더 강화되었다. 특히 <명화 속 비밀 이야기>를 읽으며,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표현해내는 작가들의 예술 세계에 감탄했다. 책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한 상상은 사실 책을 읽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각자 다른 이미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을 표현해내는 사람들의 작품은 기가 막히다. 조금만 시선처리가 다르게 되어도 작품 내용은 180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것이 정말 다양하고 흥미롭다.

 

이 책의 작가는 1997년부터 나무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여덟 차례나 <목수 김씨>전을 열었다는데, 역시나 내 관심분야가 아니었던 것이 맞나보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면 관심도 없었던 생소한 분야의 책을 왜 읽으려고 했나를 먼저 밝혀야겠다. 그것은 '이야기'라는 단어에 끌렸기 때문이다. 작품 자체보다 작품 해설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은 것이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창의적'이라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책을 보고 평가하는 것은 쉽지만, 그렇게 써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뼈를 깎는 고통과 두려움이 병행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새로운 글을 쓸 때 창작의 고통이 뒤따르고, 마찬가지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이야기와 혼을 불어넣어야하기 때문에 새로운 탄생을 앞두고 방황하게 된다.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였던 깎고 다듬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는 목수의 작품과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보게 된다.

 

 표지에 '김진송 깎고 쓰다'라고 저자 이름을 밝힌 것처럼, 저자는 목공예와 함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예술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새로운 교두보가 된 셈이다. 덕분에 눈돌리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감상으로 발을 내딛게 되었다. 작품을 보며 이야기도 듣고, 관심도 가져본다. 예술은 쉽고 어려움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교감하고 마음을 흔들어 놓는 '느낌'이라는 생각이다.

 

 가장 나의 시선을 끌어들인 작품은 역시 책과 관련된 것, '책의 바다에 빠져들다'이다. 그 작품을 구상하고, 나무를 깎고, 형체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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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여행자 - 일상에 안착하지 못하여 생활이 곧 여행이 되어버린 자의 이야기
유성용 지음 / 갤리온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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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저자의 책 <여행생활자>를 읽으며 이 책 <생활여행자>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무래도 기대를 잔뜩 하고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항상 그렇다. 기대를 잔뜩 하고 보았을 때 결국 어떤 것을 보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여행생활자>를 볼 때와 느낌이 너무 달라 당황스럽다. <여행생활자>를 볼 때에는 한 장 한 장 줄어드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은 혹시나 뒤에 맘에드는 글이 있을까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결국 끝을 보고 말았다. 중간에 약간 졸리기까지 했다는 점, 솔직하게 써본다. 어쩌면 지금 내 마음 상태가 그때와는 또 다르기 때문인 것일까.

 

 이 책을 장례식장 앞에서 읽었다. 잘 모르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애매하다. 나와는 안면이 없는 사람이기에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책을 읽었다. 우울함이 겹쳐서일까.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고 가버리는 사람 앞에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일종의 배부른 넋두리같아서 살짝 공감대를 비껴나간다. 어제는 내 마음을 흔들어놓은 무언가가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책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문제였을지도.

 

 지금의 느낌은 그렇지만, 좀더 시차를 두고 읽었으면 생각에 잠기며 독서할 수 있는 책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는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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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뒤에 오는 것들 - 여행에서 찾은 100가지 위로
이하람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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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꿈꾼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는 직접 떠나는 것말고 상상 속의 여행을 즐긴다. 그래서 요즘 즐겨 읽는 책은 여행 에세이. 여행지 자체의 정보 보다는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적은 작가의 생각을 읽는다. 여행을 하고 나서의 생각은 확실히 사람의 생각을 깊게 해준다. 다양한 세상을 보면서 마음 속에 산만하게 담긴 생각이 정리된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뛰쳐 나가는 것은 우물 안의 개구리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일이겠지만, 우물 밖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은 개구리를 멋진 왕자로 변신시켜주기도 하는 일이고, 또다른 생을 살아볼 경험을 선사해주는 일이다.

 

 저자의 책은 <떠나라, 외로움도 그리움도 어쩔 수 없다면>으로 처음 접했다. 그 책을 읽으면서도 지금 이 책을 읽고도, 나는 비슷한 생각에 잠겼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면서도 사회적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나이에 얽매이게 되는 현실을 느낀다. 서른을 앞두고 있었을 때 불안초조했던 심정을 기억한다. 오히려 서른이 넘어가면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는데, 마흔이 다가오니 다시 불안초조해진다.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의 문턱에서 방황하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이미 마음은 마구마구 흔들리고 있나보다.

