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정호승 지음 / 시공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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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시인 정호승의 우화소설 『산산조각』이다. 이 책의 띠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더 아름답게 피어나라고 바람이 몰아치는 거란다"라고 말이다. 무언가 마음이 찡했다. 사는 게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글로 위로받는 것이 이런 거라며 이미 마음을 활짝 열고 이 책을 읽어나가기로 했다.

이 책은 그냥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다. 내가 예전부터, 그러니까 책과 그다지 가깝게 지내지 않던 시절에도 우화 읽는 것은 좋아했기 때문에, 우화소설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컸다.

게다가 정호승 시인의 글 아닌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이 책은 그냥 우선순위 0순위로 읽어나갔다. 받아들자마자 그 자리에서 한달음에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정호승.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그 가치를 통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우화의 방법으로 성찰해본 것이다. 가치 없는 존재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를 어떻게 발견하고 어떠한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에 있다. 이 우화소설의 주인공 룸비니 부처님, 주머니 달린 수의, 성체가 된 한 알의 밀, 성철 스님 다비에 쓰인 참나무, 해우소 받침돌이 된 바윗돌, 총 맞은 하동 송림 소나무, 김수환 추기경의 손, 네모난 수박, 걸레, 숫돌 등은 각자 나름대로 가치있는 삶을 산 존재들이다. 희생과 인내라는 가치를 통해 사랑의 삶을 완성한 거룩한 존재들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내 존재의 가치를 찾아 그 가치에 순명함으로써 뜻 깊은 인생을 완성하시길 기도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은 어떤 수의, 룸비니 부처님, 참나무 이야기 등이 나오는데, 이 제목들은 글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왜 '산산조각'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그 이야기는 「룸비니 부처님」에 나온다.

"힘을 내도 소용없어요. 하루하루 산산조각이 날 뿐이에요."

"허허…….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은 것이고,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되지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가." (47쪽)

그 이야기가 힘든 나에게도 걱정을 덜고 위로를 주며 마음속에 무언가 변화를 일으키는 듯했다.

해설에 보면 홍용희 문학평론가는 이 부분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기에서 "산산조각을 얻"는다는 말에 숨결이 멈춘다. 절망마저 긍정하라는 가르침이 아닌가. 산산조각을 받아들이면 산산조각의 또 다른 삶과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면 수많은 실의와 자포자기가 세상 속에 머물 곳이 없어지지 않겠는가. 백척간두 진일보의 선(禪)적 경지가 친숙한 일상의 화법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280쪽)



그의 우화소설에서는 수의, 참나무, 새, 바람, 동종, 플라타너스 등이 온갖 번민, 역경,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본래 모습과 가치를 찾고 실현해온 곡진한 서사들이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정호승은 섬세하고 순정한 눈길과 화법으로 삼라만상의 눈과 귀와 입을 깨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279쪽)

우화는 이야기 속에 진리를 감춰두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전해주는 메시지를 잘 가다듬어 마음에 담는 과정을 통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혼자 있는 고요한 시간에 펼쳐들어보면 좋겠다. 수의가, 참나무가, 룸비니 부처님이 책 밖으로 나와서 말을 건네줄 것이다. 어린 시절, 옛날이야기를 듣던 그 마음으로, 내 안의 나를 만나보며 근원의 내 마음으로 들어가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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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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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에게도 기분이 좋아지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그러는 데에는 어느 여름날의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덥지근한 날이었다. 조금만 걸으면 땀이 삐질삐질 흘러서 불쾌하던 때였다. 그날 나는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가야 했는데, 걸으면서 온갖 안 좋은 생각들이 나를 휘어잡아 괴로웠다. 이게 뭔가,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도대체 신은 있는 건가 등등.

하지만 그 생각들은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날씨와 환경 등 물리적인 영향이 마음까지도 지배한다는 것을 단단히 느낀 날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내가 어떤 것을 먹고 무엇을 하면 기분이 나아지는지 차곡차곡 생각을 모아두고 있다.

사이토 다카시는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하다고 했다. 나는 떡볶이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그렇게 하면 행복해진다는 절대적인 행복론을 구축해 놓으면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무언가 기분이 안 좋은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면, 일단 멈춤. 어쩌면 그 생각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멈추고, 환경을 바꾼다. 날씨 때문일 수도 있다. 습기가 많고 후덥지근하거나 너무 춥거나, 그런 것 모두 위험하다. 그리고 배가 고파도 안 좋으니 맛있는 것 먹고……. 나에게는 떡볶이와 크림수프가 힐링푸드다. 떡볶이로 스트레스를 확 날려주고 크림 수프로 보드랍게 감싸준다.

