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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의 아우라 -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가 이홍석의 촬영 노하우
이홍석 지음 / 시공사 / 2011년 7월
평점 :
여행을 좋아했지만 20대의 나에게는 여행사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사진보다는 좋은 풍경을 마음 속에 가득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소홀히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시절의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이렇게 사라지게 하는 것은 정말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30대의 나에게는 여행이라는 설렘에 ‘사진’이라는 도구가 새롭게 자리하게 되었다. 사진에 잘만 담으면 내 눈으로는 미처 보지 못한, 현장보다 더 그럴듯한 멋진 장면을 담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진을 찍어볼까 고심을 하게 되었고, 이런저런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이 책<여행사진의 아우라>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지금껏 읽어온 사진 책들 중 가장 사진찍고 싶은 의욕이 불타오르게 했고, 가장 많이 공감했으며, 사진 이외의 부분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즐겁게, 영화처럼, 사진을 만들어보자 (49p) 라고 이야기하는 사진가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즐겁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나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 좋은 바이러스다.
저자는 로버트 카파가 이야기한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당신의 사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면 대상에 충분히 다가가지 않은 것이다)” 의 이야기를 했다. ’카파의 말처럼 지금 당신의 사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은 피사체에 충분히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피사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고 더욱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다.’ 라고 말한다. 지금껏 내가 로버트 카파의 말을 문장 그대로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피사체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 책에서 남성을 찍을 때와 여성을 찍을 때 생각과 행동을 다르게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풍경사진을 어떻게 담을 지, 사람들을 어떻게 담아볼 지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을 읽다보니 ‘상황대처능력’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껏 여행을 다니다가 사진에 담으면 좋을 듯한 장면을 포착하고, 카메라 뚜껑을 열고 카메라를 켜면, 이미 ‘상황 끝!’인 적이 많았다. 그런데 오리 잡는 시골 농가의 풍경을 담는 저자의 모습을 보니 순발력도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찍어보는 만큼 실력이 늘고 겪어보는 만큼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빨라진다.(171p)’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순발력도 실력이고, 행운도 실력이다.
사진은 마치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는 과정과 같다. 문장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설명하는 단어들을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면, 사진작가는 피사체를 설명하기 위해 구도를 잡고 빛을 이용하고 주변의 환경을 이용한다. 잘 만들어진 문장에는 설득력이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사진에 잘 반영되기 위해서는 우선 당신이 다루려는 주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186p)
그저 지금껏 아무 생각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눌렀던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는 문장이다. 사진을 찍는 시간에 따라, 빛의 양에 따라,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따라 모든 조건을 이용해서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진을 찍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 사진 찍는 기술은 부차적인 문제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마음’에 대한 생각, 어떻게 담는 것이 최선인가 생각해보는 시간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진정한 탐험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