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
이묵돌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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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감에 관해 이야기한다. 영감에 대해서는 일반인으로서 로망이 있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빠져들게 된다. 언급해 보자면, 예술가들은 "오, 나 영감 받았어"라면서 갑자기 일필휘지로 작품을 뚝딱 만들어내고 그러는 장면은 천재 예술가라면 능히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해도 적어도 천재 예술가라면 그런 식으로 뚝딱 뚝딱 길이 남을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 같은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내게 있어 영감이란 번개처럼 '쾅'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것이 아니라 -이건 상상해보면 좀 아프다- 스웨터를 입고 벗을 때 나오는 전기 따위로 전지를 충전하는 일에 가깝다. 언젠가 하루키가 언급했듯 '서랍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 꺼내쓰는 것'이다. 더구나 언제 어디서 받은 영감이 어떤 글에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는, 그 시점에서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짧게는 몇 주나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지난 뒤에야 '그러고 보니 그땐 그랬군' 하고 문뜩 떠오를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부류의 영감들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해서, 내가 느낀 영감 비스무리한 것들을 글로 정리해봐도 꽤 재미있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10~11쪽)

이 책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를 읽으며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함을 엇비슷한 눈높이로 마주하는 법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묵돌. 이씨 성은 본관이 영천인 어머니의 성을, 묵돌은 흉노족 족장의 이름을 땄다. 굳이 그 의미를 찾아보자면 몽골말로 '용기 있는 자' 정도가 된다. 다수의 소설, 시집, 수필집 등을 썼다. (책날개 발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 보고 기억하는 것들, 더 잘 알고 싶은 것 -에 대해 조금씩 기록해놓을 작정으로 짧은 글을 정리해 올리기 시작했고, 흥미로운 인물 23인을 테마로 삼아 기묘한 기전체 스타일의 책을 내게 된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이곳에 수록된 글들의 원제목은 《영원에 관하여》였다. 여기서 '영원'이란 영감의 원천을 두 글자로 줄인 것이고, 뭇 수완 없는 예술가들의 명목상 통장 잔고이며, 그 대가로 말미암은 창작의 수명이다. (13쪽)

이 책에는 도스토옙스키, 쳇 베이커, 미켈란 젤로, 윤동주, 스탠리 큐브릭, 스콧 피츠제럴드, 마일스 데이비스, 서머싯 몸, 오타니 쇼페이, 카라바조, 렘브란트, 클로드 모네, 어니스트 헤밍웨이, 빌 에반스, 마틴 스콜세지, 무라카미 하루키, 데이브 샤펠, 제인 오스틴, 토리야마 아키라, 프리다 칼로, 에밀 졸라, 존 레논, 이창호 등 총 23인이 소개된다.




이 책은 특이하다. 주변에 그런 지인 하나쯤 떠오를 것이다. 술 마신 것도 아니고 물만 마시면서도 거침없이 이야기를 해나가는 그런 사람 말이다. 추임새처럼 들어가는 비속어 단어가 영 걸리기는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그런 말 다 빼고 바른말만 예의 갖추고 다소곳하게 한다면 그건 이미 그 사람이 아닌 듯한 느낌말이다.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도 비속어에 철컥 걸린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이 책을 통해 모르던 사실을 얼마나 많이 알게 되었냐, 핵심을 잘 짚어봐라, 등등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상하게도 꼰대가 되어버리는 느낌도 든다.

저자는 눈치 안 보고 거침없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펼쳐가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도 대단한데 그것을 글로 남기다니 엄청 당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는 그 말투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 책이다. 그리고 그렇게 읽다 보니 진솔하게 속을 확 털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들이 얼마나 남다르게 특출난 인물이었는지 올려다보기보다, 엇비슷한 눈높이에서 인사하는 것이 즐거운 일임을, 나는 배웠다. 그제나 이제나 험하기 짝이 없는 세상이다. 그들과 나는 함께 교무실에 끌려가는 느낌으로, 담뱃값이 아까워 꽁초를 찾는 기분으로,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가 하루 만에 관둬버린 자괴감 같은 것으로도 연결될 수 있었다. 내 이런 시도가 우리 세대에게 자그마한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같이 안 쓰니만 못한 문장은 접어두기로 하고, 제각기 염병할 삶으로 돌아갈 때는 책 한 권 결제에 아까워하지 않는 쿨한 독자가 되어 있기를 희망해본다. (310쪽)

말이 짧다? 왜 그런 단어를 쓰지? 왜 이렇게 비아냥거리지? 등등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이 책에 실린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에 주목해보자. 이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풀어놓을 작가가 흔치 않으리라 생각된다. 처음엔 '뭐지?'라는 느낌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하나하나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며 흥미롭게 끝까지 읽어나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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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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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이유를 이야기하기도 좀 민망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읽을까 말까 고민하기를 잠깐, 곧 절판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구매 버튼을 눌렀던 것이다.

