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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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제목이 너무 도발적이다.
‘그런 말을 이렇게 대놓고 해도 되나?’
남자들의 불만을 표출한 책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이 책을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얼마 전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저자가 출연한 것을 보았다.

책의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했다고 하자, 
아내가 묻는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할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 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 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이렇게 ‘가끔’ 후회하는 남편과 ‘아주 가끔’ 만족하는 아내가 함께 사는 집이 우리만은 아닐 것이다. (프롤로그 中)


방송 중에도 그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내분의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그런 부부이기 때문에 
이런 제목의 책을 낸다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 예상되는 투덜투덜 불만투성이 남편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볍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일상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이 책을 볼 수 있었다.

흔히, 나도 그렇지만,
거창한 이론과 우리 일상과 잘 연결시키지 못한다.
심리학적 이론으로 거창하게 설명하는 글을 보면서
이해할 듯 말듯 갸우뚱거린다.
그래도 문화도 심리도 사람이 근본이고, 우리 자체가 소재 제공을 하는 것인데,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잡다한 신변잡기적인 이야기, 주변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주위를 환기시키고, 
거기에 대한 문화심리학적인 해석이 곁들여지니,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사회적 권위와 지위가 있는 저자의 위치가 설득력을 더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거창하고 엄숙한 것을 집어던지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삶의 재미를 찾고, 소소한 것에 감탄하고,
잃어가고 있던 ‘나’의 존재를 나부터 인식하고 행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너를 바꾸라’는 어설픈 성공처세서를 사서 줄치며 읽는 어리석은 일은 이제 그만하라.
대신 내 삶의 재미를 찾아야 한다.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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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변경선 문학동네 청소년 9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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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소설이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딱딱한 에세이를 읽고 싶지는 않았다.
‘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너무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우리들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어쩌면 이 책이 적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청소년 소설은 나에게 소설의 어렵고 복잡함보다
한걸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성이 뛰어난 소설이다.
얼마 전에 읽은 <잉여인간 안나>도
<위저드 베이커리>도
읽으면서 쏙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이 책 <날짜변경선>
여기에는 백일장에 열심히 출전하는 ‘백일장 키드’ 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의 말에 보면 작가 역시 ‘백일장 키드’였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런 것 같다.
밖에서 보면 대단한 일인 것 같아도
그 안에서 조금만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보면 
그리 아름답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것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
막연하게 멀리서 바라보면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좀더 어린 시절에 문학 소녀, 혹은 문학 소년의 호칭을 들으며
백일장에 나가 상도 받고, 
재능을 맘껏 발휘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게도 느껴지고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보니,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이 ‘일’이 되면 그렇지만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짜 변경선>의 주인공인 현수, 우진, 윤희의 모습에서
작가가 담은 현실이 보이고,
글을 쓰는 사람들의 퍽퍽한 현실이 보여서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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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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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만화를 정말 재미있게 본 나로서는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야식당의 아류작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서던 나를 잡아끌던 한 문장이 있었으니,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열심히 사는 것을 당연히 추구해야하는 사회인데,
’주마가편’하는 마음으로 계속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면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그게 문제일 수 있다니?
궁금한 마음이 들고, 그 문장에 매료되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들도 알고 있다.
답답하고 길이 안 보인다는 것을.
그러나 가기 싫은 길은 가고 싶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부모의 기대 섞인 시선,
“요즘 뭐하고 지내?” 라고 물어보는 주변의 시선과 압력이 부담스럽다. (7p)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기 싫은 길을 가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까운 가족친지의 경우에 
더 부담없이 이야기하고, 더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행복해질거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내가 그 당시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열심히 살지 않아서일거란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알려줄지도 모르겠구나!
어쩌면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을 줄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심야 치유 식당>은 심리 에세이다. 
이 책에는 전직 정신과 의사 철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노사이드’ 카페에 들른 
여덟 명의 손님들과 엮어가는 여덟 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소설처럼 전개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딱딱하게 심리학에 대해 논하는 책보다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주변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들을 좀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손님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며 글을 읽었더니
어느새 책장은 술술~ 잘도 넘어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다음과 같다.

