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 가?>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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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평점 :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두근두근 가슴이 뛴다.
손이 바르르 떨리고, 이를 앙 다물게도 된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치고 싶어진다.
“ 당신! 제정신이야? 그러고도 당신이 아빠라 불리고 싶은거야? 엉? ”
공포 소설보다 더 잔인하고 끔찍하게 다가온다.
말이, 혹은 글이 가진 힘은 귓속으로(눈으로) 들어와 머리에 박히고, 마음에 생채기를 커다랗게 남기고 사라진다.
도대체... 장애아 둘의 아빠인 장-루이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약간 과장을 덧붙여 ‘저질’이다.
아빠 어디 가?
고속도로를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알라스카로 가지. 가서 백곰을 쓰다듬어 주자꾸나. 그리고 백곰한테 잡아먹히는 거야.
버섯을 따려 간단다. 독버섯을 따서, 그것으로 맛있는 오믈렛을 해먹자꾸나.
수영장에 가자. 가서 제일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 내리자. 물 한 방울 없는 풀장으로 말이야......
맨 앞에 있던 아빠가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없었다면 제대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글들을 보면서 처음엔 솔직히 너무 농담이 지나친 것 같아 책을 그냥 덮어버리고 싶었다. 내 눈에서 멀리, 안 보이는 곳에 치워 놓고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사라지게 만드는 건 너무 솔직한, 아빠의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군데군데 보이는 진심을 담아 툭툭 던지는 농담들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얘기를 할 때면, 마치 무슨 큰 변이라도 당한 듯 사람들은 사뭇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곤 하지. 그래서 난 미소를 지으며 내 아들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너희들은 날 많이도 웃게 만들었지. 그것이 꼭 원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지만......’
이 편지를 시작으로 자세히... 기다리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빠는 모든 장소, 모든 물건, 모든 것에서 아이들과 연관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빠는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길 좋아했다.
아빠는 아이슈타인, 모차르트, 미켈란젤로와 자신의 아이들을 동급으로 놓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아이들이 가질 수 없었던 미래, 아이들이 할 수 없었던 모든 것, 심지어 아이들의 모습까지 전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 모든 걸 아빠 장-루이는 웃음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솔직함으로 내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걸 깨달았을 때 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건 마튜와 토마, 그리고 아빠를 향한 동정과 위로의 마음이었다.
안돼!
이것이 아빠가 가장 싫어했을, 가장 원하지 않았던 태도였을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미안해진다.
웃어줘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당신이 그렇게 꿋꿋한데... 내가 뭐라고 눈물을 흘려..
분명... 이 책을 읽는게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태도를 어떻게 취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리 단정 짓고, 넘겨짚어 헤아리지는 말자.
장애아를 아들로 둔 사람은.. 마튜와 토마의 아빠는 내가 아니라 ‘장-루이’ 라는 사실만 기억하자. 그리고 나서 찾아오는 감동에 그저 몸을 맡기면 된다.
* 책속 한마디
물론 아이들의 탄생은 우리에게 큰 기쁨이었다. 아주 드문 순간이었고, 유일한 경험이었다. 강한 감동이 밀려들었고, 비할 데 없는 행복이었다.
하지만 실망도 컸다. (p 187-188)
* 권하고 싶은 대상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감명깊게 보신 분.
* 서평도서의 좋은 점
‘유머로 풀자’ 와 같은 느낌..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나타내지 않고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절절하다. 물론 겉으로는 다르게 보일수 있겠지만.
*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하는 한 핏줄 도서
<딥스> 글쎄... 이 기회에 장애아의 이야기를 더 느껴보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