때로는 이런 단순한 이유로 책을 읽더라도 괜찮다. 어떻게든 책과 만나는 건 엄청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소설을 일상에 끌어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안 그래도 바쁜 일상에 소설을 들이는 것은 큰맘 먹고 해야 할 일인 데다가,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을 만나면 그 후유증이 꽤 오래가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빠져나오기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내가 소설을 읽을 때에는 기대 없이 우연히 툭 펼쳐들었다가 마음에 훅 치고 들어오는 경우에 뿌듯하다. 이 책도 다행히 그랬다.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도박 이야기인가 하여 관심이 덜 갔는데, 막상 책장을 펼쳐 드니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통해 잘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 또는 조선인인 '자이니치'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고 생각에 잠긴다.

구상부터 탈고까지 장장 30년의 세월이 걸린 작가의 혼이 담긴 작품 《파친코》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나라 잃은 유랑의 후예로서 뼈아픈 학대를 무릅쓰고 피어난 처절한 망국민의 애처로운 역사 《파친코》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이민진. 한국계 1.5세대로서 제2의 제인 오스틴이라는 명성이 자자한 이민진은 유년 시절 가족 이민으로 뉴욕에 정착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함경남도 원산, 어머니는 부산 출신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화장품회사 영업사원으로 지내다가 새로운 삶을 찾아 1970년대 중반에 이민을 결행했다. '쥐가 나오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던' 가난한 기억을 잊지 못하는 이민진은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부모님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이런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으로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녀는 기업변호사로 일하며 한인 이민 사회의 성공 모델로 성장했다.

하지만 B형간염으로 건강이 나빠지면서 잘나가던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고교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던 글 쓰는 일을 시작했다.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이민진의 소설적 뿌리는 이민이라는 소재를 자양분으로 뻗어나간다. 막연한 호기심만 품고 있던 재일교포에 대해 직접 알게 된 계기는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만난 것이었다. 그녀의 남편이 도쿄의 금융회사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그녀는 일본에서 4년간 생활하게 되었고, 이 기간 동안 다양한 취재와 연구를 통해 소설 《파친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책날개 발췌)



고향은 이름이자 강력한 말이다.

마법사가 외우는, 혹은 영혼이 응답하는

가장 강력한 주문보다 더 강력한 말이다.

-찰스 디킨스

가장 먼저 고향 이야기가 나온다. 1910년부터 1949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산의 작은 섬, 영도라는 공간과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어떨지 궁금해하면서 읽어나간다.

이 책의 책날개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보면 본격적으로 작품의 내용에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소설 《파친코》는 내국인이면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처절한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구상부터 탈고까지 30년이 걸린, 작가 이민진의 혼이 담긴 이 대작은 그녀가 1989년 예일대 재학 시절 참석한 강의에서 느낀 분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하다 자살한 어느 일본 중학생의 이야기는 선천적인 이유로 상처 받아야 하는 이들에 대한 슬픔을 느끼게 했다.

이러한 분노와 슬픔에서 탄생한 소설 《파친코》는 단순한 도박 이야기가 아니라, 멸시받는 한 가족이 이민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투쟁적인 삶의 기록이며 유배와 차별에 관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부산 영도의 기형아 훈이, 그의 딸 선자,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그의 아들 솔로몬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일본에서 가혹한 차별과 가난을 견디면서 이방인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도전에 맞서 살아간다. 이들은 정체성에 관한 의문과 끊임없이 마주하면서 필사적인 투쟁과 힘겹게 얻은 승리를 통해 깊은 뿌리로 연결되어 하나가 된다. (책날개 중에서)



역사가 우릴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11쪽)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만만치 않은 현실이라 생각되며, 어쩌면 생각보다 더 처절하리라 여기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 시절의 삶을 눈앞에서 보듯이 읽어나간다. 굶주림과 차별에 맞서는 이들의 모습에서 안쓰럽고 먹먹해서 눈물을 글썽이며 읽어나갔다. 그들의 처절한 삶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소설은 나를 그 상황에 몰아넣고, 나라면 어떤 삶을 살아낼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적응해서 살자. 이만큼 간단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모든 애국자나 일본을 위해서 싸우는 재수 없는 조선인 개자식이나 다들 먹고 살려고 애쓰는 만 명의 동포 중 하나일 뿐이었다. 결국 굶주림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267쪽)

얼마나 현장감 있게 표현을 했는지 내가 그 시대를 살고 나온 것 같았다.



