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유랑 - 서른 살 여자, 깡 하나 달랑 들고 꿈을 찾아 나서다
윤오순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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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바라보는 두 가지 자세가 있다.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이 부류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기 싫은 일도 열심히 하면서 핑크빛 미래를 꿈꾼다. 그렇게 고진감래하며 살아가다보면, 미래는 좀 더 안정적인 여유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하기에도 할 일이 정말 많은걸?” 이 부류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시선으로 볼 때에는 책임감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고정관념에 휩싸여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남을 비난하는 사람에게는 잘 걸려든 먹잇감이다. 하지만 인생의 기준은 자기 자신이다. 내가 행복하고 즐겁게 산다는데 다른 사람의 걱정을 들으며 속상할 필요는 없다.

나의 경우, 두 번째 이야기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고, 그래서 내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지금껏 내가 살지 못한 삶이지만 20대의 내가 꿈꿔왔던 그런 삶을 책을 통해서 보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막연하게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만, 남들처럼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포기해버렸던 그런 삶을 누군가는 이루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의 앞에는 소설가 이외수의 추천사가 있다. “공부해서 남주자!” 흥미를 유발한다.


 

 어쩌면 여행 따로 유학 따로 생각하기 쉬운 일이지만, ‘유학방랑기’라는 이름의 이곳저곳 유학기는 실로 재미있다. 공부라는 것이 책상 앞에 앉아있는다고 잘 되는 것만은 아닌데,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았던 고정관념을 확~ 깨주는 통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 시절 어른들은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면 아이가 공부를 할 줄 알았던 것인지, 학교 시험을 위한 공부만이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책상 앞에만 앉아있으면 흡족했던 것인지! 물론 지금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연히 가슴이 뛰는 일을 발견하고, 관심사가 넓어지며 연구하게 되는 분야도 다양해지는 등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나에게도 식어가던 열정이 다시 불타오른다. 남들과 다른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그런 열정에 운도 따라주니, 유학생활이 더욱 다채로워진다. 하지만 저자에게도 ‘하루하루 견뎌내던 시절’이 있었나보다. 그런 이야기도 함께 있어서 솔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생을 채워가는 당당한 모습에 부러움이 가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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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 하루 한 장만 보아도, 하루 한 장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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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그저 '옛 그림'을 보고 싶은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그림도 보고 이야기도 보며 생각에 잠긴다. 기대 이상이다. 읽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느낌이다. 알고 보니 더욱 새로운 느낌이다. '그동안 내가 옛 그림을 너무 몰랐구나!' 흥미로운 세상을 이제야 들어섰다.

 

 이 책은 초반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앞에서’에 담긴 글에 느낌이 와닿는다.

옛 시인과 옛 화가의 심정이 무릇 살갑다. 넘치는 욕심은 시와 그림을 망친다. 모자라기에 애타고, 덜어내기에 미덥다. 가냘프면 설렌다. 만개 아닌 반개한 꽃이 향기가 짙고, 떼 지은 꽃가지보다 외돌토리 가지가 마음에 오래간다. 쓰고 그리는 이만 그럴까. 읽고 보는 이도 말은 끝나되 뜻이 이어지는 서화에 흥이 돋는다. 여운은 남김이 아니라 되새김이다. - 저자 손철주

 

 이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그림과 해설이 담겨있다. 그림을 잘 모르는 나는 설명해주는 것이 있어 그제야 이해가 되는데, 그 글이 길거나 진부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그림을 다시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준다. 그래서 일단 그림을 한 번 보고, 천천히 글을 읽으며 다시 그림을 보게 될 때, 그 느낌이 다르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환희! 이 책을 보며 그런 즐거움이 있어서 좋았다.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한참을 감상에 빠져드는 즐거움,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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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1957-2005 - Kim Young Gap, Photography, and Jejudo
김영갑 사진.글 / 다빈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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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관심을 갖고, 제주도의 환경에 매혹되면, 김영갑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을 찍는 사진가라는 김영갑, 안타깝게 병마가 열정을 집어삼켰지만, 그가 남긴 사진은 두모악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그 부근에 가게 되면 들르고 싶고, 앞으로도 또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 얼마 전 두모악 갤러리에 다녀온 다음에 예전부터 이 책을 보겠다고 기회를 노렸지만 어찌어찌 잊게 되었던 이 책을 내친김에 읽게 되었다.


