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냉장고 -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의 차이로 우주를 설명하다
폴 센 지음, 박병철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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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열역학 법칙으로 세상을 바꾼 13명의 과학 영웅들의 빛나는 탐구여정을 담은 『아인슈타인의 냉장고』이다. '열역학'이라는 점에서 어려울 것이라 짐작되면서도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결국 읽게 된 것은 제목 덕분이다. '아인슈타인과 냉장고가 무슨 관계인가?' 호기심이 생겼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열역학은 범우주적으로 통용되는 유일한 이론이다. 다른 이론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열역학만은 우주의 섭리를 담은 이론으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11쪽)" 그리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아인슈타인이 열역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자신의 주 전공 분야인 이론물리학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말이다.

그는 열역학의 실용적인 활용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1920년대 후반에 아인슈타인은 당시 시판되던 냉장고의 가격을 낮추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냉장고를 설계한 적이 있다. 이 작업에 수년 동안 매달리면서 아에게 사와 일렉트로룩스 사로부터 적지 않은 후원금까지 받았으니 단순한 여가활동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하필 냉장고였을까?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1926년에 베를린의 한 가정집에서 냉장고의 파이프를 타고 흐르던 유독가스가 새어나와 어린아이를 포함한 여러 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베를린의 한 일간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비극적 뉴스를 접한 아인슈타인은 안전한 냉장고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열역학은 위대한 과학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역사이기도 하다. (11쪽)

제목에 대한 호기심은 일단 프롤로그를 보며 해소된다.

그다음으로는 '열역학'이라는 데에서 오는 부담감인데, 그건 저자의 필력으로 해결이 되니 겁먹지 말고 일단 펼쳐들어 읽으면 된다. 이 책에서는 열세 명의 과학영웅들을 이야기한다. 사디 카르노, 윌리엄 톰슨, 제임스 줄, 헤르만 폰 헬름홀츠, 루돌프 클라우지우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루트비히 볼츠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에미 뇌터, 클로드 섀넌, 앨런 튜링, 제이콥 베켄슈타인, 스티븐 호킹… 유명한 이름도 있고 낯선이름도 있을 것이다. 상관 없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식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폴 센.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과학 TV프로그램 제작자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공학을 배울 때 열역학을 처음 접하고, 그 매력에 빠졌다. 과학을 대중화하겠다는 꿈을 안고 방송국에 입사해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었다. 다큐멘터리 제작 중 우연히 발견한 사디 카르노의 《불의 동력에 관한 소고》를 접하고는, '과학의 역사가 모든 역사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9장으로 구성된다. 1장 '영국으로 가다', 2장 '불을 이용한 동력', 3장 '창조주의 포고령', 4장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5장 '물리학의 최대 현안', 6장 '열의 흐름과 시간의 끝', 7장 '엔트로피', 8장 '열의 운동', 9장 '확률의 법칙', 10장 '경우의 수 헤아리기', 11장 '파괴적인 후광', 12장 '볼츠만 두뇌', 13장 '양자', 14장 '설탕과 꽃가루', 14장 '대칭', 16장 '정보는 물리적이다', 17장 '맥스웰과 실라르드의 도깨비', 18장 '생명체의 수학', 19장 '사건 지평선'으로 나뉜다.

이 책은 이야기를 들려주듯 낯선 것도 익숙하고 편안하게 풀어서 들려준다. 그냥 결론만 당연한 듯 외우던 것들도 그 당시의 상황 등 설명을 통해 생생하게 다가오도록 한다. 그 장면이 그려지며 생동감 있게 다가오니 이 책을 읽으며 보다 풍성한 지식을 쌓는다.

