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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세노 갓파 지음, 김이경 옮김 / 서해문집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껏 인도 여행을 하며, 나는 인도를 일기장에 담고, 사진에 담고, 내 마음에 담았다. 하지만 인도를 그림으로 담을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나는 그림을 못그린다고만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실 그림은 잘 그리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내 눈에 비친 그곳을 나만의 생각을 담아 표현해내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여행 스케치 노트>라는 책을 읽다가 더 많은 책을 검색해보는 과정에서였다. 그런데 놀랍다. 저자 세노갓파는 "내 여행은 첫 번째가 1978년, 두 번째가 5년 뒤인 1983년으로 두 번 다 겨우 한 달 반의 짧은 기간이었습니다."라고 밝힌다. 이 책은 일본어판으로 1985년에 출간된 책을 이제야 번역해 2008년에 발행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리 오래 전 여행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나의 여행과도 다를 바 없는 이야기들이 흔하게 담겨있다. 호텔의 가격만이 이상하게 생각되었을 뿐. 지금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도의 모습에 새삼 놀라게 된다.
한 사람이 몇 년 뒤에 찾아가도 변함이 없는 게 인도다 싶지만, 반면 격렬하게 요동치는 게 또한 인도입니다.
1985년 봄, 세노 갓파
인도의 지폐에는 앞뒤에 14종의 문자로 금액이 씌어 있고, 영어와 아라비아 숫자까지 더하면 열여섯 가지로 표기되어 있다. 가이드북이나 직접 지폐를 보았을 때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세노 갓파는 직접 음행원에게 각각의 문자가 어디 말인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세관원에게도 마찬가지. 세 가지밖에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사원, 기차, 상인들, 호텔 등 세노 갓파는 자신의 여행을 그림과 이야기로 남겼다. 지금도 변함없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우다이푸르 레이크 팰리스 호텔의 경우, 비싸기도 하고, 한 달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가볼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듣고 지금껏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나에 비해 일단 부딪치고 보는 세노 갓파의 모습에서 여행의 기술을 배운다.
다음에 다시 인도 여행을 하게 된다면 스케치북은 기본으로 가지고 가고 싶다. 여행의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낄 때에 여행을 스케치한 노트는 사진보다 더, 일기장 보다 더, 여행을 또렷하게 떠오르게 하는 매체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으로 이런 방법으로 여행을 하는 것도 색다르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