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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근의 들꽃이야기
강우근 글.그림 / 메이데이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작가는 2003년부터 6년 동안 무려 150회 걸친 들꽃이야기를 연재했는데,
이 책은 그 가운데 엄선된 94편의 들꽃이야기를 새로 묶은 것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이 책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생각에 공감을 하게 되느냐 아니냐에 큰 차이가 있을 텐데,
시원시원 명쾌하게 짚어주어 기분이 좋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많이 침해되고 있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하지만 소심한 나 대신, 이렇게 들꽃 이야기의 책에 소신껏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책이 좀더 일찍 출간되었으면 참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늘 낯설어하던 나에게,
빠른 속도감의 사회에서 더 빨리 달려야 산다고 재촉하는 사람들 틈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
내 삶이 보다 위로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들꽃 이야기보다 나를 더 솔깃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서울토박이면서, 서울을 떠나고만 싶었던 사람이었다.
서울은 오래 살아도 여전히 낯선 곳이다.
서울서 나서 자란 사람조차도 서울은 타향 같다.
서울은 항상 공사 중이다.
길이든 건물이든 길가의 가로수든 숲이든,
서울 풍경은 눈에 익숙해질만하면 바뀌고 다시 낯선 곳이 되어 버리고 만다. (31p)
나에게 이 책은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삶의 이야기와 들꽃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책,
“이러이러 하다더라~”라는 정보를 듣고 여과없이 인정해버렸던 일들,
잘못된 상식처럼 생각했던 일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책,
뭔가 개운치 않은 생각을 ‘맞아, 이런 거였구나.’ 정리할 수 있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을 보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들풀들에 대한 이야기는 기본이었고,
그 이외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딱딱하게 학명과 간단한 설명만 담겨있는 것보다는
그 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삶의 이야기 등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좋았다.
요즘들어 이런 책을 잘 골라 읽는 나 자신이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림만으로는 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들꽃의 사진까지 첨부되었으면 금상첨화였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