 

 이 책 <떠난 뒤에 오는 것들> 표지에 보면 여행에서 찾은 100가지 위로 라는 말이 적혀있는데, 이것이 위로인지 아닌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저 책 속의 사진과 글을 보며 지난 날을 떠올리고, 여행을 기억하며, 스스로의 시간을 점검해보는 것이 위로라면 위로일 것이다. 여행을 할 때 지나다니는 여행 경로라든가 비용 등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고, 마지막까지 기록에 남겨야할 것은 여행 중의 생각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희미해지니 더욱 그런 생각이 커진다.

 

 따뜻한 봄날이 오면 배낭을 꾸려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서른의 나이가 지금 생각해보면 풋풋한 때라는 것이 새삼스러워지니, 마흔의 나이도 언젠가 떠올려볼 때 여행다니기에 젊은 날이었다고 회상하게 될 것 같다.

 

여행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감동을 주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 내 마음에 무엇이 들었느냐에 따라 담기는 것도 다른 것이다.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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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움을 켜다 - 사랑한 날과 사랑한 것에 대한 예의
최반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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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서툰.여행.>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그 책을 통해서 나의 여행을 떠올렸다. 오래된 예전 일기장을 꺼내보며, 인도 여행을 떠올렸다. 책을 읽을 때, 나의 지난 시간과 겹쳐지는 무언가를 느낄 때, 그 책을 읽은 의미가 커진다. 편안한 느낌,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시간을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져버린다. 여행에 대한 기억은 그래서 더 서글프다. 여행을 하면서 사진기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 시간이 아까워서 마음 속에 가득 담아왔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희미해지고 있다. 어떻게 그 소중한 시간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인지.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여행 서적에 더 집착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주기적으로 읽고 악착같이 읽어대는지도 모른다. 독서를 하면서 내 지난 과거를 만나고 싶은 모양이다.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무언가를 한 번 더 끄집어 내고 싶은가보다.

 

 최반 작가의 책은 많은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담기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지난 번 책도 그렇고, 이번 책도 그랬다. 사진과 글을 보며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내 나름대로 떠올리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번에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행, 그리움을 켜다>라는 다소 낭만적인 제목에 사진과 글이 더해지니, 기분이 아득해진다. 먼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책을 읽는 시간은 시공을 초월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특히 여행 서적은 그렇다. 여행했던 장소도 떠올리고, 좀더 힘이 있고 젊은 시절에 돌아다녔던 그 시간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을 보며 예전에 여행했던 인도 여행지를 떠올리며, 옛 시간 속으로 여행을 한다. 아직 가보지 않은 산티아고 순례길도 떠올리며, 미래의 시간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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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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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두교도의 말 중에는 '중요한 것은 우주를 한바퀴 도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중심을 한바퀴 도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쟝 그르니에의 <섬>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중심'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겪고, 무엇을 이해하는지의 핵심은 항상 '중심'에 있다. <끌림, 이병률 산문집 中>

 

 지금까지 내가 살아가는 방법은 우주를 한 바퀴 돌고 싶다는 욕심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보다 다양한 세상을 보기 위해서 책도 읽고 여행도 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읽게 된 글에서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주의 중심을 한 바퀴 돌 생각은 왜 하지 않았는지. 우주를 한 바퀴 돌려고 너무 산만하고 부산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던 것인지.

 

 때로는 여행 서적을 보면서 공간적인 제약을 뛰어넘는 자유를 느낀다. 내가 존재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곳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곳에 있는 것처럼 생기로워진다. 밋밋한 일상에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 책도 그렇게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새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구성 자체가 다르다. 여행에서의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여행 자체만을 들려주지는 않는다. 여기저기 다니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있는 여행길 속의 이야기를 적절히 끄집어내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그렇게 이야기 예순일곱 가지가 담겨있다.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는 각각 다르다. 내가 우주를 한바퀴 다 돈다고 해도, 그것은 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여행 서적을 즐겨읽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 그곳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속을 바라보고 싶었나보다. 그러다보니 여행 서적이 주는 한계를 느꼈다. 턱없이 미화되기만 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때로는 고개를 젓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끌림>이라는 제목에서는 그다지 끌리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일단 책장을 넘기고 보니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어쩌면 살아가는 데에는 주기적으로 자극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예순일곱 가지의 이야기 중에 당신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야기가 분명 하나 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맥없이 처져있는 당신의 마음에 울림을 줄 것이다.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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