예를 들어 알코올 1리터를 끓이는 것보다 물 1리터를 끓이는 데 더 많은 열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그 차이를 수치로 나타낼 생각을 하지 않던 차에, 클레망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클레망의 강의를 정리한 한 학생의 노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클레망 선생님께서 열량을 수치로 표현하기 위해 칼로리라는 단어를 창안했다. 1칼로리는 물 1킬로그램의 온도를 1℃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이다." 그렇다. 현대인들이 음식에 함유된 에너지의 양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바로 그 '칼로리'다. 예를 들어 100그램짜리 감자칩 한 봉지에 500칼로리의 열량이 함유되어 있다면, 이 감자칩이 우리 몸에 들어갔을 때 발휘되는 열량으로 물 500킬로그램의 온도를 1℃ 높일 수 있다(그로부터 수십 년 후, 과학자들은 '물 1킬로그램의 온도를…'로 정의된 칼로리 단위를 '물 1그램의 온도를…'로 수정했다. 그러므로 클레망이 정의했던 1칼로리는 현재의 단위로 1000칼로리 또는 1킬로칼로리에 해당한다) (35쪽)




루트비히 볼츠만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1년 전인 1905년, 그의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입증하여 과학의 주 무대에 올려놓은 논문이 발표되었다. 원자론을 믿지 않았던 과학자들도 이 논문을 접한 후로는 원자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원자의 거동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열역학 제2법칙이 성립하는 이유까지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만일 이 논문이 2~3년 일찍 발표되었다면 현상론자들의 지독한 비난에 시달리면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볼츠만을 구원해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볼츠만은 가뭄 끝의 단비 같은 논문이 발표되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문제의 논문을 쓴 사람은 20대 중반의 젊은 물리학자로서, 1898년에 《기체 이론 강의》라는 책을 통해 볼츠만의 이론을 접하고 깊은 감명을 받아 같은 학교 학생인 약혼녀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볼츠만은 최고의 물리학자이자 만능 해결사였습니다. 저는 그의 이론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문제는 특정한 조건하에서 원자가 거동하는 방식인데, 볼츠만은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짚은 것 같습니다. 그 젊은이의 이름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었다. (266쪽)

세기의 이론이 어느 날 번쩍 하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타나는데, 아인슈타인이 루트비히 볼츠만의 영향을 받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읽기에 앞서 루트비히 볼츠만에 대한 글을 읽었기에 '오, 그랬어?!'라는 반응을 더 크게 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렇게 영향을 주고받은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이 책에서 논하는 13명의 이야기를 차례차례 읽어나가기를 권하는 바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우리에게 가장 유익한 발견은 무엇이었을까?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주저 없이 열역학 법칙을 꼽을 것이다. (434쪽)

흥미로운 책이다. 여기에 실린 과학자들이 현재로 살아와서 격렬한 토론을 벌였으면 좋겠다. 또 다른 역사가 쓰일 테니 말이다. 그만큼 이 책이 생동감 있게 다가와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건 전적으로 저자의 필력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역학 법칙 발전을 물리학자의 삶으로 녹여낸 흔치 않은 책이다. "열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통계역학으로 발전하고, 엔트로피의 발견이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우주론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이야기인가. 열역학이 교과서의 딱딱한 공식이 아니라 인간적인 학문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이 책을, 물리학과에서 열역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일독을 권한다.

_이기진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열역학에 대해서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그다지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면, '열역학'이라는 단어 빼고 일단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단순히 아인슈타인과 냉장고에 대한 호기심으로라도 좋다. 일단 이 책을 펼쳐들면 기대 이상의 흥미로운 지식의 세계로 초대받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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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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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자체에 대한 호기심에서 읽어보고 싶었다. 그저 돈의 역사만을 다룬다면 다소 밋밋할 텐데, '그림으로 보는'이라는 수식어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명화 속에 인류의 민낯이 담겨 있다?

