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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엄마!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1
유모토 카즈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갑작스레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상실감이 정말 큰 일이다.
특히 6살짜리 아이에게 그것은 감당하기 벅찬 현실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 일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큰 상처인데,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그 나이에 그런 상실감은 마음에 큰 상처가 되어 치유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현실은 어떤 모습으로든 아이에게 인식되고 상처가 되고, 힘든 현실이 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상처가 극복되기도 한다.
<고마워, 엄마>에서는 여섯 살 소녀, 치아키의 눈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그에 따른 어머니의 고통이 고스란히 아이에게는 상처가 된다.
아이의 시선이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런 생각을 하는 아이의 마음이 안쓰럽기도 했다.
만일 장례식에 온 어른들이 말한 것처럼, 정말로 아빠가 나를 지켜 주고 있다면 왜 제단에 놓인 음식을 모른 척하고 내버려 둘까?
"굉장한 일이 일어나야 하잖아. 과일이 ’팟!’하고 사라진다든지, 아니면 전혀 썩지 않는다든지."
그런 말을 하다가 갑자기 절박한 기분에 사로잡혀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
그날부터, 아빠가 세상을 떠난 그날부터, 엄마도, 나도, 그냥 썩어 가는 과일처럼 이 세상에 내동댕이쳐져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49p)
이 글처럼 아이는 세상에 내동댕이쳐져 무시당하고 있는 현실을 힘들어했다.
소중한 가족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 자체보다 힘든 것은 살아남은 자라는 현실이다.
남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껴야 하는 고통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힘에 겨운 일이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스스로의 슬픔과 남들의 시선으로 고통받으며 살아 내야 하는 것이 더 힘에 겨운 일이다.
그런 일을 여섯 살 소녀가 감당하기란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포플러장으로 생활 환경을 변화시키며, 치아키는 포플러장 할머니와의 교류로 차츰 삶의 무게를 덜어내게 된다.
상처 자체가 없었던 일처럼 되지는 않아도, 상처는 점점 옅어지게 된다.
이 책은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할머니의 장례식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죽은 사람에게 전해진다는 편지는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의 생각을 정리해주는 힘이 있었다.
사람들은 포플러장 할머니에게 편지를 많이 전해줬고,
치아키가 할머니에게 아빠에게 쓴 편지를 여러 번 전했던 것 처럼, 치아키의 엄마도 아빠에게 쓴 편지를 할머니에게 전했다.
아이의 엄마가 아빠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마음이 짠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며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엄마의 편지였다.
치아키 엄마의 편지를 읽으며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고마워, 엄마’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를 나도 그제서야 느끼게 되었다.
세상에 혼자만 상처받는 일은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빠의 상실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상처가 된다.
각자 자신의 상처만을 생각하다가, 그 상처라는 공감대를 서로 다독여주며 돈독해지는 모습을 이 소설에서 보게 되었다.
마음 한 켠이 적막해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