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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쉼표를 찍다 -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명랑 가족 시트콤
송성영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그들이 시골로 내려갔다.
글쓰는 농부, 그림 그리는 아내, 똘망똘망한 두 아이!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바쁜 일과에 쫓기며 살아야 했던 도시에서는 엄두도 못 내던 일,
자연의 소리인 새소리, 물소리 등의 문화 생활을 누리면서
가족 단편 영화도 만들고,
직접 키운 채소들을 판매하기도 하며,
소소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
그것을 저자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 생각 때문에 도시의 삶을 버렸으니까.....
이 책 속에서 시골 생활의 소소한 재미를 보기도 하고,
암울하고 어두운 우리 현실을 보기도 하고,
아이들의 독특한 생각을 엿보기도 했다.
야옹이에 대한 에피소드도 덤으로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나의 경우,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제주도로 내려온 지 4개월 정도 되었다.
오랜 도시 생활은 나에게 감정보다 이성을 내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늘 바빠야 하고, 늘 무언가를 해야 하고, 항상 삶에 허덕이는 느낌이었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생활,
감정에 치우치면 일을 그르치고 뒤처지는 느낌을 갖게 했다.
고향이 서울이면서 도시라는 것에 신물이 날 지경에 이르자,
과감히 벗어던지고 이곳으로 왔다.
그런데 서울에서 생각하던 낭만적인 시골생활과는 많이 달라
처음에는 당황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보면서 석양을 바라보고,
작은 텃밭을 가꾸며 휴식을 취하려고 했는데,
생활 속의 이곳은 많이 다르다.
생전 처음으로 지네에 물려보기도 했고,
도시에서는 구경도 못하던 신기하게 생긴 벌레들이 나타나면 깜짝 놀라게 되어
마음의 평화든 뭐든 소리부터 지르게 되고,
작은 텃밭은 정말 작은 텃밭이지만, 소소하게 손이 많이 가는 일거리라서
하루 시간이 정말 금방 간다.
벌레들과 나눠먹겠다고 마음을 비우니 일거리가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여유로운 휴식만 생각하기에는 그때 그때 할 일이 정말 많다.
서울에 살 때에는 서울만 떠나면 다 시골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도시에서 누리던 것을 다 누리고, 오히려 더 누리게 되는 기현상!
조금씩 적응하면서 재미를 느껴가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시골 생활’에 대한 것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이 책이 꼭 읽고 싶었다.
도시 생활도 경험해보고, 시골로 이주해 좌충우돌 살고 있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더 공감할 거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이 나의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이 컬러였다면,
보는 재미가 더 컸을 듯하다.


아무래도 사진이 흑백이니 읽는 즐거움이 반감된다.
그리고 ‘명랑 가족 시트콤’이라는 부제에 맞지 않게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야기들이 약간은 아쉬웠다.
좌충우돌 우왕좌왕 초보귀농 이야기를 보면서 많이 공감하고 싶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은 우리 삶의 무게 때문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