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나’, ‘우리’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한다. 우리 전통 음악보다는 서양음악의 음계를 익히며 커갔고, 우리 역사보다는 <삼국지>를 읽으며 세상을 알고 사람의 삶을 배우며 어른이 되어갔다. 나도 <삼국지>를 여러 번 읽었고, 그럴만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우리 나라 역사를 그렇게 여러 번 읽으며 음미할 만한 책이 없음을 안타깝게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당연한 것으로만 알고 살아왔다. 하지만 어찌보면 꽤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것을, 나 자신을 모르며 다른 것을 먼저 배우게 되는 문화 말이다. 그래서 작가가 많이 준비하고 책을 발간했다는 이야기에 반가웠다. 어쩌면 나도 이런 소설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천년을 기다려 온 소설, 백년 후면 역사가 된다’

‘17년간의 사료 검토와 해석을 통해 당시의 고구려 상황은 물론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까지 아우르는 [고구려]는 대한민국 역사소설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책소개를 읽고 매료되어 이 책 <고구려>를 읽기 시작했다. 역사 소설은 지루하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읽다가 영 마음에 안들면 그만두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금세 다 읽게 되었다. 눈을 뗄 수 없는 소설이었다. 적당한 길이, 을불의 성장과정을 담은 흥미로운 이야기, 재색을 겸비한 아리따운 주아영의 자태를 상상하며 읽는 시간도 흥미로웠다. 왠만한 사극보다 흥미로운 전개에 눈을 뗄 수 없었다.


 

 1권에서 3권까지는 미천왕 시대의 이야기라고 한다. 미천왕 때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까지 여섯 왕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십 여 권의 방대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으면 어쩌면 스스로 이 책을 찾아 읽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읽어보면 그 다음 권을 찾게 되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는 고구려 역사의 기틀을 마련한 미천왕의 어려서부터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며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을불, 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자태에 아무리 숨겨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고, 도움을 준다. 그렇게 성장하게 된 을불,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쉬지 않고 2권을 향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던스케이프 - 일상 속 근대 풍경을 걷다
박성진 지음, 강상훈, 김상길, 김영경, 이주형 사진 / 이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서울’이라는 곳은 나의 고향이자 생활 터전이었다. 당연한 듯 그곳에서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살아왔지만, 항상 바쁘고 변화하고 스스로를 아낌없이 버리는 ‘서울’이라는 곳에 염증이 난지 몇 년 째, 결국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지금이야 서울에 가더라도 별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겠지만, 1년, 2년, 5년, 10년, 시간이 흐르면 그곳은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선 곳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상 속 근대 풍경을 걷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 번 쯤 짚고 넘어가야 할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래서 결국 벗어났지만, 꽤나 오랜 시간동안 나와 함께한 공간들에 대한 추억,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모습이다.

이 책에는 낯설지 않은 익숙한 곳들이 있어서 먼저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동대문 운동장, 무엇이 그리도 바빴다고 그곳이 사라지기 전에 왜 한 번 더 가지 못했는지, 이제는 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곳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세운 상가와 회현동도 어떻게 변할 지 궁금해지는 서울 속의 모습이다. 정동 길은 또 어떤지......낯설지 않은 곳들을 반갑게 보다가도 이곳들이 시간의 흐름에 흔적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질까봐 아쉬워진다.

 2년 6개월에 걸쳐 30여 곳을 답사하면서 이 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어쩌면 시간이 좀 더 흐른 다음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05년의 모습이 10년 전, 또 시간이 흐른 뒤에 100년 전의 모습이 된다면 역사적 가치가 엄청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장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과거의 시간으로 떠나보는 상상 속 여행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 아는 여자 2030 취향공감 프로젝트 3
박정호 글 그림 / 나무수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흔히 여자들이 잘 못한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책이 시리즈별로 나왔나보다. <축구 아는 여자>, <야구 아는 여자> 그리고 내가 읽은 책 <여행 아는 여자>. 여자들에게 여행이란 것은 80%의 설렘과 함께 20% 정도의 ‘두려움’을 주는 것 같다. 물론 여행 직전이 되면 두려움이 80%로 증가하기도 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 혼자 괜찮을까?’ 등등 여행의 시작 전에는 은근히 두려움에 휩싸여 어떨 때에는 차라리 여행을 취소할까 고민하게 될 때도 있다. 익숙한 환경을 버리고, 낯선 환경에서 두려움에 떨며 지낼 생각에 그만 소심해진다. 사실 두려움 게이지는 여행 시작과 함께 다시 떨어지지만......


 

 여행을 발목 잡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은행 잔고도 문제지만, 흔히들 ‘여자라서......’ 괜찮을까? 두려움을 느낀다.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두려움이 가득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에 자신감을 얻는다.

세상에 여자라서 가지 못할 곳은 남탕뿐이다. 이제 당신이 여행의 주인공이 될 차례다. (18p)

물론 세상에는 한국인으로서 가지 못할 여행지도 있고, 위험한 곳도 있다. 하지만 일단 난데없이 생소한 여행지가 아니라면 ‘여자라서’라는 이유로 발목잡힐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신감을 얻고 구체적인 여행을 알아보자! 난 여행 아는 여자니까!