돈의 흐름으로 인류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본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에서는 명화를 통해 당시 인간의 욕망이 어디를 향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알려준다고 한다. 제목에서의 느낌에 이어 이런 설명을 읽고 나니 더욱 궁금해져서 이 책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한명훈. 20년간 인사·교육 전문가로 일하고 있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문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살롱과 클럽에서 강사와 작가, 도슨트로 리더십·영화·인문학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언택트 리더십 상영관』(2020)이 있다. (책날개 발췌)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그림을 통해 부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것에 얽힌 세계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전시회를 보는 기분으로, 책 속에 담긴 그림으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돈과 인간의 욕망,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기를 바랍니다. (7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돈은 권력이다', 2부 '흑사병과 중세 암흑기', 3부 '대항해 시대 부의 지도', 4부 '자본의 탄생', 5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유대인'으로 나뉜다. 소금이 월급이었다고? 인간의 탐욕이 만든 세계사, 해적들의 황금시대, 허세 끝판왕들의 정상 회담, 카사노바와 로또, 주식 거래가 카페에서 시작되었다고?, 생명 보험에 얽힌 역사, 마녀사냥은 왜 일어났을까?, 금주령이 탄생시킨 글로벌 톱 브랜드 등 역사잡학사전도 곳곳에 수록되어 있다.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를 쓰면서 시대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인간과 돈의 관계였습니다. 돈은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했으나 항상 달콤함만 주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이 부를 얻기 위한 과정 속에는 광기가 있었고, 그 광기는 누군가를 희생시켰습니다. 신은 인간에게 영원한 부를 허락하지 않았지만 기어코 인간들은 부를 축적해 신이 되고자 했습니다. 부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정말 멈출 수 없는 것일까요? (4쪽)

그러고 보니 요즘 너도나도 돈, 주식,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으니, 예전엔 안 그랬는데 사람들이 요즘 들어 돈에 대해 관심을 더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명화에서도 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실제 그림을 하나하나 보면서 그 시절의 상황도 예측해 보고, 저자의 설명을 도슨트가 들려주는 듯 따라가다 보면 의외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돈과 인간의 욕망과 명화와 역사를 훑어보는 여정이 흥미로웠다. 그냥 고대 화폐부터 역사를 살펴보겠다고 하면 흥미가 덜했을 텐데, 명화와 엮으니 꼭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그렇게 구성하니 내용도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명화를 곳곳에 넣어 주어 시선을 끄니 조미료 솔솔 뿌린 듯 입체적이고 맛깔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명화와 돈의 조합이, 아닌 듯하면서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고 보면 돈이 있는 곳에 인간의 욕망이 있었으니, 따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엮어낸 책이니, 흥미로운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뛰어나다. 돈의 역사를 명화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이 흥미롭게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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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글쓰기
탁정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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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글쓰기는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언제든 우리 일상에서 크고 작은 상황에 맞닥뜨리며 변화와 치유는 꼭 필요한 일이니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의 힘을 얻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명상하는 글쓰기』이다. 글을 쓰며 나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아차리는 시간을 보내고, 변화와 치유의 글쓰기를 배워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탁정언. 1987년 소설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에 등단한 이후 줄곧 글을 써오고 있다. 19년 전 명상을 시작했고, 13년 전부터는 명상과 글쓰기를 접목하여 명상하는 글쓰기 수행을 해오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홍보광고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이 책은 당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당신 자신을 뒤흔들어 진정한 앎의 세계로 초대한다. 나를 괴롭히지 않는 글쓰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글쓰기,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쓸모 있는 글쓰기인 '앎과 쓺'이다. 이 책을 통해 진짜 나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보자.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글로 '나'를 밝히는 시간', 2부 '생각보다 엉성한 '나'', 3부 '앎에 대하여', 4부 '알아차림 글쓰기', 5부 '치유 혹은 변화'로 나뉜다. '내'가 저절로 사라지는 시간,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내'안의 수많은 '나', 글을 쓰는 시간이 명상의 시간, 고통스런 글쓰기의 역설, 무엇에 대해 글을 쓸 것인가?,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우리는 왜 불안한 것일까?,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뇌가 일으키는 착각, 생각보다 엉성한 '나', 글로 '나'를 밝히기, '나'를 괴롭히지 않는 글쓰기,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리기, 화두명상과 알아차림 글쓰기, 에고가 독재자가 된 까닭은, 외부세계는 내부세계의 반영이다, 미경험의 활력, 글쓰기로 내면의 두려움을 치유하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진지하게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냈다. 한때는 글 쓰는 것이 명상에 가까워야 한다는 생각에 꽤나 진지하게 접근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되도록 가볍게 부담 없이 접근하고 있고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둘 다 필요한 것이고, 둘 다 잊지 말아야 할 글쓰기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글을 쓰는 시간이 명상의 시간'이라는 마음을 잊고 살고 있었으니, 이 책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명상 따로, 글쓰기 따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를 한데 그러모으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명상 체험을 통해 글쓰기를 이야기한다. 저자의 경험담 또한 글을 더욱 풍성하게 다가오도록 한다. 그런 경험이 있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구나, 무언가 하나씩 간접 체험을 통해 얻어 가는 시간을 보낸다.