그리고 오늘 하나 더 추가한다. 바로 《기분 좋아지는 책》이다. 이 책은 일단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기대감을 끌어올려 주고 기분을 좋게 해준다. 그리고 내 안의 거대한 걱정과 함께하는 솔직하고 기발한 이야기라고 하니, 이 책을 보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아도 좋겠다.



이 책의 저자는 워리 라인스. 유럽과 미국, 호주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성별, 인종, 나이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심플한 라인과 채색으로 그려낸 통찰력 있는 그림으로 80만 팔로워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 김은주 작가와 콜라보한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가 있다. (책날개 발췌)

늘 함께하는 걱정과 불안

불쑥불쑥 찾아오는 절망과 좌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이 소중한 건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희망이 있으니까 (책 뒤표지 중에서)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다. 파란 인간 '걱정이'가 나타나서 온갖 딴지를 걸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내 안에 '희망이'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걱정이'가 방방 뜨는 나를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다잡아주기도 하니,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책장에 꽂아두고 여러 번 꺼내 보아도 좋겠다. 펼쳐들 때마다 와닿는 그림이 다르다. 심플한 라인으로 쓱쓱 그려낸 단순함이 꾸밈없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펼쳐들고 스르륵 넘기다 보면 문득 내 마음이 보이거나 내 감정을 알아주고 어루만져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 맘속의 나를 보는 듯해서 때로는 뜨끔하고, 문득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도 든다. 다양한 감정이 샘솟는다.



이렇게 단순한 라인으로 대사도 별로 없으면서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그림을 그려내다니! 정말 신기하다. 그리고 가끔 파란 인간 '걱정이'가 나타나 초를 쳐주는데, 그래서 손발이 오그라들지만은 않으며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글과 그림도 복잡하면 읽을 여력이 없다. 하지만 제목 자체에서 오는 기대감과 함께 단순한 라인과 색상으로 눈앞의 복잡함을 가라앉혀주면, 사는 거 뭐 별건가, 인생 뭐 있나, 생각되면서, 걱정의 크기가 확 줄어들면서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걱정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걱정을 잠재울 방법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이 워리 라인스의 유쾌한 응원으로 기분을 좋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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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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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이야기꾼 김탁환 소설가는 일기도 남다르다. 일기마저도 빠져들어 읽게 하는 특별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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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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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탁환 에세이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이다. 말 그대로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일기라는 형식으로 펼쳐 보여주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박하고 재미있는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책표지 중에서)

'제철 마음을 먹을 것'

이 말이 예뻐서 자꾸 읊조리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지금껏 나는 제철 채소와 과일조차 챙겨먹지 않으며 살고 있었는데, 특히 제철 마음을 먹는 것은 더더욱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봄이 오니 먹을 것이 지천이다. 민들레에 씀바귀까지 캐서 그냥 먹었다. 쓰지 않고 달다.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먹거리를 알고 찾듯, 그해에 그 철에 그날에 맞는 마음을 살피는 일이 귀하다. 세상의 기미와 함께 내가 끌리는 대상에게 어린아이처럼 다가가는 마음. 수단이 아니라 목적인 마음. (7쪽)

이 글은 본문을 읽어나가다가 11월 3일에 '제철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또다시 만났다.

11월의 메타세쿼이아가 내게 묻는 듯하다. 마음의 빛깔이 달라졌냐고.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346쪽)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마음을 휘적휘적 휘저어서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멋진 마음, 아름다운 마음, 예쁜 마음… 또 무엇으로 표현할까. 수식어에 한계를 느끼지만 이런 내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아야겠다.



이 책의 저자는 김탁환. 군항 진해에서 태어났다. 마산과 창원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시를 습작하다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다.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와 전설과 민담 그리고 고전소설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첫 역사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역사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를 시작했고, 『나, 황진이』 『리심』 등을 완성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끝으로, 2009년 여름 대학을 떠났다.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쓰며 판소리에 매혹되었고, 소리꾼 최용석와 '창작집단 싸목싸목'을 결성하였다. 지금까지 30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과 3편의 장편동화를 냈으며, 다수의 에세이와 논픽션도 출간했다. (책날개 중에서)



소설가 김탁환은 말한다. 삶이 바뀌지 않고는 글도 바뀌지 않는다며, 익숙한 글감을 쓰면서 늙어가지 말고, 좋아하며 알고 싶은 세계로 삶을 옮긴 것이라고 한다.

