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에세이 작가총서 96
정민호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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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끌리는 길이 있다.
나에게 제주 올레길이 그렇고, 산티아고 길이 그렇다.
온전히 내 두 다리로 걸어갈 수 있는 길, 
그렇게 살아있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길,
올해는 유난히 산티아고 길에 대한 책에 마음이 간다.
그래서 이번엔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2007년 판 책이다.
10,000원의 가격표가 붙은 책임에도,
사진이 흑백 만으로 담겨있는 것이 이 책의 첫인상에 대한 불만이었다.

아쉬운 마음은 뒤로 하고 글을 읽어나갔다.
일단은 산티아고에 대한 감상과 정보를 얻고 싶었으니까.

역시 그 길은 만만치 않은 길이다.
우리 인생의 길을 축소해놓은 듯한 산티아고 길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날 것이다.
어깨를 파고드는 무거운 짐이 그럴 수도 있고,
발걸음을 힘들게 하는 물집이 그럴 수도 있다.
때로는 맑은 날에도 가기 버거운 길에 비까지 내리면 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에게 프랑스 할머니들이 배낭을 고쳐메게해서 짐의 무게를 덜 느끼게 한 것처럼,
물집을 걱정해주는 다른 순례자들이나 파스를 건네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인생의 무게를 덜어주며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우리의 삶인지도 모르겠다.

산티아고에 대한 많은 책이 나와있고, 조금만 찾아보면 인터넷 블로그에서도 수많은 글들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것은 저자가 직접 걸은 길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으로 엮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사진과 정보의 부족이 아쉬움을 남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동방법인 걷기는 접촉을 가능하게 한다. 
사실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규격화된 문명과 온실 속 문화에는 이제 싫증이 난다. 
내 박물관은 길들과 거기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고, 마을의 광장이며, 모르는 사람들과 식탁에 마주 앉아 마시는 수프인 것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중 1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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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푸드 스쿨 Real Simple 시리즈 1
이미경 지음 / 테라w.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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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
나의 오랜 로망이었다.
’카페’ 라는 공간을 떠올리면, 잔잔한 음악이 깔린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여유로움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카페를 하게 되면 생각하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여전히 카페는 나의 로망일 뿐이다.
언젠가 갑자기 실현하게 될지는 몰라도, 지금 현재는 그저 꿈일 뿐인 그런 것!
그래도 가끔은 그렇게 꿈꿀 수 있어서 행복해지는 그런 꿈!

카페를 현재 차릴 수는 없지만,
카페에 있는 음식들을 익히고 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 <카페 푸드 스쿨>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카페 푸드 스쿨>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우리가 흔히 카페에서 먹지는 않을 음식들이 맛깔스럽게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과 레시피를 따라 읽다보니 그 이야기가 수긍이 간다.

눈을 현란하게 하는 사진과 음식 레시피~
이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작가의 한마디 말도 인상깊게 남는다.
식당에서 종종 여러 명이 각각의 메뉴를 주문하면 용감한 식당 아주머니는 "하나로 통일해줘"라고 요구하시죠. (16p)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먹지 못하던 것을 먹으려고 외식하는 것이면서도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주문했다가 몇 번 거절당하고 보니
그저 여러 명이 가면 통일을 해야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우리의 식습관도 개성을 잃어갔다.
포도 주스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누군가 "W브랜드의 포도 주스가 가장 신선하고 진하다."고 이야기하며 포도 주스는 꼭 그 브랜드만 먹는다고 합니다.
아마도 천연 포도 주스를 맛보지 않아서 그렇게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174p)

나도 천연 포도 주스의 맛을 못봐서 알 수 없었는데, 이 책의 레시피대로 따라하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음식들이 탄생할 것 같은 자신감에 사로잡힌다.

먹음직스럽게 담긴 사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듯한 레시피, 게다가 음식을 만들면서 주의해야 할 팁까지!
하나하나 따라하다보면 열카페 부럽지 않은 나만의 레시피가 짜잔~ 완성될 것이다.
따뜻한 봄이 오면 지인들을 초대해놓고, 이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음식들을 선보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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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주의보
엠마 마젠타 글.그림, 김경주 옮김 / 써네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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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주의보?!
먼저 제목으로 쓰인 그 단어의 의미를 파악해본다. 
사랑이 스며오는 무렵...몸의 기상예보...
막연하게 느껴본다.

사랑이 밀려오려고 할 때
천천히 스미는 분홍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그건 이 세상의 기상예보로는 예측하기 힘든거야.
몸에 분홍이 아주 가물가물 물드는 거지
그걸 나는 분홍주의보라고 불러......
분홍이 자신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고 느끼는......그런 분홍 (책 중에서)


요즘은 유난히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을 읽게 된다.
’사랑’의 색깔과 모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은 한정되어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말이다.
책을 읽으며 보게 되는 ’사랑’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의 모습은 이해가 갈듯 말듯 아리송하다.