 

 나는 그의 사진이 좋다. 디카가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에 밥보다는 필름을 구입하며 용눈이 오름에 오르내리고 셔터를 눌러 댄 그의 열정! 그가 담은 용눈이 오름이 그의 사진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을 보면, 그거면 되었다. 다른 이유는 필요없다. 다른 사진들을 보면 구도니 각도니 생각하면서 보게 되는데, 김영갑의 사진을 보면 그런 것들은 죄다 생각이 나지 않고 풍경 자체에만 전율하며 빠져들게 된다. 이것이 그의 사진만의 매력인가보다. 가만히 그 앞에서 바람을 느끼는 것! 그 느낌이 좋아서 자주는 아니지만 자꾸 그곳에 가게 되나보다.


 

 이 사진집을 보니 너무 가만히 있는 나 자신을 움직여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오름도 오르고 바람도 느끼며 제주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의 열정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듯 하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고, 그의 사진이 주는 선물이다. 열정이 식어갈 무렵 또다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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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더 - 샌프란시스코에서 밴쿠버 섬까지 장인 목수들이 지은 집을 찾아다니다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3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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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에서만 수십 년을 살아오다가 최근 일반주택으로 이사 왔다. 살아가는 공간이 이렇게 기분을 다르게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삶의 질이 향상되는 느낌!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삶을 채운다는 느낌! 정말 뿌듯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번거롭게 집을 직접 짓는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기 싫었지만, 이제는 관심이 생긴다. 이왕이면 자연과 어우러지는 멋진 집을 상상해보는 것, 상상조차 기분이 좋다. 이 책을 보며 다양한 지식을 배워본다.

 

 

 일단 이 책에는 사진이 많다. 그래서 구체적인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집을 짓는다면 어떤 점을 고려할지 구체적으로 꿈꿔볼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따로 사진을 찍어 저장해놓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집을 직접 지어보고 싶은 날이 온다면 이 책이 나의 생각을 현실로 이루어줄 가이드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로이드 칸이 소개한 집들은 7가지의 원칙은 앞으로 내가 살 집의 기준으로 삼을만 하다. 직접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해도 앞으로 살 집을 고를 때에도 가장 염두에 두고 싶은 부분이다. 이런 기준과 다양한 사

◎건물이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가?

◎집이 실용적인가?(소개된 집이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건축자재는 지속 가능한 것인가? 지역에서 난 것인가?

◎재료가 어떤 느낌을 주는가? 기능성은 어떤가?

◎미적인 부분은 어떤가? 안에서 본 느낌은?

◎장인 정신은 어떤가?

◎ 그리고 당연히, 즐거움과 기발함, 그리고 설계 및 시공의 조화가 있느냐이다.

 


이런 기준과 다양한 사진들로 이 책은 정말 나에게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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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함께 날아가다
오성찬 지음 / 푸른사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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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 오일 시장에 가는 길에 토평 사거리를 지나게 되는데, 한 곳에는 산악인 오희준 추모비가 있고, 그 대각선으로 건너편에는 나비박사 석주명 기념비가 있다. 장에 갈 때 이 분들에 대해 궁금한 마음이 들면서도, 장에 다녀와서는 잊곤 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 <나비와 함께 날아가다>를 읽으며 나비박사 석주명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석주명 실명소설로 오성찬 소설가가 집필했다. 어쩌면 지금이 이 책을 읽기 정말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지리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제주어도 아주 기초적인 것은 익숙해질 무렵이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맛깔스럽게 잘 표현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아는 곳에 대한 반가움까지!


 

 석주명은 나비에 대한 집념과 열정뿐만 아니라, 제주어에 대한 관심, 제주도의 생명조사서를 위한 설문조사 등등 이곳에서 많은 조사와 업적을 남겼다. 그가 오름과 한라산에 오른 것이 나비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그리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의 제주 이야기와 나비에 대한 글을 보며 새로운 것을 아는 재미가 새록새록, 읽는 즐거움이 더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너무도 안타까워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렇게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며 능력있는 사람들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해서 그 업적이 거기에서 멈춰버리는 것, 마음이 아프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나비박사 석주명’이라는 이름 석자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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