 

 이 책을 보며 ‘여기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어요’ 코너가 인상적이었다. 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는 곳, 이렇게 정리되어 있으니 재미있다. 그 중 파키스탄의 훈자에 가보고 싶었는데, 복사꽃 피는 계절이 오면 언젠가 가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걷고 싶은 세계의 거리’를 보며 중국 리장 고성 뒷골목부터 한 군데 씩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본다. 세상은 넓고 여행할 곳은 정말 많다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며 다시 한 번 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남성으로 추정된다. (확실한 증거는 없으니 이름만으로 추정할 뿐이다.) 하지만 이왕 <여행 아는 여자>라는 제목을 달 것이었으면, 여행 많이 하고 여행 잘 아는 왕언니뻘 되는 분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이 책에서 글의 느낌에서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책을 읽다 중간에 저자 이름을 살펴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여자인 나도 여자를 잘 모르겠는데, 하물며 남자가 여자를?' 그런 느낌이 잠시 들었다.


 

 여행 책자를 보며 가끔은 나와 취향이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고, 가끔은 나는 별로 원하지 않는 정보를 듬뿍 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이 책의 매력은 적당함에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래도 나는 여행을 좀 아는 여자라서 그런지 초짜 여행자들을 위한 정보는 불필요했다. 하지만 이것이 이 책의 단점은 아니다.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필수 정보이니 말이다. 그래서 <여행 좀 더 아는 여자>라든지 <여행 잘 알고 싶은 여자> 같은 책이 등급별로 나왔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과 망각 사이에 사진이 있다. 잊혀져 가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 숨쉬게 하는 사진.

한 장의 사진이 담고 있는 것은 과거의 한 순간이지만, 그것이 되살리는 것은 그 순간을 감싸고 있는 시간에 대한 감정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것, 사랑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펼쳐질 때 그것은 오늘, 그리움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되돌아가지 못해 더 아름답게 추억될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들이, 사진 속에서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159p)


 

 사진 책을 보면서 이렇게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대단한 무언가를 찍은 어마어마한 사진이 아니라, 그저 일상을 담은 사진책일 뿐인데......그래서 흔히 볼 수 없는 값진 감동이 느껴지나보다. 이 책은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말 그대로 전윤미 씨가 태어나서 시집가던 때까지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사진들이 담겨있다. 아이가 크면서 카메라를 의식하고 싫어하던 것 때문에 점점 사진을 찍는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아마추어 작가였음에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일상을 담아내어 이렇게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을 보며 사소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렇게 감동적일수도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을 남들에게 내보이기 쉽지 않았을텐데, 함께 감동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고 그 기쁨이 크다. 뒤편에 실린 ‘마이 와이프My Wife’를 보면서도 마음이 잔잔해지는 느낌이었다. 보통 우리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이 있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포토샵으로 주름을 지우고, 지저분한 일상의 환경이 아닌 근사한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만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진보다는 진솔한 일상이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깨닫는다. 살아가는 이야기, 삶의 사소한 모습이 가장 감동적일 수 있고, 가장 멋진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 언젠가 한 번쯤 그곳으로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여성이고 여행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이 제목을 보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지는 여행하는 사람에 따라 느낀 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직접 가보고 나만의 느낌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100곳이라니! 먼저 그 숫자에 놀란다. 도대체 가봐야 할 곳 100곳은 어떤 곳들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방랑녀들을 위한 팁 10가지’를 읽으며 공감하지 못했다. 저자를 다시 살펴보니 외국인이다. 어쩌면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도 이렇게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들로만 채워져있을까 약간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걱정은 치워버리고, 어떤 곳에 가서 무엇을 할 지 생각해보며 나만의 여행을 꿈꾸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그동안 가본 곳보다 안가본 곳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방대한 여행지에 사로잡힌다.


 

 이 책은 다양한 여행지를 간단하게 담고 있어서 좋았다. 짤막짤막한 글을 보며 다양한 여행지를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세비야에 가서 플라멩코의 발동작 배우기, 세상의 모든 시인과 화가가 꿈꾸는 곳이라는 동화 속 마을 같은 체스키크룸로프 가보기, 러시아식 사우나 바냐 즐겨보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 삼각지인 보츠나와의 오카방코 델타의 초록이 무성한 습지에 가서 기린, 사자, 치타, 하마, 코끼리 떼 보기, 배낭여행자들의 천국 루앙프라방에 가서 시간여행 즐기기, 카일라스의 다르첸 마을에서 디라푹 수도원까지 걸어보기 등등 가보고 싶은 곳들을 꼽아보니 벌써 마음이 들뜨고 신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나의 땅, 나의 하늘 그리고 나의 근원’이라는 글로 끝이 난다.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의 저자가 아닌 한국인이 적은 것이다. 시선을 넓혀 세계를 바라보다가도 결국 내 안의 나를 찾는 과정이 되는 것, 그것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있는 곳, 제주에 대해 더 애착을 가지고 부지런히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그냥 흘려지나갔을 지도 모를 정보, 칠머리당굿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그 무렵 반드시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능하다면 음력 2월 첫째 날에 제주시 근처 사라봉에서 어부와 해녀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벌이는 칠머리당굿에 여행 스케줄을 맞춰보자. 그 후엔 시간을 내어 이 아름다운 섬의 해변, 숲, 온천, 용암층, 산들을 둘러보자. 밤이 되면 식당으로 가서 성게국이나 전복죽, 옥돔구이를 맛본다. (145p)

이 책과 함께 한 여행이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