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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평점 :
내가 승려가 된 이유는 이렇게 한 생을 끝없이 분투만 하다 죽음을 맞이하기 싫어서였다.
무조건 성공만을 위해서 끝없는 경쟁만 하다가 나중에 죽음을 맞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성공의 잣대에 올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나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그들의 기준점과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헐떡거리며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40p)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공감하게 된 것은 이 문장이었다.
문득 지금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출가’가 내가 생각한 해결 방법은 아니지만 말이다.
등 떠밀려 무작정 달려가던 시간 속에서 ‘내가 왜 이러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고 잠깐 쉼표를 찍는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책을 인연으로 생각하고 책의 세상 속으로 빠져 독서 삼매경에 빠져본다.
사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이라는 타이틀을 보면, ‘출가’보다는 ‘하버드’가 강조되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지 않으려고 했다. 성과 위주의 사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간판 사회에 대한 괜한 거부감이다.
하지만 속세에서 하버드까지 들어가며 정진하였지만, 어떤 생각으로 출가를 하였고, 출가 후의 10년에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혜민 스님이 출가를 하게 된 과정, 유학 시절의 에피소드, 미국 대학 강단에 서서 느낀 점, 사랑에 대한 이야기 등이 쉬운 언어로 흥미롭게 적혀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며 혜민 스님의 생각과 출가 이후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출가를 해서 깊은 산 속 절 속에 들어가서 속세와 단절되어 도를 닦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세상 속에서 불교를 알리고, 종교를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이렇게 종교적 색채가 풍기면 괜히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오히려 이 방법은 한 걸음 다가서게 되는 긍정적인 방법이라 생각해본다.
“하느님을 말하는 이가 있고,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이가 있다. 하느님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지만, 그 존재로써 지금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있음을 영혼으로 감지하게 하는 이가 있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 이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다.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
추기경님을 애도하는 법정 스님의 편지글
이 편지글이 나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잠깐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이 책의 표지가 인상깊게 다가온다.
혜민 스님이 앉아 있는 자리는 성당이 아닌가!
종교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상하게도 이 사진을 보며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세속의 종교는 서로에 대한 이해는 없고 종교적인 담을 쌓아서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데, 그것이 종교가 보여주는 모습의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책이었다.
기대없이 책을 펼쳤다가 의외의 깨달음을 얻을 때, 독서의 기쁨은 극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