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 - 한 시골교사의 희망을 읽어내는 불편한 진실
황주환 지음 / 생각의나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순종해야했던 학창 시절에
나만의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대학에 가는 것 자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학문을 계속하고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더라면,
나의 미래는 조금 더 달라졌을까?

그때는 그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으면 훌륭한 사람이 그냥 거저 되는 줄 알았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그저 열심히만 살면 성공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훌륭한 사람’에 대한 환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생은 어느 목표의 달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을 읽는 내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학창 시절, 그때의 현실이 그저 못마땅해도 마땅히 저항할 수 없는, 그저 그렇게 커가며 졸업하고 어른이 되었다.
이제야 그때의 불합리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이미 부모가 된 내 또래의 사람들은
그 당시의 기억들을 잊고 
더 심한 경쟁 속으로 아이들을 몰아넣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 다 필요없으니 공부나 하라고 하면서~
나 또한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도 깨달으면서~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별 다를 것 없는 불합리한 현실에 순응하면서 말이다.

“나를 바꿔준 책들에 대하여”와 “세상을 비춰 보게 했던 책들에 대하여”를 읽으며
독서의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나는 불편한 진실을 대하는 것이 서툴다.
어쩌면 나를 송두리째 바꿀 지도 모를 진실을 알게 될 독서일지라도
나는 애써 진실을 외면하며 현실과 타협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 작은 발걸음을 어쩌면 나는 이 책으로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저자가 인용한 노신의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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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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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구병모 작가의 소설이다.
구병모 작가는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했다.
그 당시에 아무리 소설이 재미있어도 잠을 자야할 시간이 되면 멈추고 잠에 들었지만,
그 소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흡인력으로 밤늦게까지 푹빠져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인간의 욕심과 인생을 담은 내용을 보며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소설을 이렇게 몰두해서 볼 수도 있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그 후, 2년이 흐르고,
구병모 작가의 새로운 소설 <아가미>가 나왔다.
책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작가의 이름만으로 선택하여 읽게 된 소설이다.
이 책은 아가미를 갖게 된 남자 ‘곤’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비밀스러우면서도 가슴 저린 운명을 담은 작품이다.
독특한 상상력과 기막힌 소재로 일단 시선을 끈다.
그리고 이번 작품도 손에 잡고 놓지 않으며 마지막 장까지 넘겼다.
하지만 ‘역시 구병모!’라고 하기엔 무언가 아쉬움을 느꼈다.
그것은 어쩌면 전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느낀 엄청난 파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려진 차기작에 대한 생각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기대를 했던 것일까?
하지만 글의 소재 자체의 참신함에는 감탄을 마지 않는다.
나는 왜 어렸을 적, 아가미 달린 인어공주를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왜 다른 작품에서도 그런 소재를 못 봤던 것일까?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었을 소재인데......

소설은 그렇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소재를 먼저 끄집어 내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이 있나보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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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기노시타 한타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기노시타 한타
<악몽의 엘리베이터>, <악몽의 관람차>의 작가라고 한다.
어쩐지! 
어이없는 전개에도 몰입도가 강해 금방 읽을 수 있는 스타일의 이야기가
그 작가의 글이라고 하니 이해가 간다.
예전에 <악몽의 관람차>를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저자의 매력적인 필체때문에 관람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나름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상황에 웃음이 터져나오고, 
그 이야기가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아, 이건 분명 살인 사건을 다루는 무섭고 공포스런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그리고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보면 잔인할수도 있는 상황에 헛웃음정도로 마무리되니, 작가의 필체가 한 몫 하나보다.

좌충우돌 유쾌발랄한 소설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 책이다.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엽기 콩가루 가족의 기상천외한 여행~

이 책의 첫 장에 있는 문장에 뜨끔하면서 소설을 읽어본다. 
‘세계평화를 위해 뭘 할 수 있느냐고요? 집에 돌아가 당신의 가족이나 사랑하세요. 
-테레사 수녀’

엽기가족이 펼치는 황당무계한 여행!
이들 가족은 제대로 된 엽기 콩가루 집안이다.
이들 가족과 왕가슴 가정교사 한나 선생님이 기상천외한 여행을 떠난다.
이바라키 현에 있는 일본에서 제일 긴 미끄럼대에 간다고 한다.
그것도 아빠가 바람피운 사람한테 차인 것을 위로하기 위해서란다.
특이하기도 한 사람들의 어이없는 이야기에
‘소설이니까~!’ 하며 읽어나가는데,
의외로 강하게 몰입해서 빠르게 읽어나갔다.


무거운 이야기가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고
가벼운 이야기가 가볍게만 읽히지는 않는
기상천외하고 엽기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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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의 기술 -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즐기며 공부하기
가토 히데토시 지음, 한혜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소개를 보고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찾는 이야기를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어느 순간 학문을 멈춘다.
학교에 다니면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문장이나 ‘수불석권(手不釋卷) 등의 이야기는 여러 번 들으면서 커가지만,
학교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고, 그 이후까지 학문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힘들다.

학교 공부를 지속적으로 한다고 해도 진짜 공부는 학교와 상관없이 독학으로 이루어진다는 이 책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내가 생각해도 학교 공부로 지식을 얻기 보다는 학교는 학문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정도이고, 공부는 스스로 여러 분야의 책을 찾아가며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서 학교란 ‘독학’으로는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수용하는 장소라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다. 
일반적으로는 학교에 못 가니까 어쩔 수 없이 독학으로 공부한다는 식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도리어 상황이 거꾸로인 것 같다. 
즉 혼자 힘으로는 똑 부러지게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22p)

학교를 졸업하고 의무적으로 읽던 책들에서 멀어지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 독학이라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학교란 독학으로는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수용하는 장소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이 책을 재미있게 읽던 중,
점점 ‘동병상련’이 ‘동상이몽’임을 느끼게 되었다.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느끼게 되는 문화적 차이인가?
아니면 세대차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독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지만,
정작 ‘독학의 기술’에 대해서는 흡족하지 못하다.
여하튼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는 힘을 실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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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20 - 국민주 탄생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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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은 음식은 맛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만화책인가보다.
이야기와 함께 하는 음식 생각에 저절로 배고픈 마음이 생긴다.

이번 권에는 온통 술 이야기만 모여있다.
이번 이야기는 동동주, 소주, 막걸리 등 우리의 전통주들의 맛과 역사와 제조방법이 구수한 입담과 함께 펼쳐진다. 

특히 100화 할아버지의 금고 편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니 아려왔다.
급속히 변해가는 우리 현실을 몸소 느껴보는 시간이 되어서 그런가보다.
다양한 것이 점점 줄어들며, 무엇이든 이상하게도 통일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
개성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게되어서인지,
정말 안타깝다.
전통이라는 것은 점점 사라져가고,
새로운 것이 즐비하게 빈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느낌!
우리 자신의 개성은 철저히 없애며, 남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엔 모 유명호텔 뷔페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이 출입을 거절당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인지
더욱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술은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소주나 맥주가 전부인듯 살았고,
빵은 P모사 또는 T모사가 전부인 듯 알고 살아가는 우리 현실.
그렇게 다양한 동네 구멍가게들은 사라지고 거대기업만이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내심 안타깝다.
그래서 양조장이 팔릴 위기에서 결국 무산되자 남의 일이 아닌 듯 뿌듯했다.
오늘은 따뜻한 안주와 함께 술 한 잔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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