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주는 위안
피에르 슐츠 지음, 허봉금 옮김 / 초록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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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으로 이사오고 가장 좋은 것은 길고양이와 인연이 닿은 것이다. 집밖이지만 고양이만을 위한 집을 만들어주고, 밥그릇에 먹이를 놓아두면, 아침 저녁으로 와서 밥을 먹는다. 가끔 재롱도 부리고 인간으로서 나는 위안을 받는다.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다. 삶이 바뀌는 중요한 역할을 고양이가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반려견에 대한 고민을 확실히 해보고 싶어서였다. 심리적으로 어떤 위안을 받게 될 지, 내가 생각하는 부분과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상세히 보며 반려견을 집으로 들일지에 대해 고민하고 싶어서였다. 예전에는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당연히 동물을 기를 수 없는 환경이어서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지금은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의지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것은 이 책의 표지 사진이었다. 강아지 세 마리가 똑같은 포즈로 잠들어 있는 이 사진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흐뭇해진다. 당장이라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질만큼 매혹적이다. 그리고 표지 사진 말고도 이 책 속에 담겨있는 동물들과의 사진은 모두 훌륭하다. 예술작품처럼 멋지다는 생각이다. 마음이 흐뭇해진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내용이었다. 쉬운 말을 어렵게 한다는 느낌이랄까? 내가 원하던 방향의 글이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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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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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여행가 김남희 님의 강연을 듣고 나서였다. 부탄에서 찍은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국민행복지수’를 중시하는 나라, 부탄 정부에서는 매년 2만여명 정도만 외부인 방문을 허용하고 있으며, 그것도 언제나 가이드와 동행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 왕이 일일이 국민들을 찾아다니며 민주국가가 되어야한다고 설득하고 다녔다는 이야기 등이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부탄’이라는 나라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보를 수집하던 중, 체제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나중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여행을 포기했다는 말이 사실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포기해버린 부탄 여행을 책으로나마 대리만족을 하며 볼 심산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제목 <부탄과 결혼하다>을 보고 나는 그저 부탄이 좋은 어떤 여행자의 여행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저자는 실제로 부탄 사람과 결혼을 한 것이었다. 린다 리밍이라는 미국인이 2주간의 부탄 여행을 시작으로 그곳에 다시 가게 되고, 미술학교에서 푸르바 남게이라는 이름의 탕가를 전문으로 하는 선생을 알게 되어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는 내 상상을 초월했다. 그들은 정말 이번 생에 만나서 결혼할 운명이었던가! 갑자기 같은 시대에 살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의미 있어진다. 10년이 넘어가는 그들의 결혼생활, 그 이야기를 보며 부탄에서의 생활을 상상해본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다가 어릴 적 취미였던 우표 수집을 떠올리며 상상의 소재를 전환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부탄 우표의 모양을 상상해보았다. 오래전 수업시간에 부탄 우표가 그렇게 예쁘다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때는 한 개라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궁금했었는데 말이다. 우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20년간, 수집가들에게 판매한 우표로 거둬들인 수익금이 부탄의 GNP 중 4분의 1을 차지한다. 지금도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부탄의 우표는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독특하다. (168p)

재미있는 이야기다.


부탄이 사랑스럽다면 사랑하는 사람도 그곳에서 만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탄의 이야기와 사랑이야기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으로 만난 부탄은 행복이 가득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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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인문학 - 인문학과 싸우는 인문학
최진석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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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온한 인문학은 불편하다. 현실에 날세우고 싸움을 거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인문학과 싸운단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온성과 전복성의 날이 예리하게 서 있는 인문학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인문학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어쩌면 내가 본 ‘인문학’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럴 듯하게 포장된 소비를 위한 인문학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의 모든 것을 엎어놓고 기본부터 ‘사유’하는 것은 잔잔한 강의 바닥부터 뒤엎어버리는 혼란을 안겨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내부에서 불편함이 소용돌이쳤다.

 


 이 책을 읽으며 먼저 ‘불온하다’라는 의미에 대해 기본적으로 생각해봐야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단어를 썼는지, 왜 지금 시점에서 그런 인문학이 필요한 건지, 알아야했다.


이제 행복과 희망의 인문학, 화해와 위로의 인문학을 넘어서 불편하고 낯선 反 인문학을 말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반인문학, 또는 인문학에 저항하는 인문학, 지금 필요한 것은 그 불편함과 낯섦을 창출하는 힘이며, 그 힘을 우리는 ‘불온하다’고 부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생산해야 할 인문학의 존재 양태, ‘어떤’ 인문학이 필요한가에 대한 응답은 바로 순응하지 않는 인문학, 즉 ‘불온한 인문학’에서 찾아져야 한다. (83p)

 


 불온한 인문학은 세상에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행동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아닌’ 것을 ‘아니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불온한 인문학이다.


