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의 시간 - 망가진 세상을 복원하는 느림과 영원에 관하여
사이 몽고메리 지음, 맷 패터슨 그림, 조은영 옮김 / 돌고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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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의 느림 속에서 삶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이 몽고메리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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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의 시간 - 망가진 세상을 복원하는 느림과 영원에 관하여
사이 몽고메리 지음, 맷 패터슨 그림, 조은영 옮김 / 돌고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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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거북의 시간』을 펼치는 순간, 나는 오히려 시간의 속도에 휘말렸다. 거북처럼 느린 존재를 따라가는데도, 장면 하나하나가 빠르게 몰입하게 만든다. 플로리다 해안의 햇살 아래, 등껍질처럼 일몰을 이고 걷는 거북의 모습, 구조되어 새 생명을 얻는 감동의 순간,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천천히 재생하는 듯하지만, 그 안의 감정은 너무도 생생하게 밀려온다. 사이 몽고메리는 거북이라는 오래된 생명체를 통해 우리에게 시간을 묻는다. 빠르게 살수록 유능하다고 여겨지는 시대에, 그는 거북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말한다. 느림 속에 깃든 깊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지낸 우주의 리듬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사이 몽고메리. 세계적인 동물 생태학자이자 자연 탐험가이다. 작가로서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과 통찰을 글 속에 녹여냈다.

이 책 『거북의 시간』에서도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거북이라는 생명체와 인간 사이의 교감을 포착한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되, 그 서술은 언제나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거북을 구조하는 일이 단순한 보호 활동을 넘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의 태도까지 바꿔놓는지를 이 책은 들려준다. 사이 몽고메리는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구조현장의 생생한 기록이자, 인간과 자연 사이의 섬세한 접점을 담은 고백이다. 몽고메리는 바다거북을 구하는 일을 통해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해안가를 떠돌다 구조된 거북의 등껍질에는 수많은 생채기와 멍이 새겨져 있다. 그 생명체를 품에 안고 체온을 나누는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 어딘가도 함께 봉합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은 거북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삶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태도를 제안한다.





작가는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하되, 글의 결은 전혀 딱딱하지 않다. 거북의 생태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인간의 삶과 연결해서 풀어내며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바다를 오가는 거북의 움직임, 부리를 닮은 입매, 천천히 움직이는 발끝까지도 사람의 표정처럼 섬세하게 읽어낸다. 거북과 눈을 맞추는 장면에서는 그 고요한 시선에 스며든 시간의 층위가 오롯이 전해진다.



일단 이 책을 펼치면 아주 많이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책 안에는 멋진 거북과 멋진 사람, 멋진 대화, 별처럼 빛나는 순수한 시간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느리고 차분한 거북의 시간에서 배울 것이 많다. 거북의 사전에 자연사는 없고 포기도 없다. 거북이 포기하지 않으니 우리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거북을 구하는 희망과 함께 다른 많은 희망도 가슴속에서 뜨겁게 솟구칠 것이다.

_정혜윤 (『삶의 발명』 저자)

『거북의 시간』은 느림이 가진 힘을 말한다. 서두르지 않고, 서성이지 않고, 그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거북은 말이 없지만, 그 등껍질에는 수백만 년의 진화가 새겨져 있다. 사이 몽고메리는 그 역사 앞에서 경청하는 법을 건네준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느림의 묘미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무언가를 빨리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한 호흡 더 깊게 들이마시고 싶은 마음이 든다.

거북의 걸음은 느리지만, 그 걸음마다 흔들림 없이 단단하다. 이 책은 그런 삶의 걸음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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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유럽 - 여행 작가 양영훈의 다시 찾고 싶은 유럽 도시 기행
양영훈 지음 / 퍼블리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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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눈길이 멈췄다.

오래된 골목의 질감, 오후 빛에 물든 벽돌의 색감,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온기.

낯선 장소였지만 낯설지 않았다.

양영훈 작가의 『당신과 함께, 유럽』은 그렇게 한 장의 사진에서 기억을 불러오고, 풍경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그 장면들로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 책의 저자는 여행 작가 양영훈. 30여 년 동안 여행 작가의 길을 걸으며 개인 저서 14권, 공동 저서 20여 권을 펴냈다.

이 책에는 스위스 실스마리아 루체른, 샤프하우젠 & 슈타인암라인, 프랑스 아비뇽, 아를, 엑상프로방스, 이탈리아 캄파니아, 시칠리아,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 아틀란틱 오션 로드, 트롤스티겐-게이랑에르 국립경관 도로, 프레이케스톨렌, 트롤퉁가, 스웨덴 피엘바카, 벡셰, 네덜란드 히트호른, 킨더다이크&바를러, 독일 브레멘, 체코 모라비아, 리투아니아 트라카이 & 빌뉴스, 그리스 아테네 등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는 도시들이 담겨 있다.

이 도시들은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구성된 목록이 아니라, 작가가 실제로 발길을 여러 번 옮기며 깊은 인상을 받았던 곳들이다. 화려하거나 북적이는 중심지보다는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일상, 오래된 건물 사이의 정적, 그리고 천천히 걸어야만 발견할 수 있는 풍경들이 중심이 된다.

페이지마다 담긴 도시들은 작가의 오랜 경험과 따뜻한 시선 덕분에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독자에게는 새로운 여행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다시 걷고 싶은 유럽의 도시들을, 그리움과 함께 떠나는 여정이다.

정보나 경로 위주의 글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도시를 바라봐온 사람이 전하는 감정과 사유가 페이지마다 스며 있다.

