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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섬 나오시마 - 아트 프로젝트 예술의 재탄생
후쿠타케 소이치로.안도 다다오 외 지음, 박누리 옮김, 정준모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결핍감을 해소하는 통로였다. 도시에서의 삶은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다이나믹한 분위기,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나를 숨막히게 했다. 그럴수록 나는 이상하게도 여행에 집착했고, 돌아오면 다시 모든 것이 똑같아지는 악순환의 반복을 경험했다. 그렇게 나는 진작에 변화를 꿈꾸던대로 도시를 떠났고, 이제야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숨통트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상하게도 당연하듯이 꿈꾸던 여행이 이제 좀 시들해졌다. 그저 여행 관련 서적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많이 다니고, 다양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니, 그저 책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보며 그동안 생각하던 여행에 대한 것을 다시 재정립해본다. 그곳이라면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도장찍듯이 다니는 여행이 아닌,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그 섬에 가고 싶어졌다.
나오시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섬 전체가 아트 프로젝트에 의해 재탄생된 곳인데, 독특한 그곳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인터넷 사이트도 찾아보고 동영상도 보았던 기억이 얼핏 난다. 이번에 이 책을 통해 나오시마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다. 나도 모르게 들뜨게 되는 기분, 내가 사는 이 곳도 개발의 논리에만 의존해 똑같은 모습의 특색없는 곳으로 변화하지 말고, 이런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사는 사람들도 즐겁고, 누구나 여행오고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곳으로 탈바꿈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오시마, 그곳에 가면 내가 주인공이 되어 작품을 감상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그곳 자체를 마음에 담아올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는 나오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 있고, 그 작품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내 삶을 바꾸어버릴 수도 있을거란 기대를 이 책을 통해 해본다.
나오시마에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섬을 방문해 '나오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주고 있다. '장소특정적 미술'로 주문형 작업인 셈이다. 그림이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인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인간이란 작품을 관람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뜻한다. "이 작품은 훌륭합니다. 여러분은 이 위대함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라는 식의 사고가 지금까지의 작품 관람법이었다면, 나는 보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 中 서문 11~12쪽)
이 책을 보며 가장 솔깃했던 것은 나오시마 대중목욕탕 '아이러브유'였다. 단조로운 모습의 목욕탕과 비교되는 멋진 곳이었다. 우리 삶에 필요한 곳이기도 하고, 충분히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 곳인데, 내 주변에도 이런 곳이 생긴다면 좋겠다.
2009년에는 오오타케 신로의 작품인 나오시마 목욕탕 '아이러브유'를 오픈했다......전신으로 체감할 수 있는 예술로서, 목욕탕으로서, 섬사람들의 생활 속에 녹아드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 中 15쪽)
오오타케 신로가 실천에 옮긴, 일본인들의 일상이 된 습관으로서의 목욕문화와 목욕탕을 결합시킨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로 실제로 500엔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벌거벗고 목욕을 하는 작품이다.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목욕탕 출입구부터 몸을 씻는 입욕시설까지 모든 기물을 일본 각지에 버려진 폐자재를 모아 만든 일종의 재생 프로젝트이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 中 32쪽)
나오시마 여행을 가고싶게 만들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부록이 있다. 나오시마/테시마/이누지마 걷기라는 제목으로 그곳에 가는 방법, 입장료, 숙박지까지 상세하게도 알려준다. 지도와 관련 홈페이지 사이트까지 있으니 구체적으로 여행 계획이 잡히면 이 책과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얻고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예술이라는 것이 일반인과는 거리가 있다는 나의 생각을 뒤집어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