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 - 타이완 희망 여행기
이지상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이름이 낯익다. 여행작가로 알고 있던 이지상 님이다. 그동안 이지상 작가의 책 중에 <언제나 여행처럼>, <슬픈 인도>. 공저 <여행자의 유혹>을 읽어보았다. 여하튼 처음 느낌으로는 ‘타이완’이라는 여행지와 저자는 어울리지 않았다. 왠지 오지 여행을 하고 있을 듯한 느낌인데, 타이완이라니...! 저자 이름은 전혀 모르고 타이완 여행 서적을 읽다가 ‘이지상’이라는 이름을 보고 의외의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그곳이 첫 여행지이고,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가로 살게 된 첫 단추였다는 생각을 해보니. 타이완이라는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첫 여행지는 첫사랑과도 같다. (33p)”라는 첫 문장의 시작에 나의 첫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내가 첫 여행지로 가고 싶었던 곳은 타이완이었다. 하지만 나는 첫 여행지로 인도에 가게 되었고, 그 때문에 내 여행 철학은 많이 바뀌게 되었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은데, 이곳저곳 다 가볼 수 없으니, 타이완은 그렇게 뒤로 밀리다가 30대가 되어서야 처음 가보게 되었다. 왜 내가 이곳을 이제야 왔는가 생각하면서......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도 하면서!
세계 곳곳을 다닌 여행가가 첫 여행지를 추억하며 가본 이야기라는 것이 이 책을 펼치며 내 기억까지 아득하게 한다. 첫 여행지라는 단어가 내 감성을 자극한다. 나도 나의 첫 여행지, 지난 시간 내가 갔던 여행지를 가면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 시간으로 돌아갈 것만 같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다음 문장을 읽고 나니 떠나기 주저하게 된다. 어쩌면 첫사랑과도 같은 첫 여행지에서 옛날의 이미지를 찾는다는 것은 실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쓸쓸해지고 말았다. (36p)는 저자의 이야기에 나도 그냥 나의 첫 여행지는 추억으로 미화시켜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타이완의 다른 지역은 쥬펀 정도만 가고, 주로 타이베이만 겨우 경유하는 식으로 여행을 갔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타이완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쑤아오, 화롄, 가오슝, 타이난, 예류 등 내 마음을 잡아끄는 곳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설렌다. 그동안 읽은 저자의 책 <언제나 여행처럼>이나 <슬픈 인도>를 읽으면서 저자와 여행코드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타이완 이야기도 마음에 쏙 들었다. 어쩌면 내가 그곳을 여행해도 비슷한 느낌일거라는 생각을 하니 지금껏 그곳에 짧게만 다녀온 것이 못내 아쉽다.
이 책을 보며 타이완의 몰랐던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다. 에필로그에 있는 ‘여행은 단지 불쏘시개다. 그 불쏘시개를 장작불로 훨훨 일구는 것은 일상의 노력이다.’라는 글이 마음에 남는다. 나에게도 여행은 그런 것이었다. 일상이 아무런 재미도 의미도 없을 때 여행혼을 불태웠다. 방전된 밧데리를 충전시키고 오는 것도 여행이었고, 그렇게 충전하고 오면 일상에 재미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삶의 흥미를 잃어 불씨가 꺼져갈 때 타이완에 가서 불을 다시 지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타이완은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