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 1
이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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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 듯 숭유억불 정책으로 승려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그런 현실에 맞서 새 하늘을 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사학자 이덕일 최초의 역사소설이라는 것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역사라는 것이 승자 위주로 기록되는 이야기여서 패자들의 이야기는 크게 부각 되지 않는다. 역사에는 '만일'이라는 가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패를 했다고 해도 그들이 불만을 가졌던 그 당시의 현실과 그들이 꿈꿨던 이상사회에 대한 생각이 소설로 담겨있어 의미가 크다. 사회에서 소외되던 계층이나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부각되며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풍수에서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양택(陽宅), 죽은 사람들이 묻히는 자리인 음택(陰宅)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풍수나 관상에 대한 이야기를 특히 재미나게 보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된 것은 저자가 사학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보는 사람의 욕심이 지나치게 들어간다면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극과 극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사주나 풍수 같은 것은 미신이라기 보다는 학문이지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 하늘을 열고자 했던 그들의 생각은 지나친 욕심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때를 잘 못 택했던 것인가? 
정말 그럴듯하고 주도면밀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생각들이었는데, 그런 생각들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 다는 것을 역사 속에서 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답이라는 것은 없는 인생에서 지나친 욕심으로 하락의 길을 택하게 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본다.

무릇 천의(天意)와 지기(地氣)와 인력(人力)이 합쳐져야 대사가 이루어지는 법이지요.
 
페이지 : 2권 72  

성공과 실패의 차이도 그리 큰 것은 아니다. 결과가 나오기 까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을 시도하는 것과 시도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을 비판하고 개혁하려고 힘쓰고 있나보다. 
하지만 모든 시도가 다 성공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은 항상 불만 속에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양이 음이 되고, 음이 양이 되며, 돌고 돌지만, 모두가 원하는 태평성대의 세상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 소설에서 아쉬운 부분은 마지막 마무리였다.
역사를 전제로 하고, 성공하지 못했지만 현실과 싸우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마무리는 작가의 최소한의 보호책이라 생각하고 적당히 책을 덮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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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냥그릇 - 나를 찾아가는 먼 길
방현희 지음 / GenBook(젠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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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은 무엇이고, 행복은 무엇일까?’
예로부터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그 해답을 얻고자 애를 썼지만, 누구도 그 해답을 구하지는 못했던 문제들이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 될 것인가? ’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만 조금 알겠다. 그리고 아직도 삶을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런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행복에 대한 생각은 서양과 동양이 좀 다르다. 특히 동양적인 사고로는 인간의 욕망을 줄여서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고, 안빈낙도의 삶을 추구했다. 거친 밥에 소박한 밥상으로 배를 채우고, 편안한 마음으로 누워있으면 이 세상이 다 자신의 것이고 최대의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옛 선비들이 추구했던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지금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책은 마음 속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바쁘게 달려오고, 정신없이 물질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표를 제공해주는 이야기들이다. 길거나 시간이 없어서 책을 접하기 힘들다는 것은 정말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인지,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짧은 우화들로 채워져있다.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찾아내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나를 찾아가는 먼 길, 욕망의 화살을 타고 달리는 그대여, 편견, 미망, 세상의 모래 한 알의 총 5부의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짧은 이야기들이 있고, 그 끝에는 이야기의 교훈이나 엮은이의 감상 포인트가 적혀있다. 짧은 이야기를 읽는 것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 명상에 잠기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전체적인 구성과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고 생각에 잠기기 좋은 책이었다. 우화들을 모아놓은 책이기 때문에 예전에 접했던 것도 있고, 새로이 접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감상은 옛것과 지금 접한 이야기의 차이가 아닌, 지금 현재의 느낌으로 생각해볼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동냥그릇이 너무 화려한 재질로 포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명상을 하게 하는 글들을 모아 엮어서 책을 냈지만, 정작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기에는 너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체적으로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화려함 때문에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정말 동냥그릇은 인간의 욕망인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소박했으면 더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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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00배 즐기기 - 100배 즐기기 시리즈, City '08~'09 100배 즐기기
홍연주.홍수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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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당신은 파리와의 재회를 위해 돈을 열심히 모으고 있을 것이다.’에 99.9% 올인!!!
 
페이지 : 35  

흠...정말 당혹스러웠다. 내가 파리에 가고 싶어서 조금씩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쯤 나도 모르게 파리여행을 저지를 것 같다고 남몰래 한 생각을 들킨 느낌이 들었다. 

파리와의 인연은 작년에 시작되었다. 처음엔 그 훨씬 전부터 동생이 유학을 간 나라라는 점 때문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관심은 노력만으로 안되는 법!  그동안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라에 대해 한 번에 관심이 많이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동생을 만나러 처음 파리에 갔을 때에는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했다. 길거리의 파리지앵들의 모습, 카페에 앉아서 수다떠는 사람들, 박물관과 미술관의 흥미로움, 다양한 와인과 치즈......모두가 신기했다. 내가 접하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신기함, 그 신선함과 상큼한 느낌은 예상치 못했던 여행에 대한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른 채 동생을 쫓아다니기는 좀 미안했다. 신기하기는 하지만 언어도 모르고 가고 싶은 곳도 잘 모르는 길치...그런 누나를 가이드처럼 구경시켜주는 동생에게 "다음 번엔 내가 꼭 프랑스어도 배우고 가마!" 하고 약속을 했다. 그 말에 동생은 프랑스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도 줬다. 하지만 그런지 어언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프랑스어를 시작도 못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파리에 관련된 모든 것을 이 책 안에서 만나볼 수 있는 느낌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설명으로 파리에 대해 많은 상식을 갖게 해준다. 아끼기만 해야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여행 서적도 아니고, 쇼핑만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여행 서적도 아니다. 이 책의 적당한 느낌이 정말 좋다. 적당한 두께로 나와 함께 파리 여행을 하기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지도와 메트로가 있어도 길을 헤매기 쉬운 파리에서 커다란 지도를 제공해주는 것은 정말 좋았다.

