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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식품법 혁명 - 식품법 100년이 숨겨온 밥상 위의 비밀과 진실
송기호 지음 / 김영사 / 2010년 11월
평점 :
식품법 100년이 숨겨온 밥상 위의 비밀과 진실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를 보며, 한참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느낌이랄까!
안그래도 요즘 이런 류의 책을 많이 읽긴 했다.
<중국 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 <고기 먹을수록 죽는다>, <오렌지 주스의 비밀>에서도
믿을 수 없는 식품들의 현실에 몸서리가 처진 탓에
이 책을 내가 아무런 타격없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식품법’과 연관된 진실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불편한 진실이다.
‘법’이라는 것이 당연히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있는 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식품법’도 물론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더 힘있는 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초콜릿에서 이물질이 나와도 어느 제품인지 확실하게 모르고 넘어갔고,
생수에 문제가 있을 때에도 어느 제품의 생수에 문제가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넘어갔다.
‘법’이라는 것은 글자 하나를 교묘하게 첨가하거나 빼도 전혀 해석이 달라지는 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고시 개정을 했다고 해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판단을 해봐야 한다.
상황이 전혀 달라지고, 어느 집단에 이익이 가게 될지 전혀 달라지게 된다.
안그러면 불합리한 법이어도 그저 조용히 방치되기만 해도 이익이 되는 집단이 있다. 분명!
저자는 이 책은 학교급식 식기세척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유엔기구가 정한 발암 가능물질인 ‘니트릴로 트리아세트산 트리나트륨’이라는 물질이
학교급식 식기세척제 원료 목록에 있다는 것을 알고,
보건복지부에 그 물질을 목록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여기서 책의 시작부터 충격적인 현실에 무방비상태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가 그런 상황을 알고 강력하게 요청하지 않는 한,
식품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아무리 발암가능 물질이라고 해도
그냥 흐지부지 미루면서 방치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했다.
고시 개정을 검토 중이라는 공문을 받으며 계속 미뤄지자
저자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에게 고시 개정을 마냥 미루면 장관을 제소하겠다고 했고,
고시 개장을 신청한 지 스물한 달이 지나서야 고시 개정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메탄술폰산’이라는 호흡기 화상 물질을 학교급식 식기세척제 원료 목록에서 삭제한 것이 전부,
‘니트릴로 트리아세트산 트리나트륨’은 원료 목록에서 빼지 않았다.
가정용 식기세척제의 원료로는 사용할 수 없게 하면서도, 자동식기세척기의 세척제 원료로는 사용할 수 있게 남겨두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건강보다 자동식기세척기 쪽을 향해 미소짓는 식품법,
식기세척제 원료를 시작으로 이 책에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식품법 관련 이야기들이 적나라하게 실려있다.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은 불편해졌다.
아이들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학교 급식 식기세척제를 비롯하여,
유전자 조작 식품, 미니컵 젤리 등등
모르던 문제는 몰랐던 대로 알게 되어서 충격적이었고,
이미 알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안먹는 것 말고는 뚜렷한 해결책도 없기 때문에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는 현실이 무기력해진다.
특히 수처리제라는 것에 대한 글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독자들은 청량음료수나 술에 사용하는 물이 모두 수돗물이거나 생수일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식품공전>은 1997년부터 지하수나 강물을 ‘수처리제’로 소독해 식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수처리제는 고도표백본, 치아염소산나트륨, 이산화염소, 오존, 현장제조염소, 과산화수소수 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먹는 물의 수질에 미치지 못해 그대로는 먹는 물로 행세할 수 없던 것이 수처리제를 만나서
술과 청량음료가 되어 사람의 입으로 들어간다. (142-14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