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문장들 - 업의 최고들이 전하는 현장의 인사이트
김지수 지음 / 해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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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읽어나가다가 배우고 싶은 인생의 자세를 발견하기도 하고, 문득 마음에 훅 들어오는 보석 같은 문장을 발견하기도 하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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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문장들 - 업의 최고들이 전하는 현장의 인사이트
김지수 지음 / 해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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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터뷰집이다. 인터뷰집은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데다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에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중 각 분야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플레이어들을 소환하여 행복하게 오랫동안 일해 온 그들만의 태도와 원칙, 전략을 담았다고 한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유명 인사'라는 거대한 행성을 탐사한다는 취지로 2015년 7월부터 연재 중인 심층 인터뷰인데, 누적 조회수 1,000만을 돌파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니, 그중 선별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조수용, 김미경, 정구호, 옥주현, 백종원, 봉준호, 송길영, 장기하, 대니얼 코일, 알베르토 사보이아, 오타 하지메…

각 분야에서 꾸준한 성취와 명성을 얻고 있는 그들은 어떻게 일을 바라보고 내일을 준비할까?

최고의 인터뷰어 김지수가 만난 최고의 이유 있는 열심 (책 뒤표지 중에서)

이들의 일과 일터의 문장들이 궁금해서 이 책 『일터의 문장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지수. 질문하고 경청하고 기록하며 26년째 기자라는 업을 이어오고 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인터뷰어다. 패션지 《마리끌레르》 《보그》 에디터를 거쳐 현재 디지털 경제미디어 《조선비즈》에서 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문득 영국의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의 말이 생각난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은 모두 존귀한 것이며, 일을 하는 시간 동안 노동자는 고상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작 1시간이든 1만 시간이든 한 가지 일에 몰두해 땀 흘리는 순간, 인간은 그 자체로 빛이 난다는 것을. 『일터의 문장들』이 그렇게 자기다운 노동으로 빛나는 당신 옆에서 착실한 응원군이 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381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시작으로, 1장 '환경: 판이 이동할 때는 나의 중심축도 옮겨라', 2장 '태도: 계속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이유 있는 열심', 3장 '협업: 성장하는 사람들은 함께 일한다', 4장 '자아: 내 삶의 컨트롤 타워는 바로 나'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일에 몰두해 땀 흘리는 순간, 인간은 빛난다'와 인터뷰이 프로필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는 MKYU 학장 김미경,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빅데이터 분석가 송길영, 구글 혁신 마이스터 알베르토 사보이아, 뮤지컬 배우 옥주현, 무경계 예술가 백현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뮤지션 장기하, 외식사업가 백종원, 경영저술가 대니얼 코일, 카카오 공동대표 조수용, 영화감독 봉준호, 이날치 밴드 장영규, 영국 소방대장 사브리나 코헨 해턴, 스포츠 코치 데이브 알레드, 조직경영학자 오타 하지메,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테노, 정신과 의사 전미경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든다. 먼저 인터뷰이에 대한 소개를 해주어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며 궁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면서 부드러운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읽어나가며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해보고, 일터의 문장들로 핵심을 정리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특히 일터의 문장들은 이 책의 제목이자 핵심이다. 전체를 아우르며 잊지 말아야 할 핵심을 전달해 주는 책이다. 그 문장들만 있었다면 소중함을 잘 몰랐겠지만, 인터뷰를 거쳐서 일터의 문장들을 만나니 그 가치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인터뷰를 거쳐서 일터의 문장들을 접하기를 권한다. 몇 문장 안 되는 분량이지만 그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때그때 인터뷰로 접하지 못했기에 이렇게 책으로 엮은 것이 무척 반갑다. 게다가 이렇게 한 권에 담을 분량을 정하는 데에 있어서 거르고 고르며 고심했을 테니, 그 노고를 고스란히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어서 의미 있다. 이들의 인터뷰도, 일터의 문장들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여서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터뷰 형식이어서 직접 현장에서 듣는 듯 현장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으니 그 또한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한국 최고의 인터뷰어 김지수가 인터뷰이 수백 명 중에 선택한 비범한 일터의 천재 18인이 들려준 통찰을 소개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국내외 인물들의 생생한 일터 속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터에서 중심 잡는 법을 독자들과 나눈다.