불온한 인문학이란 지금까지 인문학에서 부여되었던 동일성의 서사, 그 통념의 임무를 거부하고 내던질 때 시작된다. 국가와 너는 같지 않다고 신랄하게 지적하는 것, 민족의 영광과 네 개인의 행복은 별개의 문제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것, 휴머니즘을 떠벌리며 자행한 학살의 현장을 상기시키거나 삶의 주체로 우뚝 서서 만족해하는 자신에게 꼭두각시 인형이 비친 거울을 보여주는 것, 안온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배면에 ‘우리’로부터 배제된 이웃이 있음을 폭로하는 것, 인문학은 한 번도 순수하게 존재한 적이 없음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정체성과 동일성의 서사를 거절하는 인문학은 불온하다. 통념적인 삶의 관성에 낯설고 불쾌한 소음을 일으키며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88p)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G20정상회의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려넣어 검찰에 의해 징역 10개월을 구형받은 그래피티 작가의 글이었다. 인터넷 뉴스로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일이지만 더 이상 알아보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이렇게 전후사정을 읽고 보니 우리나라의 현실이 더욱 암담하고, 불온한 인문학이 나아갈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불온한 인문학’이 일반 대중인 나에게 제대로 전해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는 그들의 의견에 공감하지만, 글에서 적대적인 느낌이 들어 다가가기 두려운 느낌이다. 대중을 내치지 말고 보듬어 함께 가는 덜 까칠한 인문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느낌만 빼면 불온한 인문학은 지금 시점에서 인문학에 필요한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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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촌 기행
정진영 지음 / 문학수첩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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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재미있게 보았다. 토끼를 따라가다 보니 신기한 곳으로 가게 된 앨리스의 이야기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쩌면 이상한 나라에서의 이야기 자체보다 토끼를 따라가다 전혀 다른 세계로 향하는 순간이 나에게는 더 두근두근 설레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이 소설에는 ‘고양이를 따라가다 보니 도화촌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주인공 이범우는 고양이를 따라가다가 전혀 다른 '도화촌'이라는 곳으로 가게 된다.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이야기에 푹 빠져 좀처럼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될 지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공감되는 이야기도 많이 있었는데, 특히 다음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듣기 거북해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진실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의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그 환상을 깨고자 하면 매우 공격적으로 변하게 되죠.”

“그 환상을 깨고 진실을 마주하는 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껍데기를 깨고 알몸으로 세상과 맞닥뜨려야 하니까요.” (268p)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연히 보게 된 이 소설의 소개 때문이었다. ‘고양이를 따라가다 보니 도화촌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라는 것에서 나는 ‘고양이’가 나온 재미있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이 책을 골라들었나 보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아니고 도화촌으로 가는 매개체 역할 정도만 했다. 만년고시생 이범우, 그가 도화촌에 간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읽는 시간은 생각 외로 재미있다. 여름날 슬슬 넘기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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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의 행복론 - 끊고斷, 버리고捨, 떠나라離
야마시타 히데코 지음, 박전열 옮김 / 행복한책장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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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리를 잘 못한다. 이사를 거의 하지 않아서 어릴적 모아둔 잡동사니들을 이제와서 차마 버리지도 못한다. 한 때 열정적으로 푹 빠져 공부하던 책들을 지금은 쳐다도 안보지만 막상 버리자니 아깝다. 살아가는 날이 많아질수록 쌓여가는 물건들은 많아지고 있다. 사실 이런 내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어머니는 한술 더 뜨신다. 내가 큰맘 먹고 버리려고 내놓은 물건들이 어느 순간 몰래 집안 어디엔가 들어와 있다. 좀처럼 정리가 안된다.

 이 책을 그래서 읽게 되었다. 좀처럼 정리를 못하는 나에게 어떤 지침이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 사실 쌓아놓고 한 번이라도 눈길을 준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면서도 막상 버리려고 하면 아까워서 다시 제자리에 놓아두고 외면하곤 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의 표지를 보면서 못 버리는 세 종류의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

못 버리는 사람의 세 종류,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1. 집에 있고 싶지 않은 ‘현실 도피형’ : 바쁘다는 핑계로 정리하지 못하는 어수선한 집에 들어가기 싫어 집을 더욱 필요없는 물건으로 채우는 유형

2. 추억을 먹고 사는 ‘과거 집착형’ : 과거의 추억에 얽매여 더 이상 쓸 수 없는 과거의 유물을 껴안고 과감히 정리하지 못하는 유형

3.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미래 불안형’ :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모든 것을 보관하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

나는 세 가지 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더욱 빠르게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정리를 잘 못했던 것은 물건 위주로 생각했던 것 때문이었다. 이 책을 보다보니 알겠다. ‘나 자신’에 대해서 너무 소홀히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문장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주인공은 물건이 아니라 나 자신입니다. 사용할지 버릴지를 내가 결정합니다. ‘아깝다. 그러므로 놓아둔다’라는 생각은 물건을 주인공으로 여기는 발상입니다. (35p)

  이 책의 핵심은 ‘단사리’를 아는 것이다. 단사리란 ‘물건을 정리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마음 속의 혼돈을 정리함으로써 인생을 쾌적하게 하는 행동 기술’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집 안의 잡동사니를 정리함으로써 마음의 쓰레기도 같이 정리하고 인생을 기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이라고 한다. 

단사리는 물질의 홍수 속에서 필요 없는 물건을 차단하고(斷行), 쓰지도 않으면서 쌓아둔 물건들을 버려 정리하며(捨行), 물질에 대한 소유욕이나 집착에서 한 걸음 물러났을(離行) 때 자신의 본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10p)

 이 책을 보고나니 정리에 자신감이 생긴다. 그동안 너무 방치해두어서 막연했는데,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나와 맞는 물건들을 골라내야겠다. 단사리를 실천하며 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다보면 습관처럼 내 몸에 익숙하게 될 것이다. 얼른 정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정리혼'을 활활 불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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