2021년 1월 1일, 집필실 '달문의 마음'을 곡성군 곡성읍 섬진강로 2584로 옮긴 뒤 더 많은 걸 상상하게 되었다. 상상을 문장으로 옮기는 것이 내 업이니, 그것은 그것대로 해나가겠지만, 상상을 또 다른 것으로 바꾸는 일도 섬진강 들녘에서 계속 시도할까 싶다. 장르를 따진다면 모험담이겠다. (405쪽)

태어나서 처음으로 파종부터 탈곡까지 논농사를 지었고, 텃밭과 정원을 가꾸며 지냈다. 초보 농사꾼이자 초보 책방지기, 초보 마을소설가로 보낸 시간의 단상을 일기를 통해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도시에 살지만 소설가 김탁환처럼 이렇게 농사도 짓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도시인의 로망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쩌면 소설가 김탁환이기에 풀어낼 수 있는 글이기도 하고, 그의 글을 통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이제야 깨닫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에는 그의 글이기에 느껴지는 특별함이 있다.

정원에 꽃 심은 이야기나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 등등 읽어나가다가 쿡쿡 웃기도 하고, 그 장면을 상상해보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읽어나가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일단 펼쳐들어 읽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고 장면 하나하나가 그림을 그리듯이 떠올랐다.

읽어나가다 보면 문득 마음을 탁 치고 들어오는 글이 있다. 그런 글 중에 '물살이'라는 글도 인상적이었다.

하늘을 오가는 새들을 보며 '새고기가 난다'고 적는 이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강이나 바다를 들여다보고 '물고기가 헤엄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물고기를 '물살이'로 바꿔 부르자고 내게 처음 제안한 이는 김한민 작가다. 그 제안은 나를 엉뚱한 상상으로 이끌었다. 인류가 육상에 살지 않고 강이든 바다든 수중생활을 한다면, '물고기'란 이름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대신 육상 생물들을 통칭하여 '육지고기' 혹은 '땅고기'라고 불렀을지도 모른다. 수중생물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단체행동과 함께 사생활도 즐기지만, 땅고기들은 수십 마리의 들소든 수백 마리의 갈매기든 외모도 똑같고 개성 따윈 있지도 않다면서! 용궁에 모여 이런 주장을 펼치는 장면을 판소리로 만들어볼까. (171쪽)



초보 농부이자 초보 마을소설가 김탁환이

글과 생명이 태어나는 곳,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느리지만 성실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하루하루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끝까지 알뜰하게 읽었다. 김탁환 소설가가 생각하는 꿈과 미래지향적인 그림이 성실하고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특히 자연 생태계를 지키려고 하는 그 마음이 가슴을 울린다.

특히 다른 사람의 일기를 볼 때는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궁금해서 더 보고 싶은 것과, 다른 하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남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책은 궁금해서 더 보고 싶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이렇게 궁금하게 만드는 것도 소설가 김탁환의 필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번에 들려줄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타고난 이야기꾼의 다음 이야기도 또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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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위한 변론 -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하여
니콜렛 한 니먼 지음, 이재경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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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이라는 면에서 보면 다들 똑같지만, 상세히 보면 제각각 다양하게 나뉜다. 마찬가지로 하루 세끼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다들 엇비슷하지만, 무엇을 먹고 사는지에 대해 짚어보면 다양하게 나뉜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그동안 접해왔던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하여' 짚어본다는 것이 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이 책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책날개에 발췌된 본문 내용을 보고 나서였다.

"내 연구는 소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라는 혐의가 본질을 흐리는 그릇된 주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주장은 과장됐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 소와 소고기 때리기는 우리가 정말로 집중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동인을 밝히고 그 동인을 막기 위해 쏟아야 할 에너지와 관심을 엉뚱한 데로 돌린다. (…) 가축의 진정한 역할을 이해하려면 일단 자극적 슬로건과 미끼 링크를 넘어서야 한다. 가축과 기후의 진실은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다." _본문 중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니콜렛 한 니먼. 환경보호단체 워터키퍼 얼라이언스의 수석변호사로 일했으며, 가축의 공장식 사육을 혁파하기 위한 캠페인을 주도했다. 최근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과 가축 복지 향상의 옹호자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책날개 발췌)

첫 지구의 날 이후 수십 년이 흘렀다. 환경운동가와 동물의 식용사육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 목축과 소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여전하다. 지구온난화 우려가 이 문제에 새로이 기름을 부으면서 소고기 논쟁은 주류 담론과 정쟁에 편입됐다. 30년 넘게 채식을 고수한 이력이 있는 평생의 환경운동가로서 나는 그들의 비판에 누구보다 친숙하다. 하지만 그 비판에 대한 믿을 만한 대응은 별로 보지 못했다. 특히 당사자인 소고기산업의 대응이 가장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제 나는 엄마로서, 소를 기르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어느 때보다 우리 행성의 건강 회복에 열심인 사람으로서 성실과 열정을 다해 그 비판들에 대답할 필요를 느낀다. 이 책이 나의 대답, 소고기를 위한 나의 변론이다. (서문 8~9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소와 지구', 2부 '소고기와 사람', 3부 '현실 그리고 미래'로 이어진다. 1장 '기후변화와 소, 허구와 진실 사이', 2장 '풀, 소를 먹이고 지구생태계를 살린다', 3장 '물, 오염과 부족은 소 탓이 아니다', 4장 '생물다양성, 방목의 재발견', 5장 '흙, 목축으로 사막화 늦추기', 6장 '자연이 사람의 미래다', 7장 '소고기는 어쩌다 건강의 적이 되었나', 8장 '우리는 왜 소고기에 끌리는가', 9장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 10장 '윤리적 잡식주의자를 위하여'로 나뉜다.