_임정욱 | TBT 공동 대표

유명 인사라는 거대한 행성을 탐사한다는 취지의 인터스텔라가 몇 년을 지속하여 이렇게 인터뷰집을 책으로 엮은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18인이라면 이미 그들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 모든 것을 추리고 엮어서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으니 이 책의 영향력은 훨씬 더 클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무언가 막혀있는 듯 답답한 때에는 이들의 일과 성장, 변화의 인사이트를 들려주는 이 책이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닫힌 문을 여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담 없이 읽어나가다가 배우고 싶은 인생의 자세를 발견하기도 하고, 문득 마음에 훅 들어오는 보석 같은 문장을 발견하기도 하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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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플래그 도감 -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
찬타(chanta) 지음, 이소담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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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으스스해서 읽어볼 생각을 안 했다. 너무 무서워서 말이다. 하지만 한쪽 눈을 슬그머니 뜨고 보니 내가 생각하던 그게 아니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죽는 데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꼭 죽더라!' 그런 장면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갑자기 물밀듯이 그런 장면들이 불쑥 떠오르면서 이 책을 정말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런 장면들만 모아두었다니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특히 영화관에서 볼 때에는 조용히 봐야 하지만, 집에서 볼 때에는 "안돼. 그러지 마!"라고 말하며 말리고 싶은 기분도 들고, '쟤 저러다가 죽지!' 그런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있다. 그런 장면들만 모아서 쓴 책이니 페이지 곳곳에서 웃음과 공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이 책 《사망 플래그 도감》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찬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이며 일 년에 1,000편 이상의 영화를 보는 영화광이다. 트위터에 작품 속 사망 플래그를 보여 주는 한 컷 만화를 올리다가 그 내용이 엄청난 화제를 모으면서 책으로까지 묶게 되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일곱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액션', 챕터 2 '서스펜스', 챕터 3 'SF', 챕터 4 '호러', 챕터 5 '대결', 챕터 6 '패닉', 챕터 7 '괴수·좀비'로 나뉜다. 총 91가지의 사망 플래그가 담겨 있다. 이 책에는 5,000편의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에서 뽑은 장르별 사망 클리셰를 완전 분석해놓았다.



먼저 '플래그'라는 단어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플래그'는 클리셰의 하위 개념으로 복선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조건을 만족했을 때 해당 결과값이 나오는 것을 뜻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용어로 쓰이다가 일부 시뮬레이션 게임에 사용되면서 점차 영화, 웹툰, TV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로 쓰임이 확대되었다. 특정 정보를 알리기 위해 '깃발을 드는 움직임'에서 이름 붙여졌으며, 흔히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에서 특정 조건이 성립되는 상황을 '플래그가 세워졌다'라고 표현한다. '사망 플래그'는 캐릭터의 죽음을 예고하는 서사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책날개 중에서)

수상쩍은 저택에 들어가는 사람은 죽는다, 황천길 선물로 비밀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죽는다,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은 죽는다, 비밀 정보를 전하려고 하는 사람은 죽는다, 보스에게 작전 실패를 보고하는 사람은 죽는다… 정말 다양한 사망 플래그가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맞아, 맞아' 하는 시간을 보낸다. 특히 창작자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자료라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들의 적절한 죽음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니 말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만 해도 그냥 독특하고 웃기다고만 생각했는데, 맺음말을 보며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보통 노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완성하고자 최근 반년간 집중해서 캐릭터의 사망 장면만 반복해서 보았다고 한다. 그의 노력과 시간으로 작품 속 사망 플래그 도감이 탄생했으니 이 책의 가치가 크다.



이야기를 창작할 때, 등장인물을 죽이는 것은 국면 전환이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작가들끼리의 농담처럼, 이야기가 막혔을 때는 누군가를 죽이면 된다. 하지만 제대로, 그럴 듯하게 죽여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죽은 인물이 어떤 인간인지에 따라, 독자의 감정이 다르게 요동치니까. 이야기 속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때 아주 유용한 책, 바로 《사망 플래그 도감》이다.

_김봉석 (영화평론가)

이 책은 자기만의 스토리를 찾는 이들에게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으로, 부록으로 '사망플래그도감 콘티 노트'가 있다. 나는 그냥 호기심으로 읽어보았지만, 창작자들에게는 한줄기 빛과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스토리가 안 풀릴 때, 등장인물들 중 이 장면에서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고민될 때, 이 책을 펼쳐들면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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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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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초엽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이다. 안 그래도 김초엽 작가의 전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궁금했지만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책은 단편소설이고 이번 책이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이 새삼스러웠다.

어쨌든 소설을 읽을 때에는 배경지식 없이 소설 속 세계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더욱 흥미로운 법이니, 이 책도 제목과 작가의 이름 정도만의 정보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리 언급을 좀 하자면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여 푹 빠져들어 읽어나간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는 김초엽.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1장 '모스바나', 2장 '프림 빌리지', 3장 '지구 끝의 온실'로 이어지며, 작가의 말과 참고문헌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을 펼쳐들고 나는 두 가지에서 놀랐다. 첫째, 이 책이 SF소설이라는 점에서였는데 그 점이 나에게는 나름 반전이었다. 정말 아무런 정보 없이 읽어나가기 시작하긴 했나 보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이질적이지 않고 재미있었다. 보통 SF 소설은 일단 낯선 느낌으로 시작하곤 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이질감이 없었다. 그냥 가까운 미래, 아니면 약간 거리가 먼 미래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 충분히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데에서 오는 현실적인 느낌에 금세 적응하며 이 소설을 읽어나갔다.

