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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
량원다오 지음, 김태성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속도감 넘치는 세상이다. 나에게도 하루는 금방 지나간다. 하루에 한 두 권씩 정신없이 책을 읽어나가고, 잠깐 외출하고 돌아오면 하루는 정말 짧다. 어떤 때에는 깊이 사색에 잠기지 않고 흘려가 듯 책을 읽기도 한다. 공자는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이라고 했다. 배우기만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시간만 흘려보내는 일이 많았다.
특히 요즘들어 깊이 생각에 잠기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감정에 나 자신을 온전히 담그지 못했다. 살짝 발만 담갔다가 얼른 빼내야 살아가는 데에 편리한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상실에 대해, 이별에 대해, 나는 그래왔다. 시간 낭비, 감정 낭비라고 생각했었나보다. 생각에 잠기고, 슬픔 속에 파묻히는 것을 두려워했다. 얼른 빠져나와야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감정에 메말라버린 사람이 되었고, 아무리 슬퍼도 대충 훌훌 털어버리고 가슴 깊이 아파하지 않는 법을 터득하며 살고 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야 내가 상처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일기를 쓰던 습관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고, 무언가 마음 속에 담아두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생활에 끌려다니며 살기 시작했다. 깊이 생각에 잠기는 것에 금방 지치곤 했다.
하지만 요즘들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시간을 내어 생각에 잠기고, 나 자신에게 오롯이 파고들다 보니, 조금씩 내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아픔, 아무도 보듬어 주지 않는 내 마음을 나 스스로 어루만져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 <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 량원다오가 2006년 8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일기 형식으로 매일 한 편씩 써내려간 자기 해부의 시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이 하던 특유의 사색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일은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크게 보면 아주 다를 바는 없다. 각자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침소봉대 되기도 하고, 아무 일도 아니었던 듯이 잊혀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과거의 시간을 끄집어 내는 시간이 되었다. 상처인지도 모른 채 대충 덮어두고 잊었던 일들마저 떠오르는 시간이 아픔에서 치유로 흘러간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의미를 두지 않았던 일들에 아주 큰 의미를 두어도 괜찮다는 것, 그런 것들을 깨닫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생각을 해나가는 즐거움이었다. '공감'은 책의 앞장으로 다시 돌아가 읽게도 하고, 계속 읽어나갈 힘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을 '공감'과 함께 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은 바닥을 치고 올라가게 되었다. 우리는 누군가 고통스러워할 때 "힘내" "울지마" 같은 위로로 고통의 감정을 덮어버리게 한다. 때로는 철저하게 고통 속에 파묻혀버리는 것이 바닥을 치고 올라갈 계기가 되고,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인데, 누군가 옆에서 아파하는 것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책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마음의 치유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이 책을 통해 힐링받는 느낌이 들었다. 때로는 책이라는 도구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상실에 대해, 지나온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