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전봉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이다.

한국인이 살아온 자취는 어떻게 건축에 배어났을까?

우리에게도 우리 건축을 대표하는 고전기가 있을까?

한국 건축 문명은 어떻게 발생했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솔직히 건축물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며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책 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한국 건축 문명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의 미래가 보인다!"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 건축 문명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전봉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서울대학교 박물관장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겸하고 있다. 1997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건축 역사와 한국 건축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주거사와 목조 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건축 문화사다. (책날개 발췌)

이 이야기는 우리의 건축 문명이 세계 건축 문명의 지형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어디쯤인지를 확인하는 데서 시작해, 그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그 중간에 우리의 건축이 목조 건축이어서 갖는 특성과, 우리의 고유한 난방 방식인 온돌로 형성해온 공간 이용 행태의 연속성을 살핀다. 이 두 가지를 우리 건축 문명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 건축의 고유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우리가 세계 건축 문명에 기여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15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모두를 위한 건축 이야기'를 시작으로, 1부 '건축 문명의 동과 서, 나무 건축과 돌 건축', 2부 '전통 건축, 단조로움 속의 차이를 발견하다', 3부 '한옥에서 아파트까지, 가장 일상적이고 친밀한 건축의 진화', 4부 '세계와 만나는 한국 건축 문명'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전통을 넘어 세계 문명 속으로'로 마무리된다.

궁금하긴 한데 잘 모르는 분야이고, 매일 건축물들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건축과는 거리가 먼 일반인으로서 이 책을 집어 든 데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였다. 그 마음을 알아주면서 부드럽게 이야기를 시작하여 그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건축이라고 하면 흔히들 전문적인 분야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생각해보자. 우리의 모든 일상이 건축 안에서 이뤄진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심지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우리 삶은 건축물 안에서 이뤄진다. (20쪽)

그러면서도 우리가 교육받기를 건축에 대해 비슷비슷 고만고만한 내용이었다. 실생활에 사용할 수 없는 간극이 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이 책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 책은 우리나라 건축 문명의 시공간적 위치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당장 어떤 것이 좋은 건축인지 알려주지는 않지만, 사실 좋은 건축이란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래도 편집적인 전통 건축 찬양이나 현재 건축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커질 때 비로소 다채롭고 질 좋은 건축 문화가 성장하리라 믿는다. (22쪽)

앞부분을 읽어나가다 보면 조목조목 짚어주며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이 책에 관심이 점점 커진다.

이 책은 독자가 건축을 하나도 모른다는 가정 아래 건축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 동과 서를 아우르며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도 하나씩 짚어볼 수 있도록 시선을 제공해준다. 그러면서도 점점 현대로 오면서 우리가 경험했거나 들어서 알지만 막상 잘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굵직굵직하게 큰 줄기를 훅훅 짚어주며 설명을 해나가서 일반인이 읽기에도 부담 없이 다가왔던 책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30년 넘게 건축역사학을 연구해온 저자는 세계 건축 문명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현대 건축을 만드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라고 말하며, 우리 건축의 고유성을 찾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는 우리의 건축 문명이 세계 건축 문명의 지형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추적하고, 한국 건축의 어제와 오늘을 새롭게 조명한다. (책 뒤표지 중에서)

시공을 넘나들며 건축을 살펴본 책이다. 저자의 설명에 가만히 귀 기울이다 보면 갖가지 건축물을 만나고 거기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재료와 구조법은 기본이고 세계 각국의 건축물을 짚어보며 폭넓게 여행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특히 '단지 박물관에 가두기 위해 전통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169쪽)'라는 말에 공감하며 한옥과 우리나라 주택을 짚어보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 지금껏 못 보던 시선으로 우리 건축물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저서. 숙독의 숙독을 거듭하며 읽어나가다보면 도전정신을 불태워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느끼고 아는 존재》는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저작이다. 읽을까 말까 망설인 것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중 앎'knowing'에 대해서 책 속 내용을 살짝 짚고 넘어가자면, 다마지오에 따르면 의식은 '느낌을 안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살짝 더 짚어보자.