때는 인류 대멸종 이후 재건 60주년, 어느 날 메일이 왔다.

[악마의 식물이 내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데, 이거 혹시 멸망의 징조 아니야?]

자극적인 제목이었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모스바나가 갑자기 정원에 등장했는데 이게 나타날 이유가 없는데 아무래도 불길하고, 혹시 나쁜 징조인 건 아닌가 싶다는 이야기였다. (40쪽)

모스바나는 더스트 시대 후기, 그리고 재건 직후의 빈곤한 시대에 가장 번성했던 우점종이었는데, 더스트 시대부터 종식 직후까지 독점종의 지위를 차지하다가, 재건 이후 서식지가 급격히 감소해 최근에는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해월시 이상 증식으로 보고가 된 것이다. 해월은 한때 최대 로봇 생산지였고, 분지 특성상 돔을 건설하기 수월해서 더스트 폴 직후 가장 먼저 대피용 돔 시티로 지정된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계들의 집단 오류로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이후에는 유령 도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지역 주민들의 제보에 따르면 약 삼 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매년 한두 건씩 국지적인 증식 현상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멸망과 재건은 지구의 풍경을 바꾸었다. 더스트생태학은 그 변화의 풍경을 포착하는 학문이다. 어떤 것들이 사라졌고, 어떤 것들이 새롭게 나타났으며, 어떤 것들이 적응해서 변화한 지구의 구성원이 되었는지가 더스트생태학의 연구 대상이었다. 세계 곳곳에 더스트를 피하기 위한 거대 돔이 세워졌을 때 사람들은 숲이나 들판의 생물들을 위한 돔은 만들지 않았다. 많은 종이 멸종을 향해 갔지만, 빠르게 더스트에 적응해 변이한 식물들도 있었다. (83쪽)

가끔 지구 멸망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처음엔 어차피 다들 사라지는 것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다. 멸망과 재건으로 지구의 풍경이 바뀌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소설이기에 가능한 디테일한 상상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애써 예전의 산딸기 같은 것을 복원해보아도 그 맛이 안 나기도 하고, 어쩌면 지금껏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식물이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모스바나처럼 말이다.

'어떻게 식물이 그럴 수 있을까' 그 발상과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여 독자를 끌고 가는 힘이 느껴졌다. 내 시각으로는 상상하지 못하는 어떤 세계를 작가가 만들어냈고, 나는 독자로서 함께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계속 읽어나갔다.



작가의 말을 읽다 보니 이 책이 탄생한 배경이 더욱 흥미롭다. 작가는 자신이 잘 아는 이야기, 아니면 부담 없이 질문을 이어나갈 수 있는 주변인이 아는 세상에 근거해서 이야기의 씨를 싹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는 것이다. 사소하게 주고받은 대화라든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말속에서도 이야기의 씨앗을 잡아내는 것이 소설가다. 그런데 작가에게는 원예학을 전공하신 아버지가 있으니 얼마나 든든했을까.

교외에서 새로 오픈한 온실 카페에 앉아 아빠에게 질문을 늘어놓았다. 식물들이 어떻게 자라도 퍼져 나가는지, 식물의 생애는 어떤지, 초본과 목본의 차이는 뭔지, 일년생과 다년생은 또 무엇인지, 서식지에 따라 식물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식물종이 여러 기후 조건에 적응할 수 있는지…… 그때만 해도 식물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던 나는, 두서없는 질문들을 통해 하나의 질문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런 이상한 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원예학을 전공한 아빠가 나에게 해준 대답은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라는 거였다. (388쪽)

소설 속 상황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잘 끌고 나가서 실감나게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실제 상황, 긴급상황 같았다. 정말 있는 식물인 듯한 느낌에 모스바나 검색까지 해보았다. 결과는 그냥 비공개. 궁금하면 직접 검색해보시라.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인간의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미래 세계를 그려본다. 먼 미래의 모습을 실감 나게 보는 듯해서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현실 세계를 돌아본다. 이미 비슷한 듯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거기에 대한 판단은 뒤로하고, 지금은 이 책을 읽으며 소설 속 미래 세계를 살펴본다. 멸망과 재건 이후의 세상, 거기에 존재하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는 말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가 메아리처럼 퍼져나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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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문명을 논하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미요시 유키오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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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대표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강연과 평론, 편지, 일기, 단편 등의 자료를 모은 책이라고 하여 읽어보고 싶었다. 단순한 호기심에 찜해두었는데, 이 책의 뒤표지에 있는 글을 보고 더욱 관심이 생겼다.