“버나드 쇼가 이렇게 말했죠. 
세상이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이기적인 병이다. 
왜 행복을 소비하려고만 들고 생산할 생각은 하지 않는가.
멋진 말이라 가끔 써먹죠.
세상에는 행복을 생산할 줄 모르고 누가 갖다 주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죠.“ (249p) 

지금껏 행복을 소비하려고 들었다면, 이제야 조금씩 행복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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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선인장 - 사랑에 빠졌을 때 1초는 10년보다 길다
원태연.아메바피쉬.이철원 지음 / 시루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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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딱딱하고 현실 고발적인 책들을 많이 읽었나보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책들을 많이 읽어서인지
감성이 메마르고 마음이 굳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때에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할 것이다.
메마른 감성에 봄비같은 책,
나만의 책 처방전, 
<고양이와 선인장>이라는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요즘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푹 빠져있는 나에게
‘고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작가가 ‘원태연’이라는 것은 
잊고 지내던 감성을 끌어내줄 듯한 기대감이 들었고,
그렇게 한 편의 동화처럼 진행되는 <고양이와 선인장>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검은 고양이 외로워,
선인장 땡큐,
책상 위의 비누 쓸쓸이,

약간은 쓸쓸하고, 약간은 외롭고,
그러면서도 약간은 설레고, 약간은 마음 아픈 기분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었다.
고양이, 선인장, 비누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다.
사람들을 떠올리며 읽어본다.
그리고 그림과 함께여서 이 책이 채워질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에 빠졌을 때 1초는 10년보다 길다.
똑딱 똑딱 똑딱 똑딱이 아닌
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딱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시간이 더럽게 안 간다.

고양이 외로워와 선인장 땡큐의 사랑에 빠진 마음이 보이는 글이었다.

모든 사랑에는 행복과 아름다움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짧은 행복과 긴 외로움이 느껴져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래도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선인장 땡큐와 고양이 외로워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들의 만남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부분이 더 설레고 두근거렸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순간이, 어떤 만남에서 가장 의미가 있는 순간이
일단은 그 만남 자체의 시작이라는 생각에서였나보다.

동화같은 이야기를 보며
잃어버린 감성을 약간 회복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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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워킹푸어 -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게 만드는가
프레시안 엮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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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한글로 ‘근로빈곤층’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예전에 <성난 서울>이라는 책이 기억난다.
‘그는 ’반전평화’라는 슬로건을 ’가진 자의 기만’이라고 말한다. 
가진 자는 전쟁으로 잃을 것이 있지만, 가지지 못한 자는 전쟁으로 뭔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성난 서울 - 14p) 
라며, 
수많은 청년들이 프리터로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고 그때그때 살아가지만,
‘근로빈곤층’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차라리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무언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행복은 자꾸만 비싸지는데, 우리는 꿈을 살 수 있을까?" (성난 서울 - 89p) 
그 문장에 특히 마음이 아팠다.

이 책 <한국의 워킹푸어>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읽게 되었다.
우리 사회,
점점 곪아가고 있는 무언가가 터질 듯한 느낌이다.
집이라는 것이 사는 곳이 아니라 투자가 되어버린 현실,
집 하나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죄가 되어버린 ‘하우스 푸어’
집이라도 있는 ‘하우스 푸어’보다 ‘워킹 푸어’의 현실은 더 암울하다. 
게으르고 일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인 것이 자명하다.
‘가난=게으름=무능력’이라는 통념은 입증되기 힘든 일종의 지배 이데올로기였다. (18p)
그러면서도 그들에 대한 무관심, 계속되는 순환의 굴레에서 
삶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현실,
이 책에서는 우리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낱낱이 다루었다.
비정규직 교수부터 금융 비정규직으로 살펴본 동일직종 내 계급화 문제,
최저임금 노동자, 이주 노동자, 고졸 노동자 등의 주변부 노동자, 
빈곤아동, 빈곤 청소년, 빈곤 노인들의 문제도 심각하고,
집이 있어도 가난하고, 집이 없어도 가난한 도시 중산층의 문제도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서글프다.

급증하는 워킹 푸어에 해결책은 과연 무엇이 있을지?
정부는 그들에 대한 대책이 있는 것인지?
암울한 현실의 단면을 보는 듯하여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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