이 책은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힌다. 몰입도가 뛰어나다. 두 권짜리 두꺼운 소설이라고 해도 읽는 시간은 생각보다 적게 들 것이라고 계산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몰입하면서 이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일단 이 책은 소재 자체가 꼭 짚어보고 들여다볼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이어서 새로이 알아가는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2권까지 한달음에 달리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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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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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이다. 요즘 반려동물까지는 자신이 없어도, 반려식물은 들여놓고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그러니 책을 보아도 '식물'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어디 한번 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관심이 생길 때에 책도 더 쏙쏙 들어오는 법. 그러니 이 책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를 읽으며 초록이에게 어떻게 위로받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정재은. 운명처럼 만난 작은 집 덕분에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를 썼고,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깨우쳐주는 존재들 덕분에 또 한 권의 책을 쓰게 되었다. (책날개 발췌)

우리 집엔 두 개의 계절이 머물고 있습니다. 하나는 늘 푸른 초록의 계절이고, 하나는 꽃이 피고 지고 잎이 피고 지는 나무의 계절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날마다 두 계절을 오가며'를 시작으로, 1장 '변함없는 X 깊어지는, 겨울', 2장 '나아가는 X 피어나는, 봄', 3장 '더해가는 X 짙어지는, 여름', 4장 '지켜가는 X 비워내는, 가을', 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1도만큼의 여행'으로 마무리된다.

잠깐의 해를 흘려보내지 않는 까닭, 빈 화분에서 자라나는 새 시작들, 봄은 이렇게 온다, 오늘 핀 풀꽃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람, 식물을 가꾸듯 나를 가꾸는 하루, 살아남는 일에 지치지 않도록, 감정 가지치기, 어떠한 순간에도 잎들은 자라난다, 눈으로 가꾸는 일, 오늘'도'가 아니라 오늘'은', 여름의 끝에서 알게 된 것들, 사라지는 것들이 음악이 된다, 잎의 수를 세는 마음, 인생 그래프는 마치 무늬아이비 잎처럼, 남겨진 사람에서 남은 사람으로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저자의 전작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를 읽으며 남 얘기가 아닌 듯 느꼈던 기억이 난다. 서재에 대한 생각이나 옛 물건들에 대한 생각을 보며 비슷한 성향이라 생각했다. 불편하지 않음에도 부족하다 느끼는 건 마음이 다른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던 문장과 그 생각들에 소소한 일상을 인식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식물 이야기를 들고 왔으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초록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놓치지 않고 들려주어 '아, 그렇구나'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더 자라지도 새잎이 나지도 않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모르지 않다. 어떤 날은 어제 같기만 한 날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더 나빠지지 않음에 감사하는 날들이 있다. (17쪽)

이런 느낌의 책이 좋다. 식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식물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그런 것 말이다. 결국 우리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식물을 통해 계기를 마련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날을 견디는 데 한 줌의 햇살이면 충분하잖아.(17쪽)"라는 말처럼, 초록에게 하는 건지 자신에게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며 화분 하나쯤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같이 해를 쬐다가 잎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는 그 여유. 그런 시간이 힐링을 선사해주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식물 키우기 부분에서는 왕초보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이지만, 생각만큼은 깊어서 이 책만의 개성이 있다. 식물을 키우는 이야기와 함께 인생살이에 대해서도 생각에 잠긴다.

여름날 나무에게서는,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불필요한 물건은 물론,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침잠시키는 생각들, 굳이 떠올리거나 곱씹지 않아도 될 말, 그런 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같은 것 말이다. (140쪽)

문득 식물을 키운다는 것도 일종의 수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지치기는 무성함 대신 단단함을 선택한 결정이며, 맥시멈보다 미니멀이 삶의 균형을 이루기도, 자기다워지기도, 그래서 편안해지기도 쉬운 전략이란 사실을 나무는 일찍이 알려주고 있었던 셈(141쪽)이다.

