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똥고양이의 수상한 방 - 필냉이의 고양이 일기
윤경령 지음 / 나무수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먼저 이 책 <똥고양이의 수상한 방>의 표지에 있는 야옹이 세 마리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저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표정이라니......
웃는 표정도 아니고, 애교 부리는 모습도 아닌데......
그래서 고양이는 그런 것이 정말 매력적이다.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 도도함, 자기애에 빠진 자신감 넘치는 표정~
그래서 한참 동안을 쳐다보게 되었다.
나에게도 러시안 블루 고양이 두 마리와 한 집에 살던 때가 있었다.
동생이 그토록 키우고 싶어하던 고양이들을 덜컥 분양받은 것이었다.
그 당시 나와 어머니는 친고양이적이긴 하지만, 함께 사는 것은 또 달랐다.
게다가 사실 고양이에 대해서 너무 모르긴 했다.
여기저기 발톱 자국을 내놓는 고양이들, 시도때도 없이 우당탕 쿵쾅 다다다다~ 다니는 모습에 정신사납기도 하고,
고양이들은 어머니께서 아끼는 화초들을 뜯어먹기도 하고 헤집고 다니기도 했다.
그 냄새는 또~ 대단했다.
발정기가 되었을 때에는 밤을 꼬박 새면서 고양이를 지켰던 기억도 새롭다.
하지만 동생이 유학가면서 다 데리고 갔고,
막상 휑~하니 썰렁해진 분위기를 보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도 든다.
요즘엔 그렇게 고양이 키우고 싶은 생각을 누르며 살고 있다.
사실 나는 지금도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른다.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동거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도도한 고양이를 개취급하고, 경계태세로 꼬리를 흔들었더니 귀엽다고 하고 있고,
헤어볼 때문에 화초를 뜯어먹는데, "우리집 야옹이들은 채식주의자인가봐~" 하고 다녔으니......
어찌보면 우리집 고양이들은 인내심이 강한 동물들이었나보다.
고양이에 대한 책이 나오면 눈여겨보게 된다.
예전에 읽은 길고양이 이야기인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라든지, 고양이와 반려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는 <고양이가 기가막혀>라든지, 도서관 고양이 <듀이>는 올해에 읽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 관련 서적이었다.
이 책도 그 목록에 포함시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똥고양이의 수상한 방>에는 금봉이, 순대, 홍단이, 영남이, 샤나, 은봉이 등 실제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은 다양한 상상력을 끄집어내는 매력이 있다.
만화식 구성, 실제 고양이들의 사진 등장, 고양이를 키우면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담겨있다.
아주 기초적인 상식부터 고양이를 키우면서 알아야 할 문제들, 그리고 함께 지내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은 재미있게 읽었다.
조금 더 고양이들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담긴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고양이 이야기는 꽤나 감동적이었다.
고양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취급하지 말고, 고양이의 존재를 인정해주며
함께 동반자로 행복하게 살게 되는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