파리의 명소, 먹을거리, 다리들, 체험여행, 여행코스, 가족여행 등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면서 사진도 첨부된 정보에 다시 한 번 눈이 가고, 영화나 책 속의 파리에 대한 글도 파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 음식, 쇼핑을 위한 지도와 정보, 위치 등은 자세하고 다양해서 다음에 꼭 가야겠다는 곳을 몇 곳 표시해 놓았다. 

파리 100배 즐기기와 함께 파리 여행을 하면 파리지앵보다 더 파리를 즐기게 될 것이다. 관광 명소와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곳도 좋고, 쇼핑이나 음식을 위한 여행도 좋다. 파리의 숨겨진 매력은 직접 가본 사람들만이 알 것이다. 그런 매력을 낱낱이 알려준 이 책이 오늘의 나를 즐겁게 해준다.
오늘도 나는 파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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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리스트: 전달자
장태일 지음 / 팬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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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을 읽기 위해서 별도의 사전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 법이지만, 이 책 - 제이리스트를 읽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영화보는 것을 좋아해야 하겠고, 영화의 취향은 공상 과학쪽, 특히 <블레이드 러너>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그렇게 영화적인 정보와 덧붙여 컴퓨터 쪽의 정보와 영화에서 나오는 무기류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으면 좋을 듯 싶다. 그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배가 되리라.. 두배, 세배, 네배... 그건 어디까지나 읽는 이의 머릿속의 정보량만큼일 것이다.

  이 책은 “ 소설의 재미와 영화적 재미를 함께 즐기는 새로운 장르 소설, 무비픽션” 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르라고 하는데, 처음 선보이는 만큼 새롭기 때문에 흥미롭기는 하다. 여러 가지 영화에서 차용한 이미지와 내용이 모여 또 다른, 새로운 하나의 소설이 되는 것인 것 같은데, 그래서 하나의 책을 보면서 나의 생각은 인터넷 검색을 하듯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어, 이건 “ 포레스트 검프”  아, 스미레? “ 너는 펫” 에 나오는 주인공? 그건 드라마인데.. 아, “ 춤추는 대수사선” 이구나.. 음 그녀는? 장만옥?  “ 아비정전” 이구나.. 이런 식으로 작가가 제시한 퀴즈를 풀 듯 소설을 읽으며 나는 혼자서 영화 제목을, 검색 후 제시하는 “ 답”처럼 말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소설의 내용은 내 머릿속에서 또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 그만큼 작가의 문체는 감각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이미지적이다. 그가 제시한 영화들처럼 왠지 우울하고 차가우며 단절되어 있고 미래적이며 아프고 남성적이다.  어딘가, 있을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그곳,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 장소처럼, 시간만큼 내게 다가왔다. 가깝게도 혹은 멀게도,.. 알 듯 모를듯..  다른 독자들은 이 새로운 장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해진다.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단순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르라고 하니 큰 의미를 둬야되는 건 아닌지.. 다시 봐줘야 되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보장한다. 위에 제시했던 기준에 적합하다면, 이 책은 재미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40여개의 영화가 숨어 있다는데 본 영화가 8개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큼만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이 이럴수도 있었다. 내가 가진 것 만큼만의 재미를 주는 책이 있다. 그런 사실이 책이 주는 재미보다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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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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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님의 저서이다. 제목만 듣고 떠올렸을 때는 청구회라는 이름이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책 표지만 봤을 때 ’청구회’는 도대체 무엇인지, 동화같은 그림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 책을 한 장씩 읽다보니 제목만 들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생각보다 얇은 책의 두께에 금방 읽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동심의 추억에 철저히 젖어들게 되었다. 책 읽는 시간보다 몇 배는 더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아이들의 동심과 조직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옛날의 사람들이 아이였을 때, 내 또래의 사람들이 아이였을 때, 그리고 지금의 현재진행형인 아이들이 각각 어떻게 다른 환경에서 아이들의 추억을 만들고 어른이 되어가는지 생각에 잠겼다.

이 책을 보면 1966년 봄소풍을 가면서 우연히 만나게 된 아이들과의 지속적인 인연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부담없이 말이나 붙여보겠다고 했던 인연들에게 생각보다 더 큰 의미가 주어지며, 만남이 지속되고, 서로 발전적인 만남을 갖는 모습에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동화같은 그림과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나 자신의 과거 어린 시절 추억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나도 그 무렵, 아이들과 무언가 조직을 만들었다. 지금은 조직의 이름도 아이들의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고, 무엇을 했었는지도 가물가물 기억이 잘 안난다. 하지만 나름 되짚어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는 그런 소속감에 우쭐 하기도 하고, 회원증 같은 것을 만들어서 나누어 가지며 대단한 만족감과 소속감을 나타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때로는 어떤 시점에서 접하게 된 책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은은하게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생각하면 명멸하는 추억의 미로 속에서 영위되는 우리의 삶 역시 이윽고 또 하나의 추억으로 묻혀간다. 그러나 우리는 추억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추억은 화석 같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단히 성장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언제나 새로운 만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페이지 : 116  


그림같은 추억의 이야기에 동화같은 그림을 더하고, 영어번역도 함께 한 이 책은 빛바랜 옛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2008년 지금 현재를 생각해볼 시간을 제공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책의 마지막에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0주년 출간 기념 오디오북도 담겨있다. 비오는 오늘 추억에 잠길 빌미를 제공해준다.

과거는 현재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밑받침이 된다. 그래서 과거의 추억이 아름다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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