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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
권진.이화정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평점 :
나는 서울 토박이다.
어찌되었든 내 인생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고, 이곳을 새롭고 신선하게 보는 눈을 잃었다.
답답하다. 속상하다. 숨이 막힌다.
도무지 왜 이렇게 멋없는 곳에서 점점 더 멋없이 살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던 나에게 내가 사는 이 곳을 새롭게 보게 하는 계기가 생겼다.
작년 가을, 홍콩 친구가 서울을 방문했다.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날, 동네 한 바퀴를 구경시켜줬는데,
이 친구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온갖 감탄사를 내뱉으며 이런 곳에 살아서 참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난 ’그랬나?’ 생각하면서 주변을 다시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보려고 했다.
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지금, 나는 그랬던 나의 시도 조차 잊고 있었다.
아파트숲, 반복되는 일상, 무언가에 초조하게 집착하는 사람들......등등 나는 삶에 지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그 느낌을 다시 되살려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서울 이야기가 담겨있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몰랐던 서울 이야기’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서울이라는 곳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이 책을 보며
나의 공간, 서울에 대해 생각해본다.
서울이라는 곳이 점점 전통이라든지 서울만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들의 시선으로도 그렇게 느껴지고 있는 서울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속상함을 안겨준다.
요즘은 전통을 파괴하는 게 일종의 트랜드처럼 되어버렸어요.
그건 외국인 입맛에 맞춘 도시일 뿐이에요.
외국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도시보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우리’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45p)
나자신을 잃어가고 있을 때, 그것을 나도 알고 있는데, 누구보다도 내가 속상한데,
다른 사람이 "너 왜 그러니?"하고 이야기를 하면,
알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느낌을 이 책에서도 받는다.
서울이 예전의 서울만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고,
온갖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예전의 모습을 점점 찾기 힘들어지고 있는데,
그것을 콕 집어내어 말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속이 상한다.
내가 어찌 할 수 없으니 더욱 속상하다.
맞는 말인데 속상하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춘 도시가 아니라, 우리의 도시로 우리 색깔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