핵심 의식은 유기체가 자신의 몸 상태가 자신의 경험, 즉 정서에 대한 반응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발생한다. 우리는 우리 유기체가 대상에 의해 변화되었다는 특정한 종류의 비언어적 지식을 우리 유기체가 내부적으로 구축하고 내부적으로 드러낼 때, 이런 지식이 대상을 내부적으로 두드러지게 드러내면서 나타날 때 의식을 갖게 된다. 이 지식의 가장 간단한 발생 형태가 바로 '느낌을 안다는 느낌'이라는 것이 다마지오의 주장이다. (14쪽)

읽는 속도가 아주 느려질 수밖에 없는 책이다.

결국 이 책을 읽는 것으로 결정한 데에는 인간이기에, 의식에 대해 철학자이자 뇌과학자의 이야기를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어차피 책은 내가 이해하는 만큼 나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도구 아니겠는가.

뇌과학자 정재승의 추천사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했다.

이 책에서 다마지오는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문제 중 하나인 의식의 본질을 중추신경계의 생물학적 접근으로 해결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의식에서 뇌뿐만 아니라 몸의 중요성을 포괄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신 뇌과학도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_정재승 뇌과학자 추천사 중에서

뇌뿐만 아니라 몸의 중요성이라! 추천사만 보아도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안토니오 다마지오. 현재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돈사이프 인문·예술·사회과학대 신경과학·심리학·철학교수 겸 뇌과학연구소 소장이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다마지오는 느낌·감정·의식의 기저를 이루는 뇌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특히 감정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그의 연구는 신경과학·심리학·철학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존재에 관하여', 2장 '마음과 표상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관하여', 3장 '느낌에 관하여', 4장 '의식과 앎에 관하여'로 나뉜다.

먼저 이 책의 시작에는 '이 책에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부터 시작된다. 번역자가 이 책에서 사용한 용어들을 정리해 주는데, 일반 독자가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정서, 감정, 느낌, 정동 등 서로 매우 비슷해 보이는 용어들에 대한 다마지오의 정의라는 것이다. 이 단어들에 대한 다마지오의 정의와 구분을 이해해야 순조로운 독서가 가능해진다고 하니, 그런 의미에서 간단히 짚어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다마지오의 정의

▶ 'emotion'(정서) : 뇌 안의 뉴런들을 활성화하는 모든 외부 자극과 내부 자극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

▶ 'feeling' (느낌) : 배고픔, 목마름, 고통 같은 원초적 상태와 공포, 분노 같은 정서적 상태 다음에 발생하거나 그와 동시에 발생하는 마음의 무의식적 상태

·다마지오는 "태초에 있었던 것은 말이 아니라 느낌"이라고 주장

·다마지오는 의식의 출현이 세 가지 요소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정서', '느낌', '느낌에 대한 느낌'이 그것들이다.

▶ 'affect' (정동) : 느낌으로 변화되는 아이디어들의 세계

·유물론자인 다마지오는 정동이야말로 "인간성의 중심"이라고 주장

·다마지오에 따르면 인간은 느낌을 통해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지각할 수 있으며, 그 지각은 정동으로 드러난다.

다마지오의 뇌과학은 느낌으로 시작하여 앎으로 향하고 있다. 다마지오는 안와전전두엽에 종양이 생긴 환자를 관찰하면서 감정이 거의 사라진 사람은 생존에 중요한 판단력이 흐려짐을 알게 된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판단력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생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신체와 정신을 분리하여 이성의 역할을 강조한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다마지오는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책에서 감정과 느낌은 신체 상태 정보를 신경시스템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며 항상성 정보의 핵심임을 설명한다. 다마지오가 뇌의 작용을 보는 관점은 항상성이라는 단어의 정의 속에 모두 담겨 있다. (15쪽, 감수자의 말 중에서)

