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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기다렸다.
이 책이 나오길 줄곧 기다렸다.
<제주 걷기 여행> 책을 읽은 후, 올레길에 가보고 싶어 발바닥이 근질거렸고,
그렇게 가게 된 제주 올레는 체류 기간을 연장하면서 더 있을 만큼 나에겐 매력적이었다.
그때 결심한 것은 계절별로 올레를 걷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단 한 번만 그곳에 갔고, ‘가야지~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점점 바쁜 일들의 뒷전으로 미루고 있었다.
생각처럼 자주 가게 되지 못하고 있으니 대리만족할 수 있도록 책을 찾았다.
그래서 '올레'라는 단어가 들어간 다른 책들이 출간되면 찾아 읽으면서 그곳을 떠올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서명숙 님의 책을 기다렸나보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읽게 되었고, 이 책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아껴서 읽다보니 읽는 시간이 길어졌고, 중간중간 인터넷 검색에 빠져들다보니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는 시간이 더욱 더뎌졌다.
게다가 결국 제주행 비행기 예약까지 마치고, 갑작스레 올레 걷기 여행 준비로 마음이 바빠진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떨리고 흥분되는 느낌은 올레길이 이미 완성된 길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길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직접 그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로 당황하게 되기도 하고,
걱정스레 시도해봤는데 폭발적인 반응으로 놀라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올레길은 끊임없이 올레스럽게 진화한다.
올레길은 고정불변의 닫힌 길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열린 길이기에.
완성된 길이 아닌 현재진행 중인 길이기에. (370p)
그리고 저자는 ‘올레는 치유의 길이다.’ 라고 강조한다.
책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사연도,
올레를 걸으며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모습에
나도 자신감을 얻는다.
지긋지긋하게 지쳤다고 생각하며 몸서리치고 있는 나에게
어쩌면 올레는 치유의 손길을 뻗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올레꾼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올레꾼들은 말한다.
길에서 행복했노라고, 누군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노라고,
몸과 마음의 상처가 치유 받은 느낌이라고.
나는 대답한다.
자연 속에 깃든 여성적인 에너지가 당신의 아픔을, 고통을, 서러움을, 고단함을, 외로움을 위로하고 토닥거리고 껴안아주었기에
절로 몸과 마음이 나았을 거라고. (285p)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행복했다.
불안한 나의 마음도, 상처받은 나의 영혼도
위로받고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 길을 다시 걷겠다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다시 그 길을 걸으면서 에너지를 충전받고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책을 읽으며 실행 의지를 불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