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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 언젠가 한 번쯤 그곳으로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여성이고 여행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이 제목을 보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지는 여행하는 사람에 따라 느낀 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직접 가보고 나만의 느낌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100곳이라니! 먼저 그 숫자에 놀란다. 도대체 가봐야 할 곳 100곳은 어떤 곳들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방랑녀들을 위한 팁 10가지’를 읽으며 공감하지 못했다. 저자를 다시 살펴보니 외국인이다. 어쩌면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도 이렇게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들로만 채워져있을까 약간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걱정은 치워버리고, 어떤 곳에 가서 무엇을 할 지 생각해보며 나만의 여행을 꿈꾸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그동안 가본 곳보다 안가본 곳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방대한 여행지에 사로잡힌다.
이 책은 다양한 여행지를 간단하게 담고 있어서 좋았다. 짤막짤막한 글을 보며 다양한 여행지를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세비야에 가서 플라멩코의 발동작 배우기, 세상의 모든 시인과 화가가 꿈꾸는 곳이라는 동화 속 마을 같은 체스키크룸로프 가보기, 러시아식 사우나 바냐 즐겨보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 삼각지인 보츠나와의 오카방코 델타의 초록이 무성한 습지에 가서 기린, 사자, 치타, 하마, 코끼리 떼 보기, 배낭여행자들의 천국 루앙프라방에 가서 시간여행 즐기기, 카일라스의 다르첸 마을에서 디라푹 수도원까지 걸어보기 등등 가보고 싶은 곳들을 꼽아보니 벌써 마음이 들뜨고 신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나의 땅, 나의 하늘 그리고 나의 근원’이라는 글로 끝이 난다.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의 저자가 아닌 한국인이 적은 것이다. 시선을 넓혀 세계를 바라보다가도 결국 내 안의 나를 찾는 과정이 되는 것, 그것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있는 곳, 제주에 대해 더 애착을 가지고 부지런히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그냥 흘려지나갔을 지도 모를 정보, 칠머리당굿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그 무렵 반드시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능하다면 음력 2월 첫째 날에 제주시 근처 사라봉에서 어부와 해녀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벌이는 칠머리당굿에 여행 스케줄을 맞춰보자. 그 후엔 시간을 내어 이 아름다운 섬의 해변, 숲, 온천, 용암층, 산들을 둘러보자. 밤이 되면 식당으로 가서 성게국이나 전복죽, 옥돔구이를 맛본다. (145p)
이 책과 함께 한 여행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