일본의 국민 작가이자

근대 문명개화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나쓰메 소세키의

신랄한 근대와 문명 비판론! (책 뒤표지 중에서)

그러니까 이 책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강연, 평론, 편지글, 일기, 단편…을 통해 작가로서뿐 아니라 평론가, 연구자로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파헤치는 내밀한 근대 일본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 어떤 내용을 접하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나쓰메 소세키, 문명을 논하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엮은이는 미요시 유키오. 국문학자로서, 근대문학을 폭넓게 연구하였다. 1989년 야마나시 현립문학관의 초대관장을 역임하였으며, 재임 중에 1990년 별세하였다. 저서로는 『일본 문학의 근대와 반근대』 『근대문학연구란 무엇인가』 등이 있으며, 편서로는 『나쓰메 소세키 서간집』 등이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소설 이외의 영역에서 소세키의 문명 비판과 관련된 발언을 선별해서 모아놓은 것이다. 「현대 일본의 개화」나 「나의 개인주의」 등 공적인 자리에서 행해진 저명한 강연이나 평론 이외에 편지(서간)·일기·단편 등 사적인 글에서도 일부를 뽑아 수록했다. 발언한 순서대로 배열해놓지는 않았지만, 소세키의 육성을 가장 잘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순수한 문명론만이 아니라 인생론·존재론 등과 관련된 내용도 수록했다. 소세키가 행한 문명 비판의 밑바탕에 내재된 것을 엿보게 해주는 값진 자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10쪽, 미요시 유키오 해설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에는 현대 일본의 개화, 내용과 형식, 문예와 도덕, 나의 개인주의, 모방과 독립 등의 글이, 2부에는 런던 소식, 우견수칙, 인생 등의 글이 담겨 있다. 3부에는 1901년의 일기, 단편, 1912년 일기, 편지 등이 수록되어 있다. 미요시 유키오의 해설과 옮긴이 후기로 마무리된다.

강연을 현장감 있게 살려주어서 현장 분위기를 짐작하며 읽어나가는 묘미가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강연이 <현대 일본의 개화>라는 1911년(메이지 44년) 8월 와카야마에서의 강연인데, 강연의 시작을 날씨 이야기로 한다. 무척 더웠던 날인 가보다. 날이 이리 더워서야 많은 인원이 모여 연설을 들으시는 게 필시 괴로우실 것으로 여겨진다면서도, 연설을 하는 입장에서도 그리 녹록지 않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덥고 북적북적한 분위기이지만 강연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짧게 끝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주제에 맞게 강연을 해나가고 있고 그날의 분위기를 짐작하며 그 자리에서 강연을 듣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간다.



나쓰메 소세키는 1900년, 문부성으로부터 런던 유학을 명받았는데, 명목은 영어연구였으며 제1회 국비 유학생 자격이었다고 한다. 영문학을 전공했고, 유학 후 교사가 되었다. 어쩌면 강연이 아니면 알지 못했을 내면의 갈등이나 생각을 강연에서 솔직하게, 그리고 신랄하게 풀어내니, 직접 강연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현장감에 더해 나쓰메 소세키라는 한 인간에 대해 파악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강연 중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지금 시대의 소설가처럼 현장감을 느끼며 그 상황을 짐작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결국 1년 후 저는 어느 시골 중학교로 부임했습니다. 이요의 마쓰야마에 있던 중학교였습니다. 여러분은 마쓰야마의 중학교라는 소리를 듣고 웃으시는데, 아마 제가 쓴 『도련님』이라는 소설을 보셨나 보군요. 『도련님』 안에 '붉은 셔츠'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나오는데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를 모델로 쓴 거냐고 요즘 자주 질문을 받습니다.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면 당시 그 중학교에 문학사란 저 한 사람뿐이기 때문에 만약 『도련님』 속에 나온 인물을 하나하나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한다면 붉은 셔츠는 즉 제가 되어야 하거든요. 무척 분에 넘치는 행운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지네요. (131쪽)

사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이 나온 부분이어서 부드럽고 가볍게 이야기한 것을 적어놓은 것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보다 무겁고 진지하고 날카롭게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하나하나 읽으며 의외의 느낌이었고, 그렇게 하나씩 들어가며 나쓰메 소세키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지금껏 그의 작품만을 보아왔고 다른 부분은 전혀 모르던 상황에서 그의 강연, 평론, 편지글, 일기 등을 엮은 책을 읽고 보니, 나쓰메 소세키라는 인물을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꼭 지금 어디에선가 강연을 펼치고 있는 소설가로 되살려낸 듯한 책이다.

기록의 의미가 있는 책이어서 나쓰메 소세키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며, 그의 작품 말고 다른 부분에 대해 알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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