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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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故 이어령 선생님의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그래서 더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 이 책은 어머니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어머니는 내 환상의 도서관이었으며

내 최초의 시요 드라마였으며

내 끝나지 않는 길고 긴 이야기책이었다. (책 속에서)

알고 보니 이 책은 2010년에 출간된 책이 재출간되어 나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당시에는 내가 독서에 별다른 뜻이 없었기에 이 책이 나온 것도 모르고 있었나 보다.

어떻든 간에 책과 나의 만남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책을 펼쳐들 때 비로소 성사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이어령 선생님은 내 마음속에 살아계신 듯했다.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간다.

역시 시대의 지성,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이 나의 어머니이다. 그것은 비유로서의 책이 아니다. 실제로 활자가 찍히고 손에 들어 펴볼 수도 있고 읽고 나면 책꽂이에 꽂아둘 수도 있는 그런 책이다. 나는 글자를 알기 전에 먼저 책을 알았다. 어머니는 내가 잠들기 전 늘 머리맡에서 책을 읽고 계셨고 어느 책들은 소리 내어 읽어주시기도 했다. 특히 감기에 걸려 신열이 높아지는 그런 시간에 어머니는 소설책을 읽어주신다.

『암굴왕』, 『무쇠탈』, 『장발장』, 그리고 이제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는 아련한 한약 냄새 속에서 들었다. 겨울에는 지붕 위를 지나가는 밤바람 소리를 들으며 여름에는 장맛비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머니의 하얀 손과 하얀 책의 세계를 방문한다. (19~20쪽)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에는 늘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서 들춰보는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데에는 이어령 선생님 어머니의 역할이 컸던 것이다. 덕분에 나도 그 이야기책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나에게는 언제나 어머니의 손에 들려 있던 책 한 권이 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담긴 근원적인 그 책 한 권이 나를 따라다닌다. 그 환상의 책은 60년 동안에 수천수만의 책이 되었고 그 목소리는 나에게 수십 권의 글을 쓰게 했다.

빈약할망정 내가 매일 퍼내 쓸 수 있는 상상력의 우물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자음과 모음을 갈라내 그 무게와 빛을 식별할 줄 아는 언어의 저울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어머니 목소리로서의 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머니는 내 환상의 도서관이었으며 최초의 시요 드라마였으며 끝나지 않는 길고 긴 이야기책이었다. (21쪽)



이 책에는 이어령 선생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어린 시절의 회상이 이어진다.

이어령 선생님은 머리말에서 밝히지만, 그동안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만났지만 개인의 신변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사적 체험이면서도 보편적 우주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적나라하게 회상하며 적어낸 책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 가장 사적인 고백이다.

비록 사적인 고백이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독자는 각자의 어린 시절과 그 시절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접점을 찾고자 할 것이다. 그렇게 독서의 지평을 넓혀간다.



인상적인 이야기 중 하나는 「땅파기」.

어린 시절, 미칠 것처럼 심심해서 혼자 쇠꼬챙이를 들고 뒷마당을 후비고 다녔던 생각이 난다고 한다. 물론 거기까지는 그냥 어린아이의 흔한 일상이라고 생각된다면, 그에 대한 해석이 인상적이다.

쇠꼬챙이를 들고 흙 속에 묻혀 있던 것을 뒤지던 그 날이야말로 내 마음속에 처음으로 '정신의 지질학'이 눈을 뜨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217쪽)

또한 책 읽기는 어렸을 때의 땅파기와 동일한 것이었고, 대학에 들어가고 비평에 눈을 뜨는 순간에도 도서관에서 땅파기를 이어간 것이다. 여기서 땅파기는 모든 문학적 동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땅속에 묻혀 있다. 비평의 위대함은 바로, 그 불가시적인, 그리고 숨겨진 구조를 파내는 곡괭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은유의 문장을 좋아하는 것도 그것의 의미가 항상 문장의 심층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222쪽)



어린 나와 어머니,

내 문학의 깊은 우물물이 되었던 그 기억들에 대하여 (책 뒤표지 중에서)

작가와 그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은 따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나 보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는데, 이어령 선생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이 책을 읽고 비로소 하나씩 알아가는 듯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어령 선생님의 사적 고백을 통해 보다 친밀하고 생생하게 만난 듯한 느낌이 든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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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지는 이상한 책 - 1일 1분! 두뇌 활동을 200% 자극하는 초간단 집중력 훈련
요시노 구니아키 지음, 김소영 옮김 / 북라이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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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를 보며 '나를 위한 책이군' 생각했다.