저자는 '여러분의 의심을 비난하지 않는다. 아직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방금 내가 한 말은 여러분이 오랫동안 다양한 출처에서 숱하게 들었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될 테니까.'라며 우리가 믿지 못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그동안 근거 없는 신화로 상식처럼 알고 있던 사실들에 정반대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은 소와 소고기에 대한 변론인 동시에 현대 농업과 현대 식습관의 폐해에 대한 고발이다. 여러분이 소고기 비판자이든 옹호자이든 지금부터 시작하는 여정을 함께했으면 한다. 이 여정에서 동의하는 부분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생길 것이다. 출발선에서 여러분의 관점이 무엇이었든, 끝날 때에는 새롭고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기를 바란다. (19쪽)

나는 그동안 취향에 따라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해왔고 다른 이들의 식사 취향을 터치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몰아가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 같은 것 말이다.

"어떤 것이 기후변화에 더 나쁜가? 햄버거를 먹는 것? 아니면 사륜구동 대형 차량을 모는 것?" 그런 기사들은 으레 햄버거가 더 나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환경을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소고기를 끊는 것이 더 좋다는 제언으로 끝을 맺는다. (24쪽)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으로 몰아가기 식의 기사나 책 속의 글은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 극단적으로 상식처럼 몰아갔던 것들을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상식인 줄 알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을 못하고 살아왔지만, 이번 기회에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짚어본다.



그러고 보면 채식 육식 논쟁은 일부러 극과 극으로 싸움을 붙이는 경향이 있다. 매 끼니를 육식을 하며 지내거나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우리 대부분은 적당히 가끔씩 챙겨먹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특히 저자는 <가축은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에 필수적이다>라는 글을 썼는데, 그 글에서 육류를 둘러싼 지금의 논쟁은 필요한 논조와 진실성이 결여됐다고 꼬집었다.

현재의 육식 논쟁은 양극화와 과잉 일반화가 특징이며, 한편에는 완강하게 방어적인 애그리비즈니스를, 다른 한편에는 억지스럽고 공격적인 채식운동가들을 출전시켜 싸움을 붙이는 양상이었다. 나는 "일부 비건의 맹렬한 육류 반대론은 20세기 초 금주론자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그들 중 일부는 심지어 사과나무가 사과술의 원료라는 이유로 사과나무를 도끼로 공격했다. 그때의 금주론처럼 지금의 육류 반대론도 극단주의로 치닫는다." 나는 진짜 문제는 가축사육이 아니라 공장식사육이라고 강조했다. 축산의 산업화가 비건과 채식주의자를 넘어 미국 대중 사이에 육류산업에 대한 환멸을 낳았고, 그 환멸이 점점 더 폭넓게 퍼지고 있다. (377쪽)



"니먼은 해묵은 반反 소고기 속설들을 하나하나 깨부순다. 고기 소비가 세계의 기아를 야기한다? 천만에. 가축은 작물 재배가 어려운 지역에 사는 사람이 대부분인 전 세계 10억 빈민에게 중요한 식량이자 환금수단이 된다. 축산이 삼림을 파괴한다? 숲이 개간되는 주요 이유는 콩 재배이며 거기서 나는 콩이 소 사료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적색육과 동물성지방이 심혈관질환의 원인이다? 그런 오해를 퍼뜨린 1953년 키스의 연구는 정작 둘 사이의 어떠한 인과관계도 보여주지 못했고, 대중을 진정한 유해식품인 트랜스지방과 첨가당의 치명적 손아귀에 밀어 넣었을 뿐이다. 지나친 방목이 미국 서부를 망쳤다? 그렇지 않다. 서부를 망친 것은 부적절한 방목과 심지어 방목 부족이었다. 저자의 의도는 우리 마음을 돌리는 데 있지 않다. 세계를 구하는 데 있다."

《LA타임스》

'소 사육을 멈추고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 기후문제가 괜찮아질까? 진짜 문제는 사육 방식에 있는데?'

이 책에서는 질문을 던진다. 그 부분에 대해 누군가가 제대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랐는데, 저자가 그 생각을 충족시켜주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주로 극단적인 위치에서 서로를 비방하던 책들을 읽어와서 그런지, 이 책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소고기를 위한 변론이라는 제목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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