그날 이후 '나'는 의도적으로 글쓰기에 대해 경건하고 고요한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명상은 꼭 가부좌 자세를 하지 않아도, 가부좌자세를 하고 허리를 곧게 펴고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펼쳐 무릎 위에 놓은 채 호흡에 집중하지 않아도, 글을 쓸 때도 되는 것이었다. (39쪽)

그날이 그날이어서 쓸 게 없다고 생각하던 마음도 이 책을 읽으며 달리 바라보게 되었다.

순간순간 에고로부터 살짝 떨어져 나와 주의를 기울여보면, 이 세상은 쓸 거리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환승역 플랫폼에 다가가는 순간 운 좋게 막 도착하는 전철, 먼저 가라고 양보하는 낯선 이의 작은 친절, 유모차에서 빤히 '나'를 쳐다보는 아기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 걸음걸이를 따라 높낮이가 달라지는 풀벌레들의 소리, 식욕을 자극하는 고기 굽는 냄새, 길고양이의 태평한 낮잠. 그런 것들을 보고 스마트폰에 메모를 해둔다면 명상하는 글쓰기의 쓸거리를 포착한 셈이다. (59쪽)

특히 '알아차림의 글쓰기'는 앞으로도 유용하게 활용할 듯하다. 명상이라는 것에 접근하기 부담스럽다고 해도 그냥 알아차림 정도는 쉽게 바로바로 적용해볼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며 초보부터 어려운 것까지 명상과 연관지어 글쓰기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상생활에서 외부세계와 내부세계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알아차림을 하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알아차리는 순간, 외부세계의 사건에 휘둘리는 무기력한 주인공으로부터 내부의 의식세계로 돌아온다. 알아차림 글쓰기를 생활화한다면 외부 세계의 사건에 휩쓸려 다니는 '나'를 멈출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부세계에 머물면 글이 좋아진다. (186쪽)



수많은 글쓰기 책과 달리 이 책만의 차별점을 생각해 보자면 글쓰기를 명상과 접목했다는 점이다. 명상에 대해 생소하거나 시큰둥하더라도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이 책을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 생각을 벗어나서 글쓰기에 제법 도움이 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라는 목적이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치유에 도움이 되고 말이다. 독특하고 특별한 글쓰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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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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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실을 외면하지 않도록 격려해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건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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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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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이다. 김누리 교수의 정치사회 비평을 담은 책이다. 김누리 교수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131회와 132회, 2회에 걸쳐 강연을 했고, 강연을 재구성해 쓴 강연록이 베스트셀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이다. 책에서는 방송에 나온 분량 말고도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까지 알차게 담고 있어서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만나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왜 우리는 사회적 지옥을 향해 가고 있는가

