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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별아 치유의 산행
김별아 지음 / 에코의서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평지형 인간이었던 그녀,
‘뭣 하러 산에 올라요? 결국 내려올 것을.’이라고 생각하던 그녀는
‘뭣 하러 사랑을 해요? 결국 헤어질 것을.
뭣 하러 살아요? 결국 죽을 것을.‘이라는 질문과 함께
결국 산을 오르는 일에 대해 가졌던 냉소와 무지가 실로 삶에 대한 태도와 다를 바 없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사랑을 하고,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산에 오른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
산에 자주 가고 힘을 얻어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나는 조금 다른 부류인가보다.
일단 가면 좋은 것은 알겠는데, 자주 발걸음하게 되지는 않는다.
전형적인 평지형 인간,
그래서 어쩌면 더 이 책을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산에 대한 정보만 담긴 책보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면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여행도 그렇고, 산행도 그렇고,
어쩌면 너무도 익숙해진 환경에서 자기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놓아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 익숙한 주변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장치인지도 모른다.
여행 서적을 좋아하는 나는 정보가 더 많은 책도 읽어보았고,
개인적인 생각이 더 많은 책도 읽어보았는데,
생각을 나열한 책들은 공감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을 때
읽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몰입도가 뛰어났던 것은
작가의 생각에 내가 많이 공감하게 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서 그랬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좋았다.
산을 오르내리는 것도 인생길이라는 생각이 들며,
결국 평지형 인간인 나에게도 산에 한 번 올라보겠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등산을 하는 중이든, 내려온 이후에든
익숙해져버린 나의 일상을 바라보며
내 인생을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때로는 이렇게 책 한 권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이 책은 산행기이기도 하고 마음을 따라가는 에세이이기도 하고
오래 묵었던 상처에 대한 고백이기도 합니다.
남들은 기억조차 못할 일에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이 또한 지나갈 순간에 사로잡힌,
해묵은 상처에 홀로 숨죽여 울고 있는,
나를 닮은 당신께 이 산행의 기록을 바칩니다.
(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