직접 식물을 키우면 물론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그냥 에세이를 읽으면서라도 생각에 잠기고 식물에 위로받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하게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이어도, 사실 우리에게 같은 날은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다. 식물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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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어들 - 전설 신화 속 신비한 인어를 찾아서 고래동화마을 11
차율이 지음, 가지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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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하면 가장 먼저 서양의 인어가 떠오른다. 인어공주에 나온 그 인어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자면, 머리는 물고기 다리는 사람인 인어도 떠오르고, 『인문학 명강-동양고전』에서 들려주는 《산해경》에 나오는 인어 아저씨 이야기가 압권이다.

인어 공주가 아니라 인어 아저씨였다. 어여쁜 아가씨? 노우! 비정상적인 미인 인어공주와는 다른 현실적이고 생활력 강한 인어 아저씨였다.

"그는 바다 속에서 열심히 짠 비단을 육지로 팔러 다니는 부지런한 아저씨입니다. 비단을 다 팔면 머물렀던 여관집에 숙박비를 지불한 뒤 바다 속으로 돌아가는데, 숙박비를 낼 시간이 되면 여관집 주인에게 그릇을 하나 달라고 해 그릇 앞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면 그 눈물이 진주가 되어서 떨어집니다. 인어 아저씨는 진주로 숙박비를 지불한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이야기죠? ( 『인문학 명강-동양고전』 304쪽)

그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의 인어들』이라는 제목을 보고 무척이나 설렜다. 전설 설화 속 신비한 인어들은 어떤 모습일지 옛날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차율이.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도서관 사서다. 건국대 대학원 동화미디어 창작학과에서 동화 공부를 하였고, 2014 한국안데르센상, 제22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제1회 교보문고 전래동화부문 최우수상,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을 받았다.

이 책을 그린이는 가지. 한국과 동양의 전통문화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린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어우야담』 | 김빙령과 인어', 2장 '거문도 | 신지께가 된 은갈치', 3장 '도초도 | 인어를 구한 명씨', 4장 '부산 | 동백섬 인어 공주 황옥', 5장 '『해동역사』 | 고구려 여인 인어', 6장 '울산 | 춘도의 인어공주', 7장 '제주 | 굼둘애기물의 인어', 8장 '인천 | 장봉도 어부와 인어', 9장 '평양 | 비구니 낭간', 10장 '『자산어보』 | 인어도감'으로 나뉜다. 인어를 동경하는 작가의 말, 참고 문헌 및 출처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고향인 부산과 외할머니 댁인 삼천포 바닷가에서 많이 놀았던 탓인지 인어와 바다를 무척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니 대부분 '인어' 하면 서양의 인어 공주를 떠올리지만,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도 많은 인어 구전 설화, 전설, 민담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의 인어들은 하나같이 연약하고 착하며, 인간을 도와주거나 자신을 구해준 이에게 꼭 은혜를 갚는 보은담이 많았다는 것이다. 착한 마음씨의 인어들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이 책을 쓴 것이다.



이 책에 담긴 한국의 인어들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위한 전래동화이니 각각의 이야기는 길이가 짧은 편인데, 내심 더 길고 그림도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상상의 세계 속으로 푹 빠져들어보았다.

내가 알던 인어 이야기의 빈약함을 이 책을 읽으며 채워본다. 한복 입은 인어도 참 잘 어울리고, 각종 이야기들이 흥미를 자극하여 상상력을 키워보는 시간을 갖는다.



저자는 이 외에도 많은 시와 문헌들에 인어 목격담, 잡은 경험담처럼 짧은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한다.

