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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ㅣ 탐나는 캠핑 3
허영만.송철웅 지음 / 가디언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허패의 여행 이야기는 예전에 <허패의 집단 가출>에서 유쾌하게 보았다.
캐나다 여행이야기였는데,
정말 통쾌한 여행, 재미난 여행이고, 부러운 ’집단 가출’이었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다가, 우르르 몰려 함께 여행을 하는 시간을 꿈꿀 수 있음이 부러웠다.
나이와 성별과 직업을 떠나 산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함께 뭉쳐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마음들이 부러웠다
대리 만족만으로도 그 책을 읽는 내내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음을 느꼈다.
허패가 언제 또 여행 짐을 꾸릴 지 내심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분명 여행의 맛을 아는 그들이 또다시 여행을 준비하면 했지, 그만두고 일상에만 충실하지는 않을거란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드디어 또 다른 여행을 다녀왔구나!
그런데 뜬금없는 ‘요트여행’??!!
그것도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여행이라고 한다.
어떤 여행을 준비하여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것 맞구나!!! 낄낄~
책장을 넘기며 허영만 화백이 그린 ‘생고생 열전’ 그림을 보며, 벌써부터 나는 웃고 있었다.
남자들의 로망인 요트, 눈부신 햇살 아래 미녀와 와인 잔을 기울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는 여유. 그러나 현실은 오 마이 갓~ (책 속에서)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도시인들은 일몰을 바라보며 야외 벤치에 앉아 와인한 잔 하는 전원주택을 꿈꾸지만,
조금만 있어보면 거기에 낭만이란 것은 없다고!
낭만을 느낄 시간도 없이 모기와 온갖 벌레들에 뜯기며 호들갑을 떨게 될거라고!
요트 여행의 첫 비박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니 그 이야기의 현실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별 일만개짜리 호텔에 맛들인 바다 사나이들, ‘낭만’이라는 환상보다는 모기떼와 사투를 벌이는 ‘현실’이 느껴진다.
뱃멀미 때문에 고생하는 대원, 모기 때문에 힘든 야외 취침,
더울 때에는 더운 대로, 추울 때에는 추운 대로, 그들의 여행은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래도 여행은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답고 좋은 추억이 되지 않는가!
그리고 이렇게 독자에게는 멋진 대리경험의 시간을 갖게 해주고 말이다.
정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대합실에서 침낭을 뒤집어 쓰고 대화를 나누던 허패들의 대화 내용이었다.
“난 말야. 요트 타면 와인도 우아하게 마시고 편안하게 책도 읽을 수 있고, 뭐 그럴 줄 알았어. 근데 이거 갈수록 개고생이네? 굶고, 젖고, 잠 못자고...”
“저는 요트 사면 예쁜 여자는 덤으로 따라오는 줄 알았어요. 잡지에 나온 요트 사진 보면 다 그렇던데...흐흐”
“우리가 이런 개고생을 하고 있는 줄 남들이 알까? 다들 무슨 호화 크루즈 여행인 걸로 생각하더라고.”
“항해 개시 일주일 전쯤부터 와이프한테 무지 잘해줘야 돼요. 설거지도 해주고 어깨도 주물러 주고... 가출이 쉬운게 아니라니까.” (176p)
그 이름도 재미있는 ‘집단가출호’,
그들의 우리 바닷길 일주 여행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들이 다음에는 어떤 여행을 꿈꾸게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