사소한 알람에도 흔들리고 부서지는

유리 집중력을 위한 28일 프로젝트! (책 띠지 중에서)

소리를 꺼두자니 꼭 받아야 할 전화를 못 받아서 안되겠고, 소리를 켜두자니 온갖 스팸에 시달리며 당최 집중할 수가 없으니 이를 어쩔꼬.

그러니 '보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지는 이상한 책'이라면 어디 한번 보자는 심산으로 들여다볼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1일 1분! 두뇌 활동을 200% 자극하는 초간단 집중력 훈련을 알려준다.

특히 1,082명 중 96% 효과를 본 MIT 뇌과학 연구 바탕의 기억법이라고 하니, 어떤 책인지 궁금하여 이 책 《보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지는 이상한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요시노 구니아키. 시험 전문 기억법 강사이자 뇌력 개발 연구가. '기억법의 구세주'라고도 불린다.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한 사람이라도 더', '쉽고 재미난 기억법을 전수하자'라는 모토로 활동 중이다. (책날개 발췌)

《보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지는 이상한 책》은 공부나 시험, 디지털 치매 등 집중력과 기억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MIT 뇌과학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16분할 사진' 두뇌 향상법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효과가 좋았던 사진들만 모아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4주 트레이닝 구성으로 정리했다. 실제로 이 책의 방법대로 훈련한 뒤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되었다는 수천 건의 후기가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에서는 16분할 사진 두뇌향상법을 말한다. 처음에는 미심쩍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거 가지고 된다고?'라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뿐만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건망증이 생기는 진짜 원인은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억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이다.

예컨대, 집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렸다면 열쇠를 둔 장소가 생각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열쇠를 둔 그 순간 자신의 행동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억조차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억력이란 '행동에 대한 집중력'인 셈이지요. (12쪽)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기에 16분할 사진을 보는 것은 분할된 한 장의 사진 정보를 한 칸씩 한정해서 보면서 '행동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는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먼저 '몸풀기 예제'가 주어진다. 사진을 30초 동안 보고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질문에 답해보라는 것이다.

사진을 30초 동안 바라보며 예상 질문도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다음 페이지를 넘겼는데, 구체적인 질문을 접하고 보니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집중력 부족이다.

자신감이 와장창 깨지고 나서야 이 책에서 말하는 초간단 집중력 훈련을 매일 조금씩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는 그냥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루 한 장씩 딱 1분만 하면 된다는 것인데 못할 건 또 뭐가 있겠는가.

특히 요즘처럼 산만한 때에는 집중력은 결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며 트레이닝을 해야겠다는 마음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상만사,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만,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일단 시도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얇고 부담 없는 책이면서 분량도 하루 한 장이니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집중력을 키워보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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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한국 기업에 거버넌스의 기본을 묻다 서가명강 시리즈 23
이관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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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가명강 23권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이다.

서가명강은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인데,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유익하고 흥미로운 강의를 엄선하여 담은 책이다.

일반인도 서울대 특강을 듣는 듯한 현장감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며, 평소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더라도 이 책을 통해 특별하게 만나볼 수 있으니 이 시리즈는 늘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23권이 출간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이번에는 기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관휘.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 통계학과,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공부했고 럿거스뉴저지주립대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하나은행 석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미국과 전 세계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주식가격결정 등 투자론 분야를 주로 연구했고, 현재 학문적인 경계를 기업 지배구조까지 확장하는 중이다. 지배구조 이슈들을 모르고 한국의 주식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임을 깨달은 탓이다. 그간의 연구와 통찰을 알리는 활동에도 힘쓰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지배구조와 대리인 문제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과 사례들을 다룬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기업 내부의 생태계에 관한 입문서, 다시 말해 안내 책자다. 이 책에서 나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유가증권의 가장 큰 기초가 되는 '기업' 자체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볼 것이다. (들어가는 글 중 발췌)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들어가는 글 '개미를 위한 기업 생태계 입문서'를 시작으로, 1부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다?', 2부 '얽히고설킨 대리인 문제와 그 해법', 3부 '갈등은 어디에나 있다', 4부 '기업이 살아야 지구가 산다'로 이어지며, 나가는 글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로 마무리된다.



