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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을 보니 아련해진다.
예전에 1권을 처음 봤던 때가 까마득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처음 보았을 때,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고,
우리나라 국토를 답사하며 우리 것에 대한 시야를 넓히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벌써 6권이 나왔다는 소식에 놀란다.
컬러로 담긴 사진에 답사노트까지!!!
1권과는 또다른 느낌에 세상도 많이 변해있음을 느낀다.
이 책을 보며 또다시 그 때의 기분에 빠져들었다.
가장 먼저,
서울에 살면서 아무 생각 없이 겉모습만 보며 오갔던 경복궁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본다.
흔히들 자금성과의 비교로 “자금성에 비하면 뒷간밖에 안된다.”는 자기비하식 발언을 하는데,
저자는 “경복궁에 대해 내가 줄곧 듣는 정말로 기분 나쁘고 화나는 말”이라고 소신껏 이야기한다.
“당신이 보여준 왕궁 사진은 강연 제목에 맞추어 만든 합성사진이었습니까?”라고 묻는 한 미국인에게,
우리는 너무도 익숙한 경관이어서 별것 아닌 줄 알고 한국의 건축이라면 당연히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에 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상이 가지 않는 신비롭고도 환상적인 가상의 아름다움으로 보인 것이다. (17p)
라는 대답을 한 이야기도 경복궁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 스스로에 대해 맹목적인 자부심을 갖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무조건적인 폄하도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느끼지 못했던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멋을 알아가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스스로를 생각하고 깨닫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푹 빠져버린 시간이 되었다.
특히 이 책에서 ‘부여’ 편도 재미있게 보았다.
서울사람이어서 가슴 속에 ‘고향’이라는 정서가 없는 저자가
서울에서 차로 세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곳에 제 2의 고향을 만든다.
부여 반교리에 둥지를 틀고 폐가를 헐고 휴휴당이라는 작은 집을 짓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특히 ‘쉬고 쉬는 집’이라는 뜻으로 지은 휴휴당(休休堂)의 생활을 막상 시작하니 쉴 시간이 없다는 것,
여름이면 풀을 뽑고, 봄 가을로 밭에 나가고 나무 가꾸고, 겨울이면 장작을 패면서
‘이건 쉬는 걸 쉬는 집이 됐네.’라고 푸념하는 모습이 남의 모습 같지 않아서 웃음이 난다.
시골 생활을 하면 한가로이 차 한 잔 하며 석양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고
도시 생활을 청산했지만,
조금만 신경을 안 쓰면 쑥쑥 자라버리는 잡초, 손바닥만한 작은 텃밭이지만 의외로 할 일은 많아서
‘어~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웃음과 공감을 주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이 책 안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맛깔나게 조곤조곤 이야기해주어 읽는 맛이 더욱 깊어진다.
유행가 가사처럼 ‘소중한 건 곁에 있다고’ 알려주는 메시지가 새록새록 마음에 와닿는다.
그래서 주위의 돌담이나 우리 특유의 풍경에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된다.
충분히 자랑스러워도 되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쉽게 사라져가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나 자신, 내 주위의 것들, 오래 간직해 온 우리의 모습에 더 마음이 가는 시간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