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 자연에 대한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나무심는사람(이레)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넘쳐나는 정보, 넘쳐나는 활자, 바쁘게 달려가던 나의 일상,
지친 도시 속의 나를 위해 오늘은 온전히 쉬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무언가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은 나를 온전히 쉬게 하지 못한다.
먼지 쌓인 책장도 정리해보고, 서랍 속에 어지럽게 담아두었던 것들을 가지런히 정리해본다.
그리고 오랜만에 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책장 속에서 오래도록 조용히 꽂혀 있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이라는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엮은 자연에 대한 잠언 시집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잠언 시집에 이어 새롭게 엮어진 잠언 시집이었다.

거의 10년 만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10년이라는 세월이 새롭기만하다.
어쩌면 이렇게 금방 지나가버리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글들을 읽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이렇게 표시를 해두면서 읽은 책에 예전의 흔적이 남아있다.
내가 마음에 든다고 표시해놓은 시들을 다시 곱씹어가며 읽는 시간에
나는 10년 전 나를 만난다.

새로운 정보 습득에만 목말라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던 나의 일상에 쉼표를 찍어본다.
천천히 시를 읽고 음미할 시간을 갖지 못하던 도시인의 일상에 
오랜만에 여유를 준 책이었다.
언젠가 다시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 읽게 될 때, 
그때의 내 마음은 어떨 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 그림과 나누는 스물한 편의 인생 이야기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그림을 잘 모른다.
하지만 모른다고 계속 외면하기는 싫었다.
어느 정도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그렇다.
생활과 예술을 동떨어진 무언가로 생각하고 있는 나같은 일반인에게
화가들의 작품이 좀더 가까이 느껴지도록 책이 쓰였을거라 기대를 하며 읽게 되었다.

'그림과 나누는 스물 한 편의 인생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표지였다.
표지에 담긴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의 '구두 한 켤레'라는 1886년의 작품이다.
이 책의 '인생' 파트에 담긴 그림이기도 하다.
'흔히 사람들은 인생을 길에 비유하곤 한다.'는 글을 시작으로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나 윤동주 시인의 <서시> 등을 이야기하며 
인생을 논하는 이 부분이 제일 매력적이었다.
이영희의 '삶의 길'이라든가 '단동 가는 길', '만포 가는 길' 이라는 그림도 인생과 길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고흐의 '구두 한 켤레'는 인생의 길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이었다.

사람들은 꿈을 배낭인양 등에 짊어지고 인생의 길을 걸어간다. 
가끔은 길을 잃고 헤매는 수많은 발자국이 땅에 흠집을 내고,
그 상처의 흉터가 모여 길을 만들기도 한다. (90p)

하지만 이 책이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글도 그림도 모두 내 마음에 쏙 드는 구성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나의 지나친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서비스데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슈카와 미나토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보았을 법한 이야기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없는 독특한 전개로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볍게 쉬어가는 느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가
흥미로운 마음으로 단숨에 읽게 되었다.

<오늘은 서비스데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다섯 가지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오늘은 서비스데이>, <도쿄 행복 클럽>, <창공 괴담>, <기합 입문>, <푸르른 강가에서> 라는 제목의 글들은 
각각 나름의 매력이 있었고, 대단한 흡인력이 있는 작품들이었다.

제일 먼저 실린 작품인 <오늘은 서비스데이>는 주인공 쓰루가사키에게 주어진 단 하루의 소원 성취일이다.
누구나 한 번 쯤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지니가 나와 소원을 들어주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지는 이야기임에도 ’서비스 데이’라는 상황 설정과 그에 따른 내용 전개가 참신했다.

<도쿄 행복 클럽>은 따뜻하고 아늑한 이름과는 달리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따라가다보니
오싹하면서 섬뜩한 반전같은 느낌이 들었다.

<창공괴담>은 오른 손만 존재하는 귀신 이야기인데, 
전혀 무섭지 않고 재미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보며 제일 많이 웃었다.
귀신은 무섭기만 할거라는 생각 자체가 선입견이었다는 듯이 나에게 소설 읽는 재미를 안겨준 작품이었다.

<기합입문>은 형의 도움 없이 붉은 가재를 잡겠다는 초등학생의 사투를 담은 짧은 이야기였고,
<푸르른 강가에서>는 자살한 사오리에게 일어난 이야기인데, ’섣불리 자살하면 앞으로 일어날 행복한 일들이 실행되지 못하겠구나!’하는 나름의 교훈을 얻게 된다.

각각 다른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동안 시선을 뗄 수 없는 호기심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한 가지 이야기가 끝나고, 잠시 숨을 돌리고, 그 다음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니
어느 덧 한 권의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로 이렇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으며, 가끔은 즐겁게 웃어제끼며, 가끔은 독특한 상상력에 감탄하며, 기분 좋은 독서의 시간이 되었다.

