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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고 그 책의 매력에 한동안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벽임에도 그 책을 놓지 못하고 계속 읽게 되었고, 내 가슴은 열정으로 두근거렸다.
그 책을 읽을 때에는 잠을 깨우며 책장을 놓지 못하게 하던 그녀의 글이
이번 책에서는 약간은 지루하고 겉도는 느낌으로 시작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때의 열정을 지금도 느끼기 바라던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서 그녀의 열정을 느꼈다면,
이번 책<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에서는 삶에 지친 모습, 열정을 찾고 싶은 희망 정도가 느껴졌기 때문에
한풀 꺾인 듯한 그녀의 시선이 당혹스럽긴 했다.
하지만 중간 이후로 달려가면서 분위기의 반전, 점점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열정이 아니어도,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열정으로 충분히 내 가슴은 뜨거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국화꽃 향기>를 보다가 인상깊게 느꼈던 문장이 있다.
"30대는 여자에게 포기와 편안한 안주가 같은 말임을 터득하게 해준다.
꿈의 날개를 적당히 꺾으면 그만큼 생활이 편해질 수 있다는 타협의 기술을 누구나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는 나이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라는 존재, '30대 후반'이라는 존재는 마음껏 자유를 누리기에는 만만치 않은 현실이라는 제약이 있다.
20대까지는 많은 꿈을 꿀 수 있어도, 30대가 되면 그 꿈들 중에 적당히 타협을 하며 현실에 자리잡아야 한다.
그래서 30대 초반에는 '현실과 타협'이라는 말에 약간의 거부반응도 느꼈지만,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적당한 타협으로 삶의 편안함을 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녀에게도 나이라는 장벽이 조금은 크게 작용하나보다.
그녀의 글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꿈은 무조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엔 슬프게도 나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
많은 산을 넘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길을 바꾸어놓은 수년전 그 만남은 내게 더 큰 확신을 안겨주었다.
'꿈은 분명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진정으로 간절히 갈구하는 자에게 반드시 길은 열린다.' 라는 믿음을 말이다. (219p)
현실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가던 꿈들은 그 꿈을 꾸는 데에 영향을 주었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열정이 되살아난다.
간절히 꿈꾸던 것, 이미 이루고 뜨뜻미지근한 현실이 되어버렸던, 사그라드는 열정에 불을 다시 지피는 만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녀는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20대의 꿈을 부러워한다.
우연히 라 보카에서 만난 골든벨스타 수영이,
수영이의 이야기를 보며 공감을 한다.
'나도 진작 그런 생각을 왜 못했던 것일까' 생각해본다.
아직 취직을 한 건 아니구요. 어릴 적부터의 꿈이 있는데 그건 나의 선택과 상관없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났으니 일단 감사히 인생의 삼분의 일을 한국에서 살고, 또 삼분의 일은 내가 원하는 나라들을 실컷 돌아다니며 살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에 가서 사는 거예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시작으로 런던을 택한 것뿐이에요. (151p)
열정을 느끼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처음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해서 아쉽기마저 했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다시 한 번 이 책의 제목을 본다.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어쩌면 저자도 사그라들고 있는 열정을 되살리고 싶어서 여행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미치도록 뜨겁게, 열정에 사로잡혀 몰두했던 일,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그 소중한 순간들을 잊고 지냈던 것이 아닌가.
여행 서적이라는 목적에 걸맞게 아르헨티나의 여행 정보라든가, 거기에 따른 느낌을 보게 된 것이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와 내 주변의 '열정'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