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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슴이 먹먹해지며 불편해지는 마음이 느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손에 쥐고, 무거운 마음과 미안한 생각으로 이 책을 덮는다.
내가 대학생이 될 무렵, 학교에서는 점점 투쟁의 기미가 사라지고 있었다.
점점 시간이 흘러갈수록 투쟁은 시험보기 싫은 학생들의 치기 정도로만 여겨지며,
대외적인 관심은 개인적인 문제로 전환되었다.
학비, 학점, 취직 등등 현실의 문제도 우리에게는 버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들 먹고 살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정치 분야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잊고 있던 불편한 기억을 떠올리듯, 이 책은 나에게 잊고 지내던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애는 착해서 절대 그런 짓 안한다고 믿으시는 영호 어머니,
그 당시에도 얌전히 공부 잘하다 착실히 회사 다니는 것이 부모들이 바라는 자식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조금은 답답하기만 한 처음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답답함만 느꼈을텐데,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든든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마음과 행동을 일치시킬 수 없었던 영진,
장남이라는 위치때문이라도 자기자신 하나만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동생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주고, 학생들에게 따끔하게 이야기할 때에는 영진같은 사람도 세상에 많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제목인 100도씨에 대한 글이 나왔을 때에 마음에 와닿았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 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92p)
더 나아지는 세상, 태평성대를 바라는 꿈, 그것은 과연 꿈이기만 한 것인가?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우리 속에 더 깊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은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한 것인가?
역사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아니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반복되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