사랑은 아마도 한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서
아주 오랫동안 여행을 하는 일일 거야 (책 중에서)

벙어리 발렌타인의 사랑, 알듯 말듯한 그 이야기, 
어쩌면 사랑이 시작될 무렵의 마음이라면 이 이야기가 이해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메말라버린 내 마음을 조금은 아쉬워하는 시간을 보낸다. 
사랑이 밀려오려고 할 때 천천히 스미는 분홍, 
곧 다가오는 봄에는 나도 그런 분홍 주의보를 내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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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신호등 - 내 몸이 질병을 경고한다
닐 슐만 외 지음, 장성준 옮김 / 비타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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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말이다.
우리는 건강할 때 건강의 고마움을 모르고, 건강을 잃고나서야 건강할 때가 정말 감사해야할 때라는 것을 안다.
건강을 잃는 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온다.
그리고 답답함을 넘어서서 안타깝고 괴로운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도 건강을 회복하고 나면, 고마운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현실에서의 불만족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건강을 갑자기 잃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에도 그랬다.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이상이 왔는데, 그 당시에는 아무 이유없이 갑자기 그런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을 해보니 내 몸에서 지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무시해버리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여간 지금은 다시 건강을 되찾은 것에 감사하지만, 자꾸 그 감사한 마음을 잊게 된다.
그래서 다시 건강을 되찾은 2주년 기념으로 건강에 대해 각성하는 마음으로 <건강신호등>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기로 했다.

우리 몸은 어느 순간 갑자기 엄청난 질병에 걸린다기 보다는 
힘들다는 신호를 보낸다. 반드시!
그 신호를 알아채느냐, 못알아채느냐에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에는 그 ’신호’에 관해 나열되어있다.
평소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면 병에 안걸리고 살 수 있다는 요지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알아보기 쉽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 매력이다.
우리 몸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 그리고 그와 관련된 해석이 함께 되어 있어서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기가 쉽다.
게다가 책의 뒷편에 ’찾아보기’가 있어서 궁금한 부분만을 찾아 보기에도 유용하다.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볼 때면 나 자신의 이야기 또는 주변 사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더 관심있게 보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때로는 아는 것이 힘이 될 때도 있지만, 모르는 것이 약이 될 때도 있다.
건강 염려증으로 불안한 마음만 가중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강할 때 건강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아두어서 응급 상황에 잘 대처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채지 못하겠다면,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은 경고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고를 하는 지 이 책을 보며 알아두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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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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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하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 난 제목과 작가만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정보를 알고자 했다가 스포일러를 만나 김이 새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제목 <풀밭 위의 식사>, 참 따뜻하다.
풀밭...그리고 식사, 그런 이야기들이 펼쳐질거란 기대, 
물론 그 기대와 반대되는 반전이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이었다.

이 책을 보며 '사랑'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이 들게 되었다.
누경에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깨어진 프리즘으로 보게 되는 환영같은 것?
기현과의 이야기도, 서강주와의 이야기도, 사실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누경의 열여섯, 열 여섯 살 때의 아픈 기억, 그것이 어쩌면 누경을 이해하고 격려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상처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상처를 이해하며 격려해주기 보다는 
지속적인 저기압에 화가 나기도 한다.
왜 아직도 유별나게 과거에 얽매여서 사는지 답답해하게 된다.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훌훌 털고 일어나기도 해야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누경의 이야기가 나에게도 그렇게 처음에는 답답해보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답답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씩 누경의 이야기를 알아가게 되면서, 누경의 상처와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는 것은, 그 낯선 남자가 아니라 내 목에 겨누어졌던 날카롭게 깨어진 유리병 주둥이예요. 그렇게도 날카로운 유리조각이라니......" (201p)
그러면서도 누경은 유리공예를 배우는 취미 생활을 꾸준히 하고, 결국 푸른 유리병에게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푸른 유리병은 지속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깨어지지 않는 게 사랑이야. 어떤 균열이든 두 팔로 끌어안고 지속하는 그것이, 사랑의 일이야." (227p)

 
흔히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에 대해 말한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할 수 없으면서, 그건 아니라고 그러지 말라고 말하면서 드라마를 본다.
어쩌면 그것은 주인공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본인의 상처로 향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누경!
이해하기도 이해할수도 없는 인물이었지만,
어느새 내 마음은 주인공 누경에서 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다른 모습을 한다고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내 사랑이고, 내 상처고, 내가 감당해야할 인생이다.
도덕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해도, 그래서 이렇게 소설로는 가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바람처럼 사라져가는 사랑은 실재했었는지 꿈이었는지 
구름처럼 양떼처럼 모였다 흩어지는 환상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어느 정도나 실재로 여기며 살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얼마나 실재일까. 그리고 그는...... (1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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