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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냐 추녀냐 - 문화 마찰의 최전선인 통역 현장 이야기 ㅣ 지식여행자 3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 여사의 책은 나의 취향 상 제목만으로는 절대 선택하지 않을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마녀의 한 다스>라든지 <미녀냐 추녀냐> 등의 제목은 내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책도 ‘요네하라 마리’의 저서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선택을 했고,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제목 때문에 읽지 않았으면 참으로 아쉬움이 가득 했을 것이다.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을 읽다보면, 그 책의 역자가 요네하라 마리의 <헤픈 미녀냐, 정숙한 추녀냐>를 보며 통역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담은 그 책을 인상적으로 보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책이 <미녀냐 추녀냐>라고 번역된 이 책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제목보다도 일단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데다가, ‘문화 마찰의 최전선인 통역 현장 이야기’라는 부수적인 설명이 붙어있는 이 책을 보니,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내가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되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녀냐 추녀냐’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제목을 지었는지는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이야기에 대해 나온다.
‘부정한 미녀인가 정숙한 추녀인가’
“상당히 이상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번 장에서는 좋은 통역과 번역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라며 운을 뗀다.
원문에 충실한지 아닌지, 원 발언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아닌지 하는 좌표축으로 정숙함을 측정하고, 원문을 잘못 전달하고 있거나 원문에 어긋난 경우에는 부정하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역문의 좋은 정도, 역문이 얼마나 정돈되어 있는지, 편안하게 들리는지를 여자의 용모에 비유하여, 정돈된 경우에는 미녀, 아무리 봐도 번역한 티가 나면서 어색한 역문일 경우에는 추녀라고 분류하면 네 가지 조합이 생기는데 다음과 같다.
정숙한 미녀, 부정한 미녀, 정숙한 추녀, 부정한 추녀. (143p)
역문이 여자의 용모나 남자에 대한 충성도에 비유되는 것이 유럽의 전통이지만 다소 거슬린다면서, 남자로 바꾸어서 표현해보는 부분에서는 귀여운 반항처럼 느껴져 웃음이 난다.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처럼 다른 언어를 접하기 힘든 환경에 있으면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실수담이나 통번역을 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에 더 눈길이 갔다.
연사에게 문장별로 발언을 끊어달라고 부탁해도 한 시간을 그냥 강연해버려 노트테이킹을 수십장 하며 당황한 어느 통역사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자신이 적은 노트테이킹을 알아보지 못해 식은땀을 흘린 경험이 열 손가락 발가락으로도 다 셋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요네하라 마리의 솔직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순간의 기억력’을 최대한 발휘해야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보면, 정말 순간 스트레스 최대일 듯한 직업이 맞나보다.
어학을 하는 사람들, 통번역사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 통번역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