환멸의 시대를 넘어, 이제 거대한 전환을 감행하자! (책 띠지 중에서)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궁금해서 김누리 교수 정치사회 비평을 담은 이 책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누리.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세 차례 강의와 '2020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뿌리 깊은 '한국형 불행'의 근원을 제시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2013년에서 2020년까지 《한겨레》에 쓴 칼럼을 모은 책이다. 이 칼럼집은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는 7년의 기간, 그러니까 국정농단과 촛불혁명, 대통령 탄핵과 신정부 출범,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이 기간은 한국 현대사의 온갖 모순의 근원인 박정희 시대가 남긴 마지막 악취에 떨쳐 일어선 분노의 시간이었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리라 믿었던 희망의 시간이었으며, 그 희망의 하릴없는 붕괴를 목도한 환멸의 시간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분노의 바다를 넘고 희망의 강을 건너 마침내 환멸의 땅에 도달한 21세기 초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탐험기이다. (6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환멸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와 프롤로그 '포스트 코로나, 무너지는 세계 앞에서'로 시작되며, 1장 '거대한 기만에 갇힌 대한민국', 2장 '앞으로 가려고 뒤를 본다', 3장 '우울한 아이의 나라에 미래는 없다', 4장 '짓밟힌 '지성의 전당'', 5장 '차악들의 일그러진 정치', 6장 '평화공동체를 향한 담대한 전환'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라이피즘, 자본주의를 넘어 삶으로'로 마무리된다.

서문의 시작은 볼프 비어만의 한 마디 말로 시작된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하지만 서문의 마지막에 말하기를, 볼프 비어만의 이 말에는 한마디가 더 붙어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온전히 옮기는 것으로 서문을 마치는데, 거기에서부터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를 건네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_볼프 비어만

안 그래도 요즘 정치를 보면 엄청 피로하다. 관심을 가지고 보기에도 민망한 별의별 시시콜콜한 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다. 이게 뭔가 싶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예전의 어느 순간과 겹쳐진다. 그래서 지긋지긋하다며 정치를 외면하다가 어땠는가 말이다. 나는 길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조차 모르고 있던 순간, 이 책이 내 마음을 다잡도록 도움의 손길을 건넨 것이다.

쉬이 희망을 말하지 않되 가벼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 유토피아와 멜랑콜리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 - 이것이 이 환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윤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9쪽)




이 책은 《한겨레》에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재되었던 <세상읽기> 칼럼과 기고문을 엮은 것이다. 각 글의 말미에 게재 일자를 표시하였으니 짤막한 칼럼을 읽는 느낌으로 부담 없이 짧은 호흡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따로 신문을 찾아보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니, 그런 번거로움 없이 이렇게 엮어서 책으로 출간한 것이 반갑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지나온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짚어본다. 그때 이런 일이 있었지, 이다음에는 왜 아무런 시도가 없었을까 등등 각각의 이야기에 반응하며 읽어나갔다.

지금이 2021년이어서 신문 칼럼이라고 생각하니 2013년은 아주 예전 것이라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날짜를 언급해 주니 시기를 감안하여 읽어나갈 수 있어서 이 또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고찰해 보는 입장에 서게 해주니 말이다.




나는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라이피즘(lifism)을 제안한다. 라이피즘은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안티라이프(anti-life) 체제라는 데 주목한다. 즉, 라이피즘이란 자본주의가 개인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삶(life)을 파괴하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생존(life)을 파괴하며, 생태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생명(life)을 파괴하는 체제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인간을 소외하고 사회를 와해시키며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일련의 사상적·실천적 활동을 뜻한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의 삶과 생존과 생명을 존중하고, 그 바탕이자 전제인 생태를 중시하는 사람을 라이피스트(lifist)라고 할 수 있다. 라이피스트는 인간, 사회,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이다. (316~317쪽)

길을 잃은 듯했다. 온갖 모순을 외면하며 애써 긍정적인 면만 보려고 해도 사실 도움이 되지는 않으니 말이다. 답답한 현실을 왜 답답한 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현실을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을 규정해 주며 조목조목 짚어주는 느낌이랄까. 언제까지 내 마음은 정치를 외면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이런 책이 현실을 인지하게 해주며 나를 잡아끌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를 들여다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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