이 부분을 읽고 보면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그의 책에 관해 호기심이 생기도록 만든다. 그래도 그의 다른 저서들보다 이 책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온다고 하니 이 책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정의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가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내용 자체는 곰곰이 곱씹어 생각해 보아야 하기에 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느려지는데, 천천히 읽다 보면 책 속 문장의 의미가 와닿는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각각의 분량은 짧아서 조금씩 여러 번 집중해서 읽기에 용이하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며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의식에 대한 통찰을 건네받는다. 그나마 일반인도 읽을 수 있도록 얇고 간결하게 책을 출간한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어려움이 덜하고 그 노력을 짐작하게 된다. 이 주제에 관해 이 정도의 설명이라면 쉽게 하려고 애썼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오랜만에 도전정신을 불태워주는 책을 만난 듯하다.

역자의 말을 읽어보면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의식의 문제에 천착해온 결과를 요약하고 자신의 최근 연구 결과를 추가해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써낸 책이라고 한다. 내용 자체도 난해하고 그 내용을 표현한 다마지오의 문장 자체도 매우 난해했지만, 이 책은 전작들과 사뭇 다르게 최대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여러 번 고친 흔적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감수자의 말처럼 숙독이 필요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의 친구, 반 고흐 -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의 여정 인문여행 시리즈 16
정철 지음 / 인문산책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 고흐의 작품은 꽤 알고 있고 그의 생애에 관한 책도 주기적으로 읽게 된다. 미술 감상을 그리 즐기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도 그렇게 된다. 생각해 보니 전시회도 여러 번 갔다.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3D 전시도 본 적이 있다. 내가 미술 감상에 그다지 일가견이 없으면서도 반 고흐 작품은 자주 감상하는 걸 보면 반 고흐는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대중적인 화가임에 분명하다. 어쨌든 이 책을 보니 지금쯤 다시 한번 반 고흐의 생애를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이 책 『영혼의 친구, 반 고흐』를 읽으며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의 여정에 동참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정철. KOTRA에서 유럽 지역 조사 작업을 담당했고, 다섯 차례 해외 근무를 통해 브뤼셀 및 파리 무역관을 거쳐 리옹, 헬싱키, 브뤼셀, 암스테르담에서 무역관장을 역임했다. 35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2018년 정년퇴임했다. 저자는 유럽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그가 머물렀던 모든 지역을 탐방했고, 그 인연으로 위대한 화가의 삶과 그림에 얽힌 여정을 이 책에서 일대기 형식으로 생생히 엮어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들판을 달리는 소년, 불안한 미래, 화가라는 운명의 길, 농민에게 마음이 가다, 색깔을 찾아서, 프로방스로의 여행, 고통의 나날들, 불꽃이 사라지다, 우리를 사로잡은 화가 등 9장에 걸친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간중간 '반 고흐 유적 탐방'이 수록되어 현장감을 더한다.

저자는 마지막 해외 근무를 한 암스테르담에서는 '반 고흐 미술관'이 걸어서 20분 내외의 거리에 있었기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미술관을 방문하여 빈센트의 그림을 보고 또 보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또한 몇 점의 빈센트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반 고흐 미술관' 옆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암스테르담 시립현대미술관'에도, 그리고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감상하였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박물관 카드를 구입하면 1년 동안 횟수 제한 없이 네덜란드 국내의 어떤 박물관도 입장할 수 있다고 하니 열심히 감상하였을 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이렇게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집대성해놓았다. 일대기를 짚어주는 객관적인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러면서도 그때그때의 환경과 심리가 상세히 담겨 있어서 여태까지 보아온 반 고흐에 대한 책과는 또 다른 깊이가 느껴졌다. 오랜 기간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자료를 모으며 반 고흐에 대한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모아 자료를 추리고 엮어서 이렇게 책을 출간했으니, 이건 하루 이틀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미술 전공이 아니라 순전히 일반인의 호기심과 열정으로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에 대해,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해 훑어보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알았던 사실이더라도 상세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예전에 반 고흐 전시회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워낙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시간을 좀 더 내서 반 고흐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아쉬움이 사라지겠다. 여기에 거의 모든 것이 꽉꽉 눌러 담겨있으니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책이다. 단지 건조하게 나열만 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잘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의 그림도 곁들여서 흥미롭게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그가 살아서 이 모든 것을 누리지 못하고 사후에 인정을 받다니 여러모로 안타깝다.