스위스의 조용한 마을부터 발트해 너머 리투아니아의 담백한 도시까지, 지도로는 담을 수 없는 풍경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사진과 문장이 맞닿아 있는 여행 수첩처럼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은 장면의 묘사에 머물지 않고, 감성이 묻어나는 듯하다. 사진 느낌이 따뜻해서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게 작가의 시선이 모인 풍경의 조각들은 한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주고,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 책에 담긴 사진이 여행의 감성을 잘 포착해내어 감탄을 자아낸다. 여행지의 풍경이나 장면을 스쳐 지나가지 않고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포착할 수 있는 시선이 담겨 있어, 사진 한 장에도 시간의 결이 스며 있다.

빛이 스치는 방향, 골목 끝에 남겨진 사람의 실루엣, 낡은 간판의 질감까지도 차분하게 기록되어 있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진 앞에서 멈춰 서게 되고, 그 이미지 속에 머물던 공기와 온도까지 상상하게 된다. 여행은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을 마음속에 오래 남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당신과 함께, 유럽』은 새로운 장소를 소개하기보다,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도시의 온기를 되살려준다. 낯선 곳에서 다시 걷고 싶은 길, 그 길 위에 다시 서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조용히 묻는다.

자신도 모르게 풍경 안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여행 책이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마음속에서 여행이 이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길은 과거의 추억으로, 또 어떤 길은 미래의 바람으로 남아, 언젠가 다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온다.

소진시까지 8종 사진엽서 세트가 제공되니 기회가 닿는다면 꼭 챙기길 권한다. 책 속에 실린 사진 중에서도 특별히 엄선된 장면들이 엽서로 제작되어, 한 장 한 장이 작은 창처럼 느껴진다.

벽에 붙여두거나 책상 위에 올려두면 잠시나마 유럽의 어느 골목, 언덕, 강가로 마음이 떠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종이의 촉감과 인쇄의 질감마저도 사진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책과 엽서가 함께 주는 감동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여행책추천 #양영훈작가 #당신과함께유럽 #유럽여행에세이 #사진엽서세트 #유럽소도시 #여행작가추천 #함께하는여행 #감성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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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
정선임 외 지음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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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이 각기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겪은 언어의 공백, 관계의 간극, 감정의 어긋남을 네 편의 단편으로 엮어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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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
정선임 외 지음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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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는 네 사람이 각기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겪은 언어의 공백, 관계의 간극, 감정의 어긋남을 네 편의 단편으로 엮어낸 소설집이다.

풍경보다 말이 중심에 있고, 여행보다 사람의 내면이 주인공인 이야기들이다. 나라마다 풍습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듯,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 또한 동일할 수 없다.

포르투갈, 인도, 태국, 사이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인물들은 타인과의 거리뿐 아니라 자기 내면과의 거리 또한 헤아리게 된다. 그 틈에서 피어나는 어긋남, 오해, 미처 꺼내지 못한 감정들은 말보다 더 오래 여운을 남긴다.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그 침묵의 공간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왜 어떤 말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지를 천천히 짚어나간다. 이 책은 여행이라는 특별한 시간 속에서 문득 드러나는 감정의 진동을 정면으로 마주한 기록을 담은 단편소설집이다.



정선임 작가의 「해저로월」은 포르투갈 리스본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고모의 유해를 모셔오기 위해 떠난 수정의 여정을 따라간다. 수정은 고모가 생전에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그녀가 그곳에서 보냈을 삶의 흔적을 좇는다. 신념과 선택,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다 담기지 않았던 감정들이 리스본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살아 있는 동안엔 끝끝내 나눌 수 없었던 마음이, 죽음 이후에야 겨우 마주 놓이게 되는 장면들이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김봄 작가의 표제작 「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머무는 예술가 레지던스를 배경으로 한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사유의 방식 속에서 생활을 함께하는 이들은 무언가를 설명하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언어가 삶의 일부가 되는 공간에서 말의 무게는 더욱 커지고, 말이 곧 책임이 되는 순간에 사람들은 종종 침묵을 택한다. 이 이야기는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관계를 맺고자 할 때 얼마나 신중해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김의경 작가의 「망고스틴 호스텔」은 태국 방콕의 작은 숙소를 배경으로 한다. 여행 중인 다영과, 그곳에 먼저 머무르던 지유와 예나는 전혀 다른 나이와 삶의 조건을 지닌 인물들이다. 우연히 같은 공간에 머무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와 침묵 속에는 일상의 무게와 피로, 그리고 삶을 버텨내기 위한 각자의 자세가 스며 있다. 망고스틴이라는 과일처럼 단면을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내면의 복잡함이 각 인물의 표정에 담긴다. 거창한 사건 없이도 깊이 있는 감정이 포개지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최정나 작가의 「낙영」은 사이판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해원과 낙영, 두 인물의 관계를 그린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자라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동시에 끌리고, 밀어낸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가 얽힌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고통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말보다 표정이, 표정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이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말로 포괄할 수 없는 감정의 복합적인 결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 소설집은 언어와 감정 사이, 관계의 틈새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흔들림을 천천히 담아낸다. 표현되지 못한 말들이 그 자체로 의미가 되고, 침묵은 감정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이 네 편의 단편소설은 우리가 타인과 마주할 때 쉽게 지나쳤던 마음의 결을 붙잡게 만든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관계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건네고 있다.

각각 다른 곳을 여행하고 각기 다른 이야기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는 점에서 이 소설집은 특별한 울림을 가진다. 저마다의 공간에서 저마다의 감정과 기억을 마주한 네 작가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묘하게 하나의 흐름 안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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