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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블랙홀 - 자기 회복을 위한 희망의 심리학
가야마 리카 지음, 양수현 옮김, 김은영 감수 / 알마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마음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함, 우울함, 외로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끼게 되는 마음의 공허감이 아닐까?
이 책 표지에 보면 ’자기 회복을 위한 희망의 심리학’이라는 글이 있다.
마음이 뚫려버린 사람들에게 마음의 블랙홀을 메워줄 심리학 이야기가 담겨있을거란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것은 먼저 들어가는 말에 담긴 ’진단할 수 없는 사람들’ 이야기였다.
이것은 저에게는 무척 중요한 발견이었는데, 대학교와 방송계통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하소연이,
지금까지 아무 의심 없이 ’아, 이건 심인성 정신질환 중 대인공포증이겠다’며 ’진단’을 내려온 ’환자’들과 같다는 것입니다. (8p)
병원이라는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단을 하는 사람도, 치료를 받는 사람도,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파악을 하기 힘들 것이다.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는 정말 복잡다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의태우울증’에 관한 이야기였다.
’의태 우울증’이란 ’우울증이라고 칭하지만 실은 우울증이 아닌 것’입니다.
매스컴 등을 통해 우울증에 대한 정보가 급속히 퍼져나가자 통합실조증, 조기 노인성치매, 경계성인격장애뿐 아니라 ’사회 부적응자’ ’병으로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까지 모두 자신을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고 정신과를 찾습니다.
그리고 ’일종의 우울 상태로 볼 수 있겠네요’라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역시 나는 우울증이었어’라고 착각하고는 주위 사람에게도 자신을 우울증 환자로 대접해줄 것을 요구한다,
바로 이것이 ’의태우울증’이라고 하야시 고이치는 말합니다. (159p)
의태우울증에 대해 접하고 보니, 우울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매스컴의 발달과 함께 건강 염려증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게 된 것처럼,
’의태우울증’ 환자들도 많이 늘어났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자살’에 관한 이야기였다.
계획된 자살 기도도 아니고, 주위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도 아니다.
죽음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 해도 별 상관없다, 살아 남는다면 그것도 상관없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별로 큰 차이가 없다.
마치 러시안 룰렛이나 제비뽑기 혹은 도박같은 자살 (109p)
자살에 대한 심리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특히 요즘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많이 장식되고 있는 것을 보면,
도대체 그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문장이 나의 생각을 바꾸어놓는다.
그들은 그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마음이었다는 것을......
여전히 그들을 이해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좀 더 알게 되었다는 생각은 든다.
여러 가지 질환 중에서 정신질환 관련 병증은 매우 낮은 치료율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다.
가끔은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진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상당한 오류가 있을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이란 책을 볼 때에도
트라우마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단순 우울증으로 보고 우울증 약을 복용했기에
당연히 치료가 잘 안되었다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정신적인 면에서 볼 때 정상의 범주는 정확히 선긋기 어려울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마음에 구멍이 뚫려있다.’ ’마음이 분열되어 있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그것을 보고 ’당신은 병’ ’당신은 정상’이라고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정도가 심한 사람만 치료 대상으로 취급하고 가벼운 사람은 의료의 대상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도 문제입니다. (134p)
이 책의 저자 가야마 리카는 정신과 의사이자 데즈카야마가쿠인 대학 인간문화학부 교수라고 한다.
일단은 쉽게 읽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그리고 몇가지 이야기는 새롭게 알게 되어서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었다.
그런데 내 마음의 블랙홀은 아직 메워지지 않았다는 것!
그런 것은 책에 바라지 말았어야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