빈센트는 아를에 있을 때 테오에게 보낸 어느 편지에서 "내 그림들이 팔리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러나 우리가 부어 넣은 물감 값과 얼마 되지 않은 생활비보다 내 그림들이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될 날이 올 거야."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옳았다. 그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비평가들과 다른 화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결코 보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테오도 마찬가지였다. (406쪽)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이 책을 보면 모르던 사실을 꽤나 많이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갖가지 자료, 특히 취재노트로 엮인 이야기 또한 흥미로워서 신기한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 그의 발자취를 따라 상세하게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래식은 왜 그래 - 영화 속 그 음악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 그래] 제작팀 지음 / 시월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득 떠오르는 선율이 있어도 검색해보기도 애매하다. 영화를 보다가 '앗, 저거 아는 곡인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냥 그 이상 알아내지 못하고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영화 속 그 음악'을 다룬다고 하여 호기심이 급상승했다. 특히 이 책은 화제의 프로그램 더라이프 채널 <클래식은 왜 그래>를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하니, 이미 완성도와 재미는 검증된 것 아니겠는가.

당신이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엄청나게 노출되어 있었다면 어떨까요?!

클래식 음악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아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후진음, ARS 통화 연결음, 세탁기 종료음, TV 속 CF나 드라마 등등. 그리고 당신이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또는 극장가에서 보고 왔을 바로 그 영화 속에서도 클래식이 흘러나왔을지 모릅니다. (집필자 say…1중에서, <클래식은 왜 그래> PD 강지희)

게다가 영화를 매개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여기에서 좀 더 확장해 클래식 작곡가들의 삶과 결정적 순간, 음악을 소개하는 구성이라고 한다.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클래식은 왜 그래』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초대장에서 시작하여 열세 번째 초대장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와 비발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제&푸치니,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차이콥스키, 영화 <설국열차>와 바흐, 영화 <기생충>과 헨델, 영화 <불멸의 연인>과 베토벤, 영화 <아마데우스>와 모차르트,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쇼팽,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쇼스타코비치, 영화 <암살>과 드보르자크, 영화 <암살>과 브람스,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와 파가니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오펜바흐가 수록되어 있다.

먼저 목차를 보고 놀랐다. 나는 영화를 별로 많이 못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여기에 언급된 영화 중 안 본 것이 딱 두 작품뿐이다. 그러면서도 물론, 이 영화들 속에 수록된 음악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이 정도면 정말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는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친절한 금자씨> 속 비발디 음악을 언급한다. 비발디의 음악이 무려 6곡이나 삽입되었다고 한다. 영화와 영화 속 음악에 대한 이야기부터 비발디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까지 짚어주니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만일 비발디가 금발로 태어나 차별받지 않고, 동료 사제들과 엄청나게 잘 지내고, 천식 따위 없이 건강해서 몇 시간씩 노래 부르고, 미사도 거뜬히 진행했다면, 그래서 안나와 사랑이든 비즈니스든 함께하지 않고 오직 성직자의 삶만 충실하게 살았다면 지하철 환승음은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비발디의 사망 기록에는 '세속 사제'로 적혀 있다고 한다. 비발디는 차별과 편견을 극복한 훌륭한 음악가이자 성직자인 듯 성직자 아닌 삶을 살다 간 투잡맨이라 하겠다. (34쪽)

그리고 '알아두면 쓸데 있을 클래식 꿀 TIP'도 재미있다. '아, 그랬어? 몰랐어!'라며 읽어본다. 클래식을 잘 모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블루오션 아니겠는가. 재미있게만 이야기를 풀어준다면 이것저것 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건 몰랐다는 것을 살짝 비밀로 하고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말이다.