정말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면 "감히 미천한 인간이 넓디넓은 바다의 깊은 속을 어찌 훤히 다 알 수 있겠느냐? 당장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닌 게야."(130쪽)라는 정약전의 한마디 말을 귀담아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인어 이야기가 다양하게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도 외국처럼 인어 동상이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부산 동백섬의 황옥 공주 인어상, 인천의 장봉도 인어상, 전라남도 거문도의 신지께 인어상 등이 있으니 아이들도 이 책 속의 이야기를 접하고, 인어 동상까지 가본다면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신나고 눈이 번쩍 뜨이는 전래동화집이다. 국내 첫 인어 전래동화집이니 한국의 인어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이제 더 이상 '인어' 하면 '인어 공주'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신기하고 다양한 인어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어서 아이 어른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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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버킷리스트 책 쓰기 첫 경험
석경아 지음, 강수현 그림 / 다독다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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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더 챙겨 읽다 보니 책을 쓰시는 분들이 더욱 대단해 보인다.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겠기에 더 그렇다. 특히 블로그 이웃분들도 출간 소식을 알려오는데, 블로그에서 댓글 주고받는 사이라서 그런지 아는 사람이 대단한 일을 했다는 반가움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책 쓰기는 재능이 아닌 의지라고 말이다. 소소한 글쓰기로 시작해 3권의 책 저자가 되었다고 하니, 저자가 말하는 책 쓰기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면서 이 책 《모두의 버킷리스트 책 쓰기 첫 경험》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석경아. 두 아이의 엄마이며 매일 일상을 글로 남겼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200일이 지난 후 책 출간이라는 꿈에 도전하여 성공적으로 출간했고, 출간의 전 과정을 이 책에 솔직하게 담아냈다.

책 쓰기와 관련된 책은 출판사 편집장부터 전업 작가가 쓴 것까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나까지 보탤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멈칫한 적도 있지만 겨우 두 권의 책을 쓴 초보 작가인 내가 《모두의 버킷리스트, 책 쓰기 첫 경험》을 쓴 이유는 분명하다. 책을 쓰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아직 그 첫 발을 떼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다. 책의 주제 선택, 출간기획서 작성, 원고 투고, 출판사 선정, 출간계약서 작성, 퇴고, 출간 후 홍보 방안 등을 철저하게 저자의 입장에서 기록했다. 이런 것까지 궁금해할까 싶을 정도로 세세한 내용까지 담은 이유는 이 모든 것이 첫 책을 쓸 때 나에게는 결코 사소해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이 사람도 했으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책 쓰기의 첫 발을 내딛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5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책, 나도 한번 써 볼까', 2부 '난생처음 원고 투고', 3부 '험난하고 험난한 퇴고의 길', 4부 '드디어 출간! 끝이 아닌 시작'으로 나뉜다.



저자는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이야기하니 주변에서 "네가 무슨 책이야."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괜찮았던 게, 사실 자신도 책을 쓰겠다고 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조금은 뜬금없다고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책 쓰기에 대한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춰주며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라면서 격려해 주는 느낌이다.

책 출간도 마찬가지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공모전에 등단한 작가의 화려한 데뷔 이야기보다 나와 같은 평범한 아줌마가 우여곡절 끝에 책을 낸 소박한 성공담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다. (18쪽)

무의 상태에서 하나씩 실제로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처음 책을 내겠다고 결심한 사람에게 길이 보일 것이다.



중간중간 담긴 그림도 어려운 과정을 쉽게 설명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막상 '책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다음 단계를 친절하게 짚어주고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또한 저자는 평범한 일상에서 글쓰기의 매력을 느끼고 책 쓰기까지 이어나갔다.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 스스로 해낸 책 쓰기를 돌아보며 책 쓰기에 관련된 정보를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있는 것이다.

무료하고 지긋지긋했던 일상을 글로 풀어 가기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나의 평범했던 일상에 생기가 돌아왔다. 글감을 찾기 위해 내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내 일상이 하나둘 특별해졌다. (45쪽)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일지라도 글쓰기와 책 쓰기를 통해 스스로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자신처럼 글쓰기에 이어 책 쓰기까지 도전해볼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책, 당신도 쓸 수 있다. 아무나가 아니라 누구나가 되어 보자.

반짝이는 나의 모습을 아직 꺼내지 못했을 뿐, 우리 모두는 이미 특별한 사람이다. (43쪽)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쓸 수는 없다"라는 문장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언급한다. 하지만 마음먹고 책 쓰기를 한다면 아무나가 아니라 누구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책 쓰기의 장벽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면 일단 이 책으로 진입 장벽을 낮춰보는 것도 좋겠다. 일단 자신감을 얻고 어떻게 해볼지 길을 안내해 주니 말이다.

실제 우왕좌왕하며 첫 책을 내고 내친김에 두 번째 책까지 내본 저자가 처음 책을 내고자 막연히 생각만 하는 사람의 손을 확 잡아서 자신의 노하우를 들려주는 책이다.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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