먼저 '들어가는 글'을 보면 '동학개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음이 짠하다. 언제부터인가 '영끌'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인데, 생각해보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영끌해서 빚까지 최대한 지면서 좌불안석으로 지내야 하니 그 마음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울까.

그리고 앞과 뒤, 위와 아래 모두 막혀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폭락과 급반등이 이어지는 2020년부터 몇 년 동안이 기회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때부터인가 주식과 암호화폐에 대해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기본적으로 관련 공부를 하여 지식을 쌓아가는 것 말고, "아는 누구누구가 어디에 투자해서 얼마 벌었다더라"라는 카더라 통신에 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틈틈이 관련 지식을 공부하려고 하지만, 역시 만만치는 않은 일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살아남기도 바쁘고 힘든 마당에 틈틈이 짬을 내어 각종 정보를 모아야 하는 버거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인에게 조금은 더 쉽게 설명해주며 핵심을 파악하고 기본을 다질 수 있는 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 책이 서울대 안 가도 들을 수 있는 서울대 특강이라는 점에서 읽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쉽게 핵심적으로 파악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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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주주우선주의에 대해 살펴보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대리인 문제, 대리인인 경영자와 기업의 주인인 주주와의 갈등,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갈등, 주주와 채권자 간의 갈등 등을 살펴본다.

또한 왜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파악해볼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까지 이 책을 보면서 강의를 들으며 교양지식을 익히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각 부의 끝에는 Q&A, 묻고 답하기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주식의 위험성과 그 위험에 따른 적절한 수익률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이 사회의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무엇을 통해 알 수 있을까?, 주주와 대리인의 갈등은 누가 규제하나?, 채권자는 기업 경영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물적 분할과 인적 분할은 어떻게 다른가?,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수록되어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은 시장을 읽는 '눈'을 가졌는가?

지배구조를 알아야 기업가치도 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에서는 금융자본주의 사회의 세포, 기업에 대해 짚어보고 있다. 꼭 필요한 것을 적절히 잘 짚어주며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으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기업을 중심으로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재무경제학 강의는 보통의 개미들에게는 필수 생존 교양이라고 하니 잘 익히고 배워두면 현명한 투자 생활에 필요한 기본 지식으로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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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 미술관에서 명화를 보고 떠올린 와인 맛보기 Collect 14
정희태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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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명화를 엮으니 지금껏 맛본 적 없는 신선한 소재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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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 미술관에서 명화를 보고 떠올린 와인 맛보기 Collect 14
정희태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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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와인, 이 두 가지를 엮어서 가볍게 담은 책을 만났다. 이렇게 엮는 것도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에서 명화를 보고 떠올린 와인 이야기를 해준다니 솔깃했다. 독특한 느낌에 일단 시작도 전에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든다.

게다가 명화도 보고 교양이 되는 와인 지식도 챙기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한없이 가벼운 와인 지식, 그리고 좀처럼 늘지 않는 미술 감상 능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기로 한다.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를 읽으며 명화와 와인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정희태. 와인과 미술에 취해 파리에서 살아가는 중이다. 와인의 중심 부르고뉴 지역에서 소믈리에 과정과 와인 시음 과정을 수료했고, 프랑스 각지의 와이너리를 방문하며 와인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이후 프랑스 국가 공인 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했고,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을 비롯한 프랑스 문화재에서 10년째 문화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어느 날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는데 문득 샹볼 뮈지니라는 와인이 떠올랐습니다. 그림에서 전해지는 꽃향기와 따스함, 연못에 고인 물의 습함이 피노 누아로 만든 샹볼 뮈지니 와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와인을 들고 모네가 그림을 그린 장소에 찾아갔습니다. 마치 모네가 된 것처럼 모네가 보았을 풍경을 바라보며 이 와인을 마셨습니다. 이때 제가 느낀 감동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그림과 와인을 연결 지으며 마시니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게 미술과 와인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 작품을 볼 때마다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이미지 혹은 작가의 인생과 성향에 따라 어울리고 의미가 연결되는 와인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반대로 와인을 마시면서는 향과 맛에 따라 연상되는 그림을 떠올려보았죠. 서로 닮은 작품과 와인을 함께 즐길 때 배가 되는 이 감동을 혼자서만 느끼기엔 아까웠습니다. 와인만 마실 때, 또는 그림만 볼 때 느낄 수 있는 각기 다른 감동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함께하면 감동은 배가 됩니다. 제가 느낀 이 감동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랑스에서 와인과 미술을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습니다. (7쪽)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 '와인과 미술의 공통된 가치와 감정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을 시작으로, 1장 '와인과 미술에 담긴 가치', 2장 '작품과 와인에 스며든 감정', 3장 '명화 속 와인'으로 나뉜다.