나의 경우 평소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는데,
이런 작품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든지, 일본 소설에 큰 재미를 느껴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일본 소설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였는데, 저자의 이력을 보니 나름 화려하다.
슈카와 미나토의 작품을 더 찾아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법의 돈 관리 -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고득성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돈에 얽매이는 것이 싫었다.
돈의 노예로 살고 싶지 않았다.
돈이라는 것 때문에 고통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여전히 돈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다가 어느 순간 보면 줄줄이 새나가고 있는 돈, 허접한 나의 재정상태,
별로 낭비도 안하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이유도 모르게 돈은 새나가고 있다.
얼마 전 <은행의 사생활>을 읽을 때 인상깊었던 말이 생각난다.
"돈은 쥐새끼같아서 풀어놓으면 이리저리 도망가버리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해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재테크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마법의 돈 관리>
제대로 돈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경제에 대해서 어렵고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의외로 글의 흐름을 타고 술술 읽히는 맛이 있어서,
책을 읽으며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핵심을 딱딱 짚어주는 명쾌함에 있었다.
재테크 초보자라도 어렵지 않을 설명, 그동안 돈관리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이정도는 기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복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재테크 책을 보면 흔히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인디안 나오는 복리 이야기, 즉 복리의 장점만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의 설명에 의하면 복리는 돈을 모을 때에도 해당이 되지만, 빚에도 해당이 된다.
종자돈을 모아 눈덩이처럼 굴려가며 키우는 것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다 복리의 힘이다!!!

당신의 삶이 절약을 통한 순자산 마련을 통해 순복리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그 순자산은 당신의 미래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소비성 빚에 빠져 있다면 그 빚은 역복리로 늘어나서 자칫 잘못하면 당신의 귀중한 평생 수입의 대부분을 빚갚는 데에 써야 할 것이다. 이처럼 재정적인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은 순복리와 역복리처럼 당신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270p)

돈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제대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여 계획적으로 돈관리를 해야겠다.
중요한 것은 오늘부터 하는 나의 계획성 있는 돈관리가 미래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오늘 내리는 결정이 당신의 미래 재정상태를 결정한다. (7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용의자 X의 헌신>은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 
범인을 미리 알려주고 그 범행을 밝혀 나가는 이야기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범인에게 빠져들어 버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는 그런게 있었다. 
범인을 미워할 수 없게, 상황을 몰고 간다는 점. 
오히려 범인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만든다는 점. 
추리 소설치고는 그렇게 감정에 많이 호소를 하는 작품이 많다.


 

그런데 이 책 <성녀의 구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지녔다. 
나만의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많이 객관적이 되었고, 감정보다는 사실에 충실하려 애쓰고 있는 듯 보였다. 


거기다가 유머까지......! 
가오루가 ‘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노래를 MP3로 듣고 있다는 문장을 읽을 때는 조금 경악을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금... 개그를 하려는거야? 
후쿠야마 마사하루라는 사람은 지금 영화와 드라마에서 ‘갈릴레오’라 칭해지는 물리학자 ‘유가와’역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하여튼 이 책은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보통 결혼한지 1년째인 부부의 모습은 어떠할까? 
물론 정해진 틀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보편적인 모습이라면, 
아이가 생겼을 수도 있고, 
생기지 않았다 해도 ‘깨소금 냄새가 솔솔나는’, ‘ 여전히 닭살스러운’ 등의 표현이 절로 떠오를만큼 
행복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이 부부, 마시바 부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시작부터 ‘라이프 플랜’이 어쩌고 하더니,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자는 쓸모없다, 그러니 미련 없이 내다 버리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새 여자를 들인다’와 같은 대화가 나온다. 이 부부, 신혼이 맞나?


남편 요시다카의 라이프 플랜은 온통 ‘아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계획에 동참할 수 없었던 아야네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마음이 심난해진 아야네는 친정 홋카이도에 며칠 다녀오겠다고 하며 집을 비운다. 
그 시간에 다른 여자, 그것도 아내의 제자인 히로미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요시다카. 
하지만 그런 그가 독살을 당한다. 
집의 모든 문은 안으로 잠겨 있었고, 그는 그저 커피를 마시다가 죽었다. 
범인은 누구이며, 어떻게 한 것일까?


 

사건은 이렇다. 
어쩌면 범인은 정해져 있었고, 마지막까지 밝혀야 하는 것은 ‘어떻게’ 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도 구사나기처럼 다른 범인이 있지 않을까.' 하며 끝까지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지막에 유가와가 밝혀 내고야마는 트릭을 보고는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었던 이성적인 생각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동정의 마음과 준비하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겪었을 혼란, 배신당한 분노 등 범인이 느꼈을 감정이 일시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과학 수사를 추구했지만, 그래도 히가시노 작품의 특징이 남아 있었다는게 느껴진다.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보다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더 찾아 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흥미진진하게 몰입하여 읽은 기분이다. 
'노장은 죽지 않아!' 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그래서 다음을 지켜봐야 하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점에서 그의 다음 작품이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는데, 그의 다른 작품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