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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야, 바람 보러 가자 - 자연과 대화하는 벌랏마을 선우네 이야기
이경옥.이종국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똑같이 생긴 아파트 공간이 숨막히는 도시 생활,
동네 산책을 하고자해도 아스팔트 길을 걷는 것은 피로감만 쌓인다.
그래서 요즘들어 한적한 시골에서 덜벌고 덜쓰는 생활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도시가 고향이고, 이 곳에서 몇 십년을 살아온 세월이 있기 때문인지,
막상 조금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되면 도시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 곳 나의 고향인 서울은 편리한 교통 환경,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이리저리 다양한 물건들도 보면서 쇼핑을 하고, 왁자지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은 가끔씩 나의 생활 공간을 벗어나 다른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나는 어쩌면 도시에서 살면서 시골 생활을 동경하며 살지도 모르고,
큰 결심을 하고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시골로 간다면 도시 생활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대화하는 벌랏마을 선우네 이야기가 담긴 이 책 <선우야, 바람보러 가자>는 마음을 잔잔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사진 하나하나가 작품 같고, 한국적이며, 아름다웠다.
집이며 음식이며 한지까지 내 마음을 흔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이야기는 후배와 나눈 이야기였다.
"시골서 우리 엄마가 벗어나고 싶어한 생활이 이런 거였어요.
그런데 언니는 이 생활이 뭐가 그렇게 좋고 당당해요?"
그때 난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몸은 좀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난 도시의 답답한 아파트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어.
편리한 답답함과 번거로운 아름다움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면 난 후자 쪽이야." (60p)
당당한 그녀의 대답에 부러움이 느껴졌다.
내가 그 생활을 하게 된다면, 나도 그런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해서 나는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그런 대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곳에 그녀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함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어느 공간에 있든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텐데,
그런 힘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저 이 곳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더이상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아서일까?
만약 나도 마음을 바꿔 떠난다면 후회를 할 것인가,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할 것인가?
이 책을 보면서 생각만 많아졌다.
선우네 가족이 부럽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벌랏마을에 한 번 가서 자연을 접해보면 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마음껏 접하면서 숨통을 틔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일은 산나물을 해먹으며 자연의 기를 받아보아야겠다.
그리고 단풍이 시작되는 자연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