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탁환의 쉐이크 - 영혼을 흔드는 스토리텔링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글을 잘 쓰는 법에 대한 책은 어떻게든 읽고 싶다. 이왕 쓰는 글, 잘 쓰고 싶기 때문이다. 탁월한 이야기꾼, 김탁환이 글쓰기에 관한 책을 냈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영혼을 흔드는 스토리텔링이라면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 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며 샤를 보들레르의 말이 먼저 눈에 띄었다.
배운다는 것은 자신이 한 말을 뒤집는 것이다. - 샤를 보들레르
책으로 보게되는 세상은 항상 진실만은 아니다.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이다. 작가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면이다. 하지만 작가가 예전에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뒤집을 수 있는 논리가 있다면 그 작가는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이야기하려면 그만큼 많이 생각하고 배우고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그 말에 깊은 인상을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꾼이 되겠다고, 스토리텔링을 배워보겠다고 찾아오는 분들을 더러 만납니다. 그때마다 저는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야기로 영혼을 흔드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습니까?” (10p)
이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초반부터 주눅이 들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읽는 사람의 영혼을 흔드는 것은 둘째치고, 나 자신도 흔들리지 않는 무미건조한 이야기들을 나열했던 것이 지금껏 내가 글쓰기를 했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 관련 책을 읽겠다고 나섰고,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 방법을 배우고 정비해보겠다고 생각했으니 그나마 나은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에서 안내해주는 코스를 따라가다보면 배울 점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두려움을 뒤로한 채 계속 읽어나갔다.
이 책은 봄 꽃동산 코스, 여름 사막 코스, 가을 바다 코스, 겨울 설산 코스로 나뉘어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게스트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명상의 시간을 갖도록 도와준다. 천천히 읽으며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옮겨볼 수 있도록 한다. 김탁환이라는 작가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느낌이다. 책의 초반에 ‘푸른 화살표가 보이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제주 올레길에 화살표를 따라가는 느낌으로 이 책을 따라가다보면 막연한 두려움은 점점 희미해지고 안심이 된다. 안내해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할 일이 많아보인다. 생각보다 힘든 과정일 것이다. 소설 쓰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소재로 왜 그것밖에 쓰지 못했냐고, 보는 입장에서는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사실 나보고 직접 쓰라고 하면 그것보다 훨씬 못쓸지도 모른다. 기나긴 시간이 필요한 장기적인 작업이니 말이다. 오랫동안 작업실에 앉아서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하는 작업, 그래서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있나보다.
사실 나에게 이 책이 확 끌리는 매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부분은 나에게 별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은 내가 소설을 쓸 의욕이 전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무조건 많이 쓰라는 것보다 힘을 얻게 되는 책이고, 꾸준히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