이 책의 구성이 참신했다. 와인 하나, 명화 하나, 차근차근 음미하며 읽어나가는 느낌이 든다. 두 가지 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재이지만, 그렇기에 저자의 역할이 큰 것이다. 어떻게 설명해주느냐에 따라 감흥이 다르게 다가오니 말이다.

그리고 와인과 그림의 접점을 짚어줄 때 그 또한 흥미롭게 접근한다. '똑같은 식물의 열매인 포도인데도 품종에 따라 와인에서 느껴지는 향과 맛이 달라지듯, 그림 역시 사용한 물감에 따라 작품에서 풍기는 느낌이 달라집니다. (50쪽)'라는 설명을 보고 나서야 '아, 그렇네.'라면서 그다음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리아주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 고기에는 레드 와인"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겠지만, 그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효과적으로 좋은 마리아주를 찾는 방법은 우선 맛을 서로 보완해주고 잘 어울리는 맛의 상관관계를 알면 좋다는 것. 음식의 색에 맞추어 와인을 고르거나 소스의 색에 맞추어 와인을 고르는 등의 고전적인 방법도 있다고 한다.

음식의 무게감과 비슷한 무게감을 지닌 와인을 고르거나, 음식이 태어난 곳에서 만든 와인을 고르는 방법도 있다고 하니, 와인을 고르는 마리아주의 다양함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역시 거기에 이어 배색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 색 마리아주 이야기가 이어지니 이 또한 흥미롭다. 와인과 음식처럼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한 색에도 서로의 마리아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알려주고 짚어주어야 비로소 보인다. 프랑스에서 와인과 미술 공부 10년의 세월을 이렇게 책을 통해 나눠주니, 눈을 반짝이며 읽어나간다.



상당히 정성스레 글을 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와인에 대한 글도, 그림에 대한 글도, 각각 따로 놀지 않게 부드럽게 교차하며 글을 풀어나간다. 섬세한 연결이 이 책만의 특징이다.



와인을 디캔팅 하는 이야기가 나오니 문득 예전에 만화를 통해 디캔팅을 접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나는 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너른 포도밭을 뛰노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느냐며, 나의 능력을 지레 포기하며 와인과 더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와인이 디캔팅 과정을 거치듯 예술 작품도 관람자가 최상의 상태에서 보고 크게 감동할 수 있도록 복원작업을 거친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다면 수많은 복원 방법 중 가장 좋은 복원은 무엇일까요?

바로 전혀 손대지 않는 것입니다. (146쪽)

여기에는 <밀로의 비너스>와 <사모트라케의 니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뒷이야기가 이 작품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와인과 그림 이야기를 이렇게 풍부하게 들려줄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주제로도 와인 이야기 한 번, 명화 이야기 한 번, 교차하며 풀어나가니 두 가지가 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풍부한 사진 자료도 한몫한다. 더욱 입체적으로 수업을 듣는 듯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와인과 미술에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와인과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소에 와인을 좋아하고 미술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새로운 시선으로 2가지 문화를 함께 만나며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와인과 미술이 이렇게 서로 닮은 꼴이며, 함께 하니 더욱 매력이 발산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와인과 미술, 동시 입문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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