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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도둑 고양이 - 골드미스 오작가의 스페인 체류기
오명화 글.사진 / 김&정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살짝 빈정이 상했다.
도둑고양이라니......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잘못도 없이 ’도둑’이라는 누명을 씌우는 ’도둑고양이’라는 명칭 자체가 싫다.
그래서 작가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도 않고, 키우지도 않으며,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거라 짐작을 했다.
하지만 ’도둑고양이’라는 단어보다는 ’바르셀로나’라는 단어에 집중해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친구의 스페인 여행 이야기를 듣고, 나도 그곳에 관심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조만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고,
가게 되면 어떤 곳을 가야 할 지, 무엇을 먹어야할지, 갈 곳에 대한 정보를 좀더 알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 작가의 여행 스타일은 마음에 들었다.
이곳저곳 바쁘게 발도장 찍어가면서 강행군을 하고 오면 사실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고 힘들기만 하다.
하지만 현지인처럼 좀더 오래, 천천히 머물면서 그 곳의 다양한 면을 보고 마음에 담아 오는 것이 정말 뜻깊은 여행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곳에 가기 전에 미리 스페인어를 배우고, 정보도 알아간 저자의 여행 자세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솔직히 공감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먼저 전날의 음주 탓에 눈을 떠보니 10시가 넘었다면서, 밥이 없다고 하던 부분이었다.
대한민국 여자들을 뭘로 보는거냐는 반응에 나는 확 깼다.
이탈리아 청년도 부스스한 모습으로 전혀 불만 없다는 표정으로 시리얼과 우유를 먹었다지 않았나!
물론 아침밥이 포함된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합당한 제공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제 때 내려간 것도 아니고, 10시 넘어서 아침을 먹겠다고 내려가놓고,
불의라느니 하면서 성질을 내는 것은 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아침 식사 제공이 11시까지라지만 여행자들이 식사를 많이 하면 좀 더 일찍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활동량이 많은 배낭여행자라 아침밥이 중요한 것을 안다면,
좀더 일찍 일어나서 잘 챙겨먹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외국인들 눈엔 아시아인이 모두 같은 민족으로 보이는 모양이지?’하며 기분이 상했던 부분이었다.
흠......작가님! 작가 님 께서는 외국인을 보고 한 눈에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알아보십니까?
외모만 보고 예를 들어 "아! 리투아니아에서 오셨군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오셨군요." 구분이 가능하신지 묻고 싶다.
같은 동양인이어도 여행에서 만나면 헷갈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동양인이 적은 곳에서 같은 동양인이니 자리를 바꿔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 일로 기분이 상할 것 까지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다음에 또 책으로 여행 이야기를 다루신다면, 마음의 가시를 좀 무디게 하셨으면 좋겠다.
좀 더 이해심 많은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성숙된 눈을 기대한다.
그래도 이 책에서 마음에 든 부분은 스페인 배낭여행을 먼저 가 본 사람이 정리한 여행 노트를 본 느낌과
다음의 문장이었다.
여행길에선 수없이 반복되는 돌아나오기가 왜 인생에선 그리도 힘든지 모르겠다. (123p)
나도 여행을 하면서 길을 잘못 들면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지도를 보고 다시 체크하고 돌아나오고 그러면서,
막상 인생에서는 지도도 없이 머뭇거리면서 방황하기만 하고, 잘못 들어선 느낌이 들면서도 돌아나오기 힘들어하는 것인지!
여행과 인생은 너무도 비슷해서 여행을 하면서 인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