클그래 : 붉은 머리 사제 비발디의 <사계>는 총 몇 악장일까요?

준현 : 사계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 4악장!

클그래 :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맞는데 계절마다 3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총 12악장이죠. (35쪽)



이 책은 나의 반응을 입체적으로 끌어낸 클래식 책이다.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인기를 끈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그래> 방송으로 검증되어서 믿고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랬어? 몰랐네.'부터 '어머, 정말?', '아이쿠, 안타까워라.' 등등 낄낄낄 웃다가 안타까움에 탄식하다가 온갖 감정을 끌어내며 읽어나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이다.

특히 웃다가 눈물까지 났던 장면은 음악의 어머니 헨델에게 가상 편지를 쓴 장면이다. 물론 사실과 다르지만 이런 개그 재미있다.

아, 맞다! 사실 오늘 엄마한테 편지를 쓴 이유가 있었는데 엄마 음악 얘기에 심취해서 잊을 뻔했네요. 사랑하는 음악의 엄마…헨델이시여…이젠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될까요? 엄마 남자잖아요…. (115쪽)

그리고 당대 돌팔이 중의 상돌팔이인 존 테일러라는 의사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고 헨델은 극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다가 사망했는데, 그 돌팔이한테 수술받고 사망한 또 다른 피해자가 바흐라는 것. 바흐와 헨델이 그 사람에게 수술받지 않았더라면 음악의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그리고 음악의 어머니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았을 수도 있었고,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바로크 시대를 꽃 피운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 음악을 좀 더 많이 들으며 행복했을지도 모를 것이라니, 이런 설명 하나하나가 쫄깃하니 맛깔난다. 영화와 우리식 유머와 어우러지니 클래식이라는 무게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며 대중적인 흥미를 자아낸다.



2020년 <영화 속 그 음악, 클래식은 왜 그래> 시즌 1은 '클래식 1도 모르는 클래식 바보들'이라 자칭하는 이들을 메인 출연자로 내세웠었다. 평생 축구 하느라 음악 수업을 제대로 들어가 본 기억이 없는 안정환, 어릴 적부터 음악과 가까이 살았지만 클래식보단 포크 음악에 심취해 살아온 김준현, 음악인이긴 한데 클래식과 대척점에 가까운 트로트 가수 요요미. 그들은 매회 등장하는 작곡가들의 에피소드에 일희일비하곤 했다.

차이콥스키 편에서는 그의 삶이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가 하면 쇼팽 편에서는 쇼팽 집에서 여자와 정사를 나눈 리스트 때문에 격하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하며 클래식을 알아가던 중, 모든 출연자 입에서 불같은 쌍욕이 터진 적이 있다. 웃기긴 했지만 방송 심의를 통과할 수준이 아니어서 당연히 편집됐다. 특히 딸바보 아빠인 안정환, 김준현은 격앙된 감정을 한동안 추스르지 못할 정도였는데 그 회차의 주인공이 바로 브람스였다. (222쪽)

이 정도 이야기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연히 궁금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영화로 시작해 막장으로 끝나는 흥미진진 클래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막장은 드라마에나 있고 클래식은 고상하다? 그 편견을 깨부수는 책이어서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그 어떤 것이든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몰입하여 읽는 맛이 있지 않겠는가. 이 책에는 MSG가 적당히 팍팍 첨가되어 읽는 재미가 있다.



곳곳에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서 음악을 감상해가면서 읽어나간다. 어떤 곡들은 전주에서 조금만 지나면 '아, 이 곡!'이라며 '나 이 곡 알아'라고 생각되는 곡도 의외로 많았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클래식 음악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재미있게